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 남지연
  • 승인 2006.06.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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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번지~!” 찰나의 선택으로 하늘을 날다, 번지점프의 스릴 속으로
백만 번 “할 수 있다”고 결심하고 올라서도 결국 "찰나의 선택"에 "가부(可否)"가 결정되는 곳. 번지점프다. 60m가 넘는 번지 대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잘 뛸 수 있다"고 다짐해 보아도 결국 “번지”와“못해” 사이의 간극은 채 1초도 되지 않는다. 어떤 다짐으로 뛰어내렸건 번지점프는 ‘용기’의 대명사다. 용기 있는 자에게 세상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아니, 용기 있는 자가 더 많은 기회를 잡는다는 표현이 더 맞는 말이겠다. 용기 있는 자가 더 많은 기회를 잡고 용기 있는 자가 더 큰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법. 꿈틀대는 열정을 주체 할 수 없는 당신에게 번지 점프는 꿈이다. 떠나자, 아니 던지자! 온 몸을···
★ 60m를 넘어선 아찔한 쾌감, 그 짜릿한 묘미 번지점프는 지난 1995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이후 “한다는 사람은 한번쯤 뛰어 내려본” 꽤 유명한 모험레포츠 중 하나다. 번지점프의 높이도 점차 높아져 강원도 청평의 번지점프와 인제의 번지점프 모두 60m를 넘어서고 있다. 빌딩 한층 높이를 3m로 잡았을 때, 20층에 해당하는 높이다. 인제의 번지점프는 63m, 청평의 번지점프도 62m가량 된다. ★ 주춤, 주춤… 그래도 뛴다! 추락의 아찔한 긴박감을 즐기는 게 번지점프의 매력이다. 번지점프의 사전 상 정의는 “수십 또는 수백 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려 추락의 아찔한 긴박감을 즐기는 스포츠, 고무로 만든 긴 줄의 한쪽 끝을 발목과 몸통에 묶고 한 끝을 물체에 고정한 뒤 뛰어 내린다”고 되어 있다. 번지점프가 국내에 도입된 초기에는 각종방송 프로그램에서 앞 다퉈 번지 대에 연예인들을 세웠다. 그리고 그들이 슈퍼맨 자세로 공중을 가로지르며 번지점프를 할 때면 화면은 갑자기 슬로우로 바뀌고, 어디선가“I believe I can fly~”라는 팝송이 흘러나오는 게 수순. 하지만 현실이 어찌 방송과 같겠나. 번지 대에서 발이 떨어지는 순간 “슬로우”로 바뀔 것만 같던 시계는 빠르면 빨랐지 결코 느리게 흐르지는 않는다. 방송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번지 대에 서서 “못하겠다”며 포기하고 내려오는 경우는 방송보다 현실에선 훨씬 적다. ★ 포기 선언 남자>여자 호연지기의 상징 번지점프의 성공률은 여성이 더 높다고 한다. 게다가 재미있는 사실은 번지점프를 하러 번지 대에 올랐다가“포기”를 선언하고 내려오는 이들의 상당수는‘남성’이란다. “여자들이 못하겠다고 포기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남자들은 종종 있어요.” 번지점프 관계자의 말이다. 정확한 통계치를 낼 수는 없지만, 호연지기의 상징, 용기의 상징인 번지점프 앞에 여성이 훨씬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사례다. ★ 몸무게 40kg 미만 100kg 이상, 고혈압 환자는 "안되요~"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연령은 정확히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13세 이상, 50세 미만으로 한다. 이는 몸무게와 혈압정도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몸무게의 범위는 40kg에서 과체중의 경우 100kg까지다.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는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고혈압’의 유무. 번지점프대에서 마지막 카운트 순간을 함께 하는 강사는“심장 약하신 분, 고혈압 있으신 분은 절대하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번지점프가 스릴을 즐기는 레포츠다 보니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부담이 다른 레포츠보다 큰 편. 하지만 이 역시 심리적인 부담일 뿐 실제 사고는 거의 없단다. 또 한 가지 반드시 지킬 점은“음주금지”. 간혹 엠티 온 기분에 혹은, 야외로 나온 해방감에 들떠 음주번지를 시도하지만 이는 고혈압 환자가 번지점프를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다. ★ 번지점프에 관한 또 한 가지 편견 “번지점프를 하면 반드시 물이 빠져야 하나요?” “아니요. 요즘은 잘 안 빠뜨려요.” 번지점프에 관한 방송이 나올 때면 의례 출연자들이 점프대에서 뛰어내린 후 물에 쏙~ 빠졌다고 다시 공중으로 분수를 뿜으며 공중으로 바운드되는 장면이 각인돼 있기 때문인지 이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 물에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행여 옷 젖을 걱정일랑 말자. 다만 공중에서 아래로 낙하할 때 흙바닥보다 강을 바라보며 낙하하는 것이 훨씬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들 말한다. 강을 바라보며 낙하하는 곳으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 내린천, 번지점프보다 레프팅으로 유명한 그곳에서 온몸이 떨어진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 싶다. 레프팅의 출발점인 내린천 상류는 바위와 급류로 물살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지만, 번지점프가 이뤄지는 이곳은 내린천과 서화방면 인북천과 용대방면 북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강폭은 넓고 물살은 잔잔하다.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높은 번지점프 타워가 옆에 없었다면 모험레포츠는 커녕 이곳에서는 한가로이‘물수제비뜨기’를 해야 할 만큼 정적이다. ★ 번지점프의 최고의 순간은 언제? 한번 치솟았다 내려올 때 쾌감이 크다. 번지점프를 할 때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은 언제일까. “번지~”를 외치며 낙하하는 순간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정작 가장 큰 공포감이 몰려오는 순간은 번지 대에 오를 때까지와 홀로 선 순간이 가장 외롭고 공포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라고들 말한다. “하나, 둘, 셋, 번지~~!”. 정작 낙하의 순간은 ‘어벙벙~’. 하지만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더 큰 공포가 밀려온다. 번지점프 최절정의 스릴과 재미는 한번 바운드 된 후 다시 튕겨 올려지는 느낌과 두 번째 하강할 때의 쾌감이다. 소위 “표정관리 안되는 순간”. 웃지도 울지도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바로 이 순간. 평생에 한번 느껴볼까 말까 한 기분이지만, 게 중에는“한번 더 타겠다”고 자청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 뿐인가. 일반인이 손에 카메라를 묶어 번지점프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간 큰” 이들도 있다고 하니 놀랄‘노’자다. ★ 세상으로의 강한 도전! 뉴질랜드에서의 번지
번지 점프에 대한 열광은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낭떠러지 위에 모여드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이곳에서의 추락을 꿈꾼다. 오직 세상과의 인연은 발목에 묶인 로프뿐이다. 뉴질랜드 퀸스타운에 있는 카와라우 다리에서 벌어지는 약간은 무모한 이 행위(?)에 사람들은 왜 열광하는 것일까? 번지점프는 어쩌면 보는 사람들이 더 숨죽이며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이미 도전한 사람들은 번지점프야말로 최고의 레포츠이자 나를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번지점프는 더 이상 목숨을 건 도전이 아닌 넉넉히 품어줄 것만 같은 자연의 큰 품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번지점프를 해보지 않고 젊음을 과시하지 말라. ★ 세계의 모든 젊음이 있다 한국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의 멋진 번지점프 모습을 촬영한 곳이 바로 뉴질랜드의 '퀸스타운'. 환상적인 자연환경과 전통적인 유럽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곳으로 특히 유명한 호수가 많다. 여왕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호수주변을 성벽처럼 둘러싼 더 리마커블스의 눈덮인 하얀 산정은 마음까지 고요하게 잠식시켜 준다. 이런 낭만적인 도시에서 조금은 과격한 젊음이 발산되는 번지점프 같은 레포츠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퀸스타운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카와라우강의 다리에 설치된 번지 점프대를 본다면 절로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안정성과 47m 높이의 아찔함을 자랑하는 이곳에선 고객이 원하는 신체부 위까지 강물에 빠질 수 있도록 로프의 길이를 조정해 주는 친절(?)까지 베풀어주기도 한다. 초보자들에게는 주로 앉은 자세나 뒤로 넘어지는 자세를 권하고 있는데 뜸을 들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당당하게 도전에 응한다. 그리고 주의할 점은 점프 후에는 절대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눈을 감으면 2,3초 밖에 되지 않는 일생 단 한번의 스릴과 쾌락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낙하지점에 도달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재미있는 상·하 바운스가 4∼6번 정도 이루어진다. 거꾸로 보이는 세상… 사람들은 이때 무슨 생각들을 할까? 끝나면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부터 세상은 정말 살아볼 만 하다는 생각까지 다양할 것이다. 뿌듯함과 대견함이 마음속에서 쑥쑥 자라면서 이곳에서 발급해 주는 자랑스러운 증명서와 기념 티셔츠를 받게 된다. 앞으로 이 증명서는 평생 일상의 지쳐있는 마음과 몸을 충만한 에너지로 계속 채워줄 것이다. ★ 번지점프가 사회에 공헌을?! 번지점프에 대해 학자들은 번지점프를 즐기는 것은 마약이나 범죄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심리에서 출발한다고 분석한다. 새로운 흥분을 찾는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탈출구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번지점프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즉 번지점프가 사회정화 부분에도 혁혁한 공(?)을 세운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번지점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지 지친 영혼을 자연의 공간 속을 날며 달랠 수 있고 자신감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다는 것만 느낄 뿐이다. 그리고 추락하는 모든 것을 넉넉히 품어주었던 따스한 자연을 영원히 기억할 뿐이다. 젊음의 열기로 활활 타오르는 그 날개 짓으로 누구나 새가 되어 날 수 있다. 《단신》 번지점프, 알고 갑시다 ◎ 유래 번지점프는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바누아투의 펜테코스트섬 주민들의 성인축제에서 비롯됐다. 나무탑 위에 올라간 후 칡의 일종인 번지라는 열대덩굴로 엮어 만든 긴 줄을 다리에 묶고 뛰어내려 남성의 담력을 과시하는 의식에서 유래된 것. ◎ 준비물 번지점프를 할 때 준비물? 준비물 같은 건 없다. 다만 건강한 신체와 교관의 설명과 지시에 잘 따르고 근육의 긴장을 풀 수 있는 준비운동 정도다. 하지만 번지점프는 뛰기 전도 중요하지만 뛴 후 흥분된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 역시 번지점프를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 가격 바디번지 35,000원. 앵클번지 40,000원. 슬링샷 20,000원. 단체요금 30,000, 27,000원 ※ 슬링샷은, 일명 로켓 번지로 2인이 탑승하는 역 번지 원리다. 시설규모로는 2명이 함께 탑승할 수 있으며 번지코드와 안전카를 지탱하여주는 30M 높이의 타워가 양쪽으로 설치되어 있고 안전 카 밑 부분의 자력에 의해 발사되도록 구성돼 있다. 《단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 점프를 하다
남아공의 가장 유명한 관광 코스 중에 하나인 가든루트(garden route). 그 가든 루트 여정 중에 만나는 나이시나(knysina) 지방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 점프를 할 수 있다. ♥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라우크란스 브릿지 나이시나에서 포트엘리자베스(port elizabeth)가는 길목에 있는 라우크란스브릿지(blaauwkrans bridge). 스톰 리버(storm river)를 가로 질러 있다.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다리라는 이곳은 지상에서 400여 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고 한다. 번지 점프대는 그 다리 밑 교각에 설치되어 있다. 바다를 낀 절벽과 절벽 사이를 잇고 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다리 위를 달리는 두 량짜리 탱크롤리의 모습이 왜소하고 작게 보인다. 남아공에서 일주일 내내 문을 여는 곳은 그리 흔하지 않은데 이 곳은 일주일 내내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 점프 216미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번지 점프를 한번 하는데 내야하는 금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8만원 정도이고 다리 상판 밑에 있는 점프대까지 가는데 만도 1만8천 원 정도의 돈을 내야한다. 그 다리 위를 걸어가는 것도 웬만한 강심장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것일까? 자신의 한계를 번지 점프를 통해 확인해보고 싶은 것일까? 모두들 저마다 다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게다. ♥ 7초의 시간, 자신의 한계에 도전 다리 위에서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몇 백길 높이의 계곡으로 몸을 던진다. 그럴 때마다 전망대의 사람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몇몇 사람들은 마치 제 몸이 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 몸서리를 치곤 한다. 7초의 시간. 그 짧은 시간,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몸은 던진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떨어지기 바로 직전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도저히 도전 해볼 용기가 없는 사람들은 무수한 추측만을 하며 하나둘 자리를 뜬다. 번지 점프 하는 것을 구경하고 바로 그 다리를 건너 계곡을 찾아 그 다리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 멀리서는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저 다리위에서 지금도 역시 어떤 이유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은 누군가가 뛰어 내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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