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해제 요구, 진정성 있나?
5.24 해제 요구, 진정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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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이 때 아닌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5.24조치 5주년을 전후로 한창 정치권이 떠들썩하다가 잠잠해지더니, 근래 들어 갑자기 다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기자회견에서 집권비전을 제시하며 5.24제재 조치 해제 주장을 펼치고 나선 이유 때문이다. 야당에서 의례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5.24조치 해제 주장이 아니었다. 김무성 대표에게 공동으로 5.24조치 해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하자고 제안하면서 이슈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의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남북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5.24조치도 언젠가 풀기는 풀어야 할 숙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최소한의 명분은 갖춰야 하는 것이 기본 아니겠는가.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남북교류협력과 경제활성화라는 우리 자체의 명분만을 내세워 5.24조치를 해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위치에서 공식적 사과가 이뤄져야 할 것이고, 아울러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일도 필수적이다. 그런 기본적인 조치정도는 취해져야 5.24조치 해제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에 더해서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북한은 목함 지뢰로 또 다시 도발했고, 우리의 젊은 병사들은 이 때문에 큰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은 끊임없이 이 같은 무력 도발을 일삼으며 우리에게 5.24조치 해제를 위한 명분을 단 한 순간도 주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데, 또 지뢰 도발 사태가 발생한 지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았는데, 5.24조치를 해제하자고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얼마 전 국회의원 정수를 대폭 확대하자고 주장했다가 슬그머니 없던 일로 만든 것도 그렇지만, 역시나 야당은 국민 정서를 읽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지뢰 도발로 북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큰 이 상황에, 꼭 지금 5.24조치를 해제하자고 그렇게 큰 목소리로 이슈화 시켰어야 했을까? 문재인 대표가 집권비전을 제시하기에만 급급했지, 국민적 정서나 국·내외 정세는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물론, 여권 내에서도 앞서 5.24조치 해제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져 왔었다. 친박계와 비박계 할 것 없이 5.24조치 해제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인사들이 소신껏 자기 입장들을 밝혀왔고, 여권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까지도 지난해 10월 열린 통일준비위 2차 회의에서 5.24조치와 관련해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어 풀어나가야 한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야당은 이런 박 대통령의 전향적 입장에 연일 환영의 뜻을 표했고, 5.24조치가 곧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었던 남북 당국의 고위급 접촉은 이뤄지지 못했고, 그런 상황 속에서 또 다른 불신들이 상호 쌓여버리게 됐다. 그리고 최근 이 같은 지뢰 도발 사태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5.24조치를 해제 하더라도 상황이라는 게 있고,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정부나 여권에서도 5.24조치 해제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이미 확인한 상태다. 5.24조치가 우리에게도 필요악이라는 것을 여권 또한 모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만일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지금 당장 5.24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제한다면, 평화가 싹트고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우리 국민 정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얘기인가? 지금은 북한에 당근을 주면서 평화를 바랄 때가 아니다. 당근도 북한이 조금쯤은 전향적 자세를 취하고 손을 내밀 때 주어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북한 문제를 두고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랄 뿐이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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