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항정신의약품이 사망 이유 증거 없고, 피해 여성들 심신미약
장애인들에게 항정신의약품을 강제로 먹여 6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구속됐던 목사에 대해 검찰이 상해치사와 성폭행 등의 주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인권단체와 피해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서울경찰청은 경기도 김포시에서 미인가 장애인 시설을 운영해 온 정모 목사(67)를 상해치사와 성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시설에 수용되 있는 장애인들이 반항한다는 이유로 항정신의약품을 강제로 먹인 뒤 방치해 6명이나 숨지게 하고, 며느리를 비롯한 장애 여성 3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이유였다. 박학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장애인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폭행을 일삼았으며, 반항하는 장애인들에게는 항정신의약품을 강제로 먹여 그 중 6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에 대해 정작 검찰은 지난 9일 대부분 주요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채 폭행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정 목사를 기소했다. 6명이 숨진 이유가 항정신의약품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또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3명의 여성은 단순히 심신이 미약한 정도일 뿐 장애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당사자가 1년 내에 고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 활동을 벌여 온 인권단체들와 피해 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강제로 약을 먹이는 것을 목격한 이들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또 성폭행 피해에 대해서는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아 장애인에 대해 이중적 잣대를 적용했다는 주장이다. 김정하 진상조사위원은 “강제로 약을 먹는 것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장애여성들인데 그들의 증언은 장애인의 진술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검찰 불기소처분을 내렸다"며 "검찰이 장애인들에 대해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6명이나 숨지게 한 정 목사에 대해 검찰이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상해치사와 성폭행 등의 혐의에 대해 철저히 재수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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