야외 낚시터에 '이동식 성매매'가 침투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함께 일 자리를 잃은 여성들이 텐트나 트럭을 갖고 이 지역으로 '개인영업'에 나서고 있다. 인적이 드문 야외 낚시터에는 직업여성들이 등장, 낚시꾼들에게 성매매 '미끼'를 던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야외 낚시터는 입소문을 타고 남성들 사이에 명소로 떠오를 만큼 인기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광경은 요즘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야외 낚시터는 개인영업의 장으로 변한다. 낚시터와는 왠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의 여성들이 낚시터를 찾는다. 짙은 화장에 독한 향수, 그리고 의자에 걸터앉기도 불편해 보이는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이다. 언뜻 보면 낚시터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더욱 의아한 것은 이들의 행동이다. 이들은 낚시터 끄트머리에 앉아 열심히 텐트를 치고 있었다. 이들의 행동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렸다. 이내 낚시터를 한바퀴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피는 듯 했다. 그러더니 친구사이로 짐작되는 두 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고기 잡기 어렵네, 방법 좀 알려주세요." 남성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여성들의 자리로 향했다. 이들은 낚시대에 떡밥을 끼우는 듯 하더니 이내 '귀엣말'을 주고받았다. 이후 알 수 없는 사인을 주고받더니 남녀 각각의 무리에서 한 명씩 이인 일조를 이뤄 텐트 안으로 향했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텐트 안의 남녀가 밖으로 나왔고 바통터치를 하듯 남아 있는 남녀가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지역 주민들은 이를 가리켜 '영업'이라고 일축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직후부터인가, 성매매 여성들이 가끔 이곳과 인근 낚시터를 찾아 개인영업을 하더라고요. 비교적 인적 드문 장소이다 보니 발칵 될 염려가 없어 남성들도 안심하는 편이에요. 저도 그런 영업을 제의 받은 적 있어요." 지역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낚시터 등을 중심으로 텐트나 트럭 등을 이용, 즉석에서 성을 매매하는 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동식 성매매인 셈이다. 영등포나 청량리 등지에 집장촌으로 몰려있던 성매매 지역이 이제 이동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이동식 성매매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남성들에게 이를 제의하면 십중팔구는 거부하지 않고 텐트로 향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성매매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텐트는 이동식 커피숍이다. 차를 배달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 더 이상 사생활을 캐묻지 말라."며 짜증을 냈다. 이번 낚시터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인근의 야외 낚시터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주민들은 밝혔다. 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모(32)씨는 "낚시터에 성매매 여성들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보고 남편이 아예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주부들 사이에선 한동안 낚시터를 출입하는 '남편 단속령'이 내려졌을 정도예요. 어느 때부터인가 남편들이 자주 낚시터를 찾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해 쫓았더니 미니스커트차림으로 유혹하는 여성들과 함께 웃고 있지 뭐예요. 분위기상 이들이 전문직업여성임을 확신했어요. 직업여성 여부를 떠나서라도, 남편들이 낚시는 않고, 젊고 예쁜 여성들과 함께 웃고 떠든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이씨는 안 그래도 저녁이면 타지에서 모여든 데이트족의 은밀한 행동으로 눈살을 지푸리기 일쑤라고 했다. 저녁이면 텐트를 치고 대범한 행각을 벌이는 연인들이 많아 민망하다는 것이다.
"밤늦게 저수지를 지나칠 때면 텐트에서 새나오는 야릇한 신음소리 때문에 낯뜨거워요. 아이들과 있을 때는 더하죠." 낚시터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는 이미 이 지역의 공공연한 비밀. 낚시터에서 만난 이 지역 한 남성은 '차 배달'을 왔다며 다짜고짜 옆자리에 앉는 여성 때문에 당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차 시킨 적 없다고 했는데도 무조건 옆자리에 앉더라고요. 낚시에 관심을 보여 그대로 뒀는데, 자꾸 대화를 유도하더니 나중에는 '연애(성매매)'할 생각 없냐고 노골적으로 물어 어이가 없었어요."
그는 "예전에는 '진짜 주문'을 받고 낚시터에 오는 다방 종업원들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성매매 여성들이 하나둘 씩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얘기를 접한 경찰은 난감해 했다. 이 지역 관할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주민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낚시터를 찾은 사람들이 낚시 외에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지를 일일이 캐물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도 우리 임무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성매매로 짐작되는 행위들이 이전에 비해 다소 주춤해졌다고는 하나, 낚시터 주변에서는 여전히 '낚시터가 성매매, 제3의 지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