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보훈처가 호국 보훈의 달을 기념해 발매한 기념 음반에 일제 시대 친일 가요가 버젓이 수록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기념 음반에는 6.25 전쟁과 베트남전 당시 불렸던 군가와 진중가요 12곡을 최근 감각에 맞춰 다양한 장르로 편곡을 했다. 하지만 문제의 군가는 8번째 트랙에 수록돼 있는 '혈청지원가'! 6.25 당시 국군의 자원 입대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원곡은 국방부가 선정한 애창군가에도 올라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노래의 진짜 원곡은 '혈서지원'이란 이름으로 일제 식민지였던 지난 1943년 녹음된 노래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징병제에 열을 올리던 일본이 우리나라 유수의 작곡가와 가수들을 동원해 선전용으로 제작 한 것이다. 이번 음반에 포함된 친일 가요에 대해 박한용 민족문제 연구소실장은 "일본 제국주의가 태평양 전쟁을 시작한 이후 해군을 대대적으로 모집합니다. 이때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해군 장병을 모집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장 친일적인 일본 가요가 혈서지원"이라고 말했다. 각 노래를 비교 해봐도'일장기'는 '태극기'로 '나라님에 병정'은 '대한민국 국군'으로, 가사만 일부 바꿨을 뿐 멜로디 등 거의 모든 부분이 똑같다. 한 마디로 친일 가요가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한민국 국군의 군가로 둔갑을 한 것이다. 전문가의 선곡과 감수까지 받았다는 국가 보훈처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음반을 기획한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이게 현재 작자 미상으로 남아 있다 보니까 이 부분을 저희가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은 CD 2만장이 이미 국가유공자 단체와 각급 학교 등에 무료 배포됐고 국가 보훈처 홈페이지 등에서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호국 선열을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 음반이 청산되지 않은 일재의 잔재로 오히려 보훈의 달을 얼룩지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