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지자체, 누구의 책임인가?
썩어가는 지자체, 누구의 책임인가?
  • 김부삼
  • 승인 2006.06.2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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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능력에 관계없이 공천준 의원만 잘 모시면 장수한다
김혁규 "중앙정치 예속이 가장 큰 폐해"
여야 공동으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혁규·한나라당 이상배 의원 등 여야 의원 42명이 나섰다. 이들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 법개정을 관철하기 위해 의원 15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29일에는 공식모임을 창립한다. 김혁규 의원은 "중앙에서 국회의원들이 이들의 공천권을 휘두르면서 보스로서 역할하는게 현실"이라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준비위 간사인 이시종 의원 등 10여명도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치에 의해 처절히 유린된 지방자치를 원형대로 되살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5·31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가 뿌리째 흔들리고 실종 위기에까지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7∼8월중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의원은 "각계각층과 다각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5.31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가 최대 '핫' 이슈로 부각했다. 주민자치, 생활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일꾼을 뽑아야할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 및 정당대결로 변질돼 '주민' 없는 '주민선거'가 되고 있다는 근본적 문제 제시가 시작된 것이다. 또한 정부여당의 실정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지방권력 90%를 한나라당에 몰아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지방정부의 '독재'가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혁규·이상배 선봉,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강행군 시동'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과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 등 여야 41명의 의원들이다. 이들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지방선거가 인물대결이 아니라 중앙정치의 대리전, 정당대결로 변질된 선거"라면서 "진정한 주민자치, 생활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기초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은 폐지돼야 하며 늦어도 17대 국회 임기 종료 전에는 개정해 2010년부터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선 정당공천 폐지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심재덕(경기 수원장안)·이시종(충북 충주)·민주당 최인기(전남 나주·화순)·국민중심당 김낙성(충남 당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9일 '기초자치단체의장 및 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여·야 국회의원들의 모임(가칭)'을 갖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기초단체장·의원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하는 의원 모임'을 만들고 7∼8월엔 토론회도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세 규합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필요시에는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및 의원협의회 등과 함께 '기초자치단체의장 및 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범국민운동협의회(가칭)'를 구성하는 등 범국민운동으로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다. 모임의 이상배 의원은 지난 15일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고, 기초의원 선거구를 현행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전환하며, 기초의원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는 인물본위, 능력본위의 선거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으로 인해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 공천 잡음, 편가르기식 선거양상이 나타났다"며 "풀뿌리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기본정신을 되찾기 위해 정당공천제를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이상민(대전 유성) 의원도 지난 11일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및 당적 보유자의 출마 금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혁규 "기초단체장 공천 준 국회의원 보스로 모신다" 정당공천 폐지모임을 추진한 김혁규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 주민 외면, 공천부조리 등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정치 예속의 폐해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지적에 "소속 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의 대화도 없고, 회의나 행사에 불참하는 불협화음 사례가 많다"며 "기초단체장이 중앙정치에 휘둘리면서 주인으로 모셔야 할 주민들은 등한시하고 공천을 준 국회의원들만 보스로 모신다"고 했다. 또 "국가발전에도 손해인데다 공천비리 가능성도 더 높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지역에는 상당한 유혹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데 현재 드러나고 있는 것도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줬다.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당공천 도입의 긍정적 측면을 살릴 방안은 없는가라는 고민에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지역별로) 정당공천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기초단체장은 주민들 행복과 발전을 위해 소속 당이 달라도 대통령도 만나고, 광역단체장도 만나야 한다"고 폐지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당 소속에 구애받지 말고 지역민들을 위해서만 일하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조만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을 없애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전국 기초단체장 77% 정당공천 폐지 찬성 김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정당공천제 폐지가 전국 기초단체장들에게서 힘을 받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모언론사가 전국 기초단체장을 상대로 이에 대한 찬반여부를 물은 결과 77%가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시기 적절하게 김 의원을 비롯한 41명의 여야 의원들이 폐지추진모임을 결성하면서 '정당공천제 폐지'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 폐지추진모임 소속 의원들은 "26일 열리는 첫 공식 모임에 1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의원 15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하고 7, 8월경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임 구성은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준비위 의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공론이 있자 마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스스로 참여했다. 박팔용 경북 김천시장은 앞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당공천제로 인해 기초단체장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완전히 매여 있다"며 "공천제는 정당과 지역구 의원의 '기득권 불리기'일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폐지추진 모임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법안 제안 이유에서 정당공천제가 △당내 후보 경선을 겨냥한 '종이 당원'을 양산하고 △공천 부조리를 야기하며 △선거 과정에서 편가르기를 심화시키고 △고비용 선거를 조장하는 등의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공천제 폐지, 시작전부터 발목 잡기 그러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자당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 움직임에 대해 "당론이 아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의장은 22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를 통해 "어제(21일) 우리 당 중진의원과 열린우리당 의원 여러 명이 모여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도가 잘됐든 잘못됐든 간에 당선자들이 직무 수행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폐지 법안'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안맞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 여부는 일정 기간 제도를 시행하고 주민 여론도 듣고 한 뒤 다음 대통령선거 이후의 여러 가지 정치 개혁 논의와 함께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4년 후에 치를 선거 얘기를 (당선자들이) 취임도 하기 전에 끌어내는 것은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이게 바로 정치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모습이다"며 "이런 일은 우리 당의 당론도 아닐뿐더러 지금 당장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은 1994년 제1회 동시 지방선거때부터 실시돼 왔고 기초의원 정당공천은 지난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에 따라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바 있다. ◆김혁규 지방선거 발판 삼아 정치권 '핵'으로
5·31 지방선거 이후 부산·경남 여권 인사들의 역학구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김혁규 의원, 윤원호 부산시당 위원장과 최철국 경남도당 위원장 등은 지방선거를 발판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반면 선거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발언으로 곤혹을 겪은 김두관 전 최고위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 민정수석은 재기를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섰다. 김혁규 전 최고위원은 선거참패 후 '당 지도부 전원사퇴'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김근태 전 최고위원의 당 의장직 승계를 강하게 반대하는 등 제 목소리를 냈다. 또한 지난 4일 최고위원 사퇴를 강행하며 "차제에 노선 수정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해 '실용주의'를 앞세운 전면적인 노선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지도부에서 물러난 김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 및 범 여권 인사들과 접촉을 가지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측근인사는 "일부 PK 의원들도 이미 김 의원을 대권주자로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방선거 이틀 전 정동영 의장 사퇴를 요구한 김두관 의원은 당의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비난 속에서 새로운 입지 찾기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의 풍전등화 앞에서 힘든 고민 속에 밝혔던 제 뜻이 거듭나려는 우리당을 위한 충언임을 이해해달라"며 자신의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어 "전국의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나는 100일간의 긴 여정을 갖고 평당원 보고서도 올리겠다"고 말해 중앙 무대로의 복귀 여지를 남겼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권 안팎에선 그의 발언이 향후 정치적 입지까지 옥죄는 자충수가 됐으며 그 여파에서 헤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이 들고 나온 '정당공천제 폐지'는 그 성공여하에 따라 김 의원이 여권 내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는 데 중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번 2월 전당대회 때도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원이 1∼2위를 다투고 있었지만 '김혁규 대세론'도 만만치 않게 세력을 떨쳤다. 현재 실용주의 계파를 이끌었던 정 전 의장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구심점을 잃고 한발짝 물러난 데다, 열린우리당 비상체제를 맡은 김근태 의장과 GT가 풍전등화의 열린우리당을 살려내지 못할 경우 결국 다음 당권은 김 의원에게 넘겨질 가능성도 큰 것이다. ◆다음은 '기초단체장·의원 공천폐지' 참여 의원 임시공동대표: 김혁규(우리당) 심재덕(우리당) 이상배(한나라당) 홍문표(한나라당) 최인기(민주당) 김낙성(국민중심당) 간사: 이시종(우리당) 준비위원: 강길부 강혜숙 강창일 김교흥 김우남 김재윤 김종률 김형주 노영민 노현송 박상돈 변재일 서재관 신학용 안병엽 오제세 우제창 원혜영 유필우 윤원호 이근식 이상민 이영호 이용희 장경수 조경태 주승용 채수찬 최철국 한광원 (이상 우리당) 김학원 (이상 한나라당) 이정일(이상 민주당) 류근찬 정진석(이상 국민중심당) 권선택(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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