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원 확대, 논란 왜?
국회의원 총원 확대,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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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비례성 vs 밥그릇 지키기, 국민 절대다수는 ‘반대’
▲ 정치권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5차 혁신안으로 이 같은 개혁안을 제시하자, 여야는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기 시작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정치권이 국회의원 정수 조정 문제를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여당과 국민 여론은 이에 절대 반대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이유는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대로는 각 정당이 자신이 얻은 득표율 혹은 지지율에 비례하는 만큼의 의석을 배분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야당은 ‘득표-의석 간 비례성’ 유지와 권역별 비례대표 연동제를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다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대 다수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데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현행보다 더 줄이는 게 타당하다는 여론마저 형성되고 있다.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회의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새누리당 역시 이런 국민 여론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히려 야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야당 측에서는 반대로, 새누리당이 이러한 방향으로 선거제도가 개혁된다면 자신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래저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논란만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 혁신위 돌연 “의원수 늘리자”
한동안 잠잠하던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다시 이슈로 부상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지난 26일 제5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혁신위는 이를 통해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 도입을 당론으로 촉구하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증대할 것을 함께 제안했다. 국민 여론이 국회의원 정수 증대에 거세게 저항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같은 제안을 했다는데 논란은 거세게 일고 있다.

김상곤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의원 정수 증대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선관위 개혁안의 ‘2 대 1’이라는 ‘득표-의석 간 비례성’ 유지와 권역별 비례대표 연동제 도입을 채택한다”며 “예를 들어 현행 지역구 의원 수 246명을 유지한 채,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2 대 1’의석 비율을 적용하면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는 123명이 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국회의원 정수는 369석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의원정수 증대 문제를 국회 정치개혁 특위의 활동 시한을 고려하여 8월내에 당론으로 확정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의원 정수가 증대되더라도 국회 총예산은 동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못 박았다.

혁신위의 이 같은 제안 이후 정치권에는 곧바로 파장이 일었다. 이날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 통화에서 “이 내용이 당론이 되길 기대하고 제 생각도 혁신위 의견과 일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덧붙여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대1로 가야 한다. 정수가 300명 체제면 200대100이고, 390명이면 260대130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구 의석수를 260석으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130석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체 의석수는 현재보다 90석이 더 많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 이 원내대표는 “의원정수 확대는 ‘0.5참정권’ 시대에서 ‘1.0참정권’ 시대로 가는 중요한 핵심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예를 들면 영남지역에서 야권 표가 35~40%가 나오는데 의석은 한 석도 없는 상황이다.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와 관련, 당은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혁신위의 5차 혁신안과 이종걸 원내대표의 의원 정수 확대 발언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는 사실을 전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당 출입기자들에게 “이종걸 원내대표의 개인적 견해임을 확인했다”며 “또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매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 국회의원 총원을 확대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의 혁신안을 두고 국민 여론은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특히,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한다 하더라도 총수를 늘리는데 반대한다는 의견이 10명 중 6명가량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홍금표 기자

◆與+野 일각 “기득권 유지하자는 주장”
새누리당에서는 반대와 비난이 빗발쳤다. 청와대 정무특보이기도 한 윤상현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늘려야 하는 것은 정치인 일자리가 아니라 청년일자리”라며 “여러 이유를 달았지만, 야당의 본심은 ‘밥그릇 늘리기’라고 맹비난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진짜 혁신은 의원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이라며 “‘나쁜 공천’을 없애라는 국민요구에 엉뚱하게도 ‘비례대표 공천자리 늘리기’로 대답하는 게 새정치인가?”라며 “사회적 고통을 나누고 먼저 솔선수범하라는 국민요구에 ‘내 몫부터 늘리기’로 대답하는 게 혁신이냐”고 따져 불었다.

윤 의원은 거듭, “야당이 국민들에게 참으로 어이없는 ‘당리당략 맞춤형 제안’을 내놓았다”며 “조용히 물리고 사과라도 하는 것이 이런 황당한 정치에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일갈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자체에서도 다른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내 의견칠치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당에 입장을 밝히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총장은 “야당 혁신안의 방향이 단순히 선거제도를 바꿔 의원 수를 늘리는데 있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29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반대한다. 국회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의원수보다 정치개혁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해 인구편차를 줄여나가는 과정 속에서 농촌 지역구의 대표성을 어떻게 좀 더 확보할 수 있을지는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중심이 돼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충분히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며 “그게 나오면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총의를 구해 당론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당 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의 국회의원 정수 확대 제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여야가 비례대표제 폐지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데 동의해 달라”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기는커녕 정수를 늘리자는 당 혁신위원회의 주장은 시대정신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민심을 거스르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혁신위원회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국회의원 숫자 늘리기,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최고위원회 폐지 등 논란거리만 제공하고 있다”며 “당대표의 거취문제와 패권세력 청산 등 국민들과 당원들이 바라는 진정한 혁신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혁신위원회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조 의원은 이어, “당초 비례대표제는 국민의 의사를 의석에 반영하고 국회의원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생겨난 제도지만 밀실공천이 난무한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불신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입법의회의 전문성을 살리자는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사라지고 돈으로 국회의원을 사는 제도라는 비판과 함께 계파정치, 줄 세우기 정치의 온상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조 의원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제도 확립과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이뤄지기 전까지 ‘비례대표’를 포함한 의원정수 늘리기는 국민정서에 이반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거듭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들의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주장이라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시대정신과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주장은 결국 자기들 마음대로 안하무인식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앞서 27일, 대전시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민 절대다수는 국회의원 증원을 원하지 않는다”며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설득을 해야 할 일인데 증원을 얘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그러면서 “여야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니 비례대표를 늘려 기득권을 유지하자는 것”이라며 “민심과는 멀어진 개혁적이지 못한 생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 절대 다수 ‘반대’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은 앞서 지난 4월 문재인 대표가 얼핏 언급하면서 해프닝 같은 논란을 일으키고 지나갔던 바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문 대표는 당이 개최한 정책엑스포에 참석해 적정 국회의원 숫자를 ‘스티커 붙이기’ 형태로 설문하는 부스에 방문해 ‘351명 이상’이라는 칸에 스티커를 붙였던 바 있다.

스티커를 붙이고 문 대표는 기자들에게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며 “400명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문 대표는 또, “국민에게는 그렇게 인식되지 않고 있지만,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인구 대비 의원 비율이) 낮다”면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 직능전문가를 비례대표로 모시거나 여성 30%도 가능해 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지나치듯 한 이 발언은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문 대표는 논란이 확산되자 “그냥 가볍게 이야기 한 것”이라면서 “의원 정수 문제에 관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는데, 다음에 제가 준비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파장 진화에 나서는 일이 있었다. 문 대표가 당시 가지고 있던 생각이 고스란히 혁신위원회 혁신안에 녹아 들어가 나오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국회의원 정수 증대’와 관련해 절대다수 국민은 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11~12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무려 86%가 ‘국회의원 총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려도 된다’는 의견은 10% 소수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67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8%p, 응답률은 16%였다.

지난 28일에는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한다 하더라도 국민 10명 중 6명은 의원 총수를 늘리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27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는 것을 전제로 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해 응답자 중 57.6%가 ‘반대한다’는 의견이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27.3%에 그쳤다.

‘세비 절반 삭감’이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압도적 반대 여론이 다소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국회의원 총수를 확대하는데 대해서는 여전히 국민적 반발이 크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고, 응답률은 5.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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