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저는 친일 후손입니다” 공개 사과
홍영표 “저는 친일 후손입니다” 공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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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행적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조국 더 사랑하며 살아가겠다”
▲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이 조부의 친일행적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이 조부의 친일행적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홍 의원은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친일과 망각을 보았습니다. 친일 후손으로서 사죄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조부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조부의 친일행적에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먼저 “친일파의 후손인 제가 민족 앞에 사죄하는 길은 민족정기사업에 더욱 매진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고 독립유공자 어른들과 후손들도 자주 뵌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이어 “‘조부의 죄지, 태어나지도 않았던 네가 무슨 죄냐’고 위로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민족정기사업으로 칭찬을 받을 때는 거리 한복판에 벌거벗고 서 있는 것 같은 부끄러움에 그 자리를 피하고만 싶다”고 고백했다.

홍 의원은 이 같은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지난 7월 하순 친일후손의 오늘을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준비한다는 한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무척이나 망설였고 결국 인터뷰를 했다”며 “부끄러움을 아는 후손, 용서를 구하는 후손으로 사는 것이 그나마 죄를 갚는 길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고 털어놨다.

홍 의원은 또 “사법적 연좌제는 없어졌다 해도 일제식민지배에 대한 국민들 가슴 속 분노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실을 밝히며 사죄하고 반성하는 것이 자손인 저의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렇게 제 인터뷰가 나오기 전에 공개적으로 사죄의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또 “어린 시절부터 저는 제 조부가 몰락했지만 한 때 나눌 줄도 알던 넉넉한 지주였고 고창고등보통학교 설립에 참여한 교육자로 알았다”며 “참여정부에서 일할 때 큰 집 형님들이 친일인명사전에 조부가 등재되었다며 이의제기를 하자고 자료들을 들고 찾아오셨던 그 날을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어떤 사정이 있었건, 교육자로 선행을 했던,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고 부역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친일행위라고 말씀드리고 형님들을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젊은 시절 청춘을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고 자동차회사 용접공으로 노동운동에도 참여했다”며 “그 때나 지금이나 단 한 번도 일제의 만행을 옹호하지 않았고 일본의 현대사 왜곡과 제국주의 부활에 동조하지도 않았으며 조부로부터 그 어떤 자산물림이나 부의 혜택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제 아버지는 서울대 법대에 재학하며 법조인의 꿈을 키우다가 이 사실을 알고 20대에 스스로 낙향해 평생 후학을 가르치며 사셨다”고도 했다.

홍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그 보다 먼저 어쩔 수 없는 친일후손으로서 운명같이 제가 할 일을 해오고 있다”며 “그러나 매년 3.1절, 광복 70주년인 이번 8.15광복절이 다가올 때는 솔직히 부끄럽고 어디론가 숨고 싶지만, 그럴수록 부끄러움을 아는 후손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낸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부의 친일행적에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피해를 입고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거듭 용서를 구한다. 저는 조부의 행적을 원망하지만 조국을 더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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