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해킹 의혹’과 관련, 해명자료를 제출하고 ‘불법사찰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원본이 아닌 요약본 형태만 제출해 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보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5시간동안 국회에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원 해킹 진상규명에 나섰으나 결론을 내지 못해 조만간 국정원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간담회를 열어 숨진 국정원 임모 과장이 삭제한 자료에 대한 검증에 나서는 한편 정보위 추가 개최에 대한 협의에 나설 전망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현안보고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의혹이 쏟아지자 “내 직을 걸고 불법 사찰을 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 원장은 “국내사찰은 전혀 없었고 (국정원이 구매한) RCS를 가지고는 카카오톡도 도청이 불가능하다”며 “내가 아는 한 전직 국정원장들도 사찰에 관여하지 않았다. 전직 원장들이 사찰한 것이 드러나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단언했다.
또 “RCS 관련된 일은 임 과장이 주도적으로 해왔고, 그가 사망해 상당부분 알 수 없게 됐다”며 “국정원 직원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낸 것도 내 책임으로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로그파일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데 대해선 “국정원의 모든 보안(사항)이 많이 노출돼 원본 제출은 있을 수 없다. 원본을 제출하면 세계 각 정보기관들이 국정원을 조롱거리로 삼을 것”이라며 “국정원에 와서 보는 것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민간인 사찰 의혹을 낳은 SKT 5회선 해킹 의혹과 관련해 “문제의 스마트폰 소유자는 전부 국정원 스마트폰으로 자체 실험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보위 정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에서는 임 과장이 삭제한 자료가 총 51개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간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임 과장이 삭제한 51건의 자료를 복원한 결과, 대테러 관련 자료가 10건, 국내 실험용 31건, 10건은 실험실패로 대부분이 대북공작과 관련된 것이라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반면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이날 정보위 산회 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오늘 상임위가 성립되려면 30개가 넘는 자료에 대한 소명이 있어야 하는데 자료요구에 100% 가까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오늘 회의에 저희는 전혀 만족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신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료를 내놓아야만 상임위가 순조롭게 진실규명을 향해 갈 수 있기 때문에 자료를 요구했다”며 “다음 일정이 잡히는 대로 2차 상임위를 열고 전문가, 감정인 등과도 협의해 자료요구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일단 자료를 받아야 다음 회의에서 어떤 얘기를 할지 (결정이 될 것)”이라며 “임 과장 자살 현장에 대한 의문도 여러가지 얘기 했는데 설명이 잘 안됐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임씨가 삭제한 자료의 복구가 오래 걸린 이유와 관련해선 “대단히 방대한 양이고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했다고 한다”며 “삭제(Delete)키는 RCS에 있는 키를 썼고, 컴퓨터는 업무용 컴퓨터 였다. 삭제권한은 물론 없었고 삭제는 국장의 허락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국정원이 각 당이 추진하는 외부전문가와 간담회를 가질 용의가 있다고 해서 추진하기로 여야 간 합의가 됐다”며 외부전문가와의 간담회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