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24조치 해제‧UFG연습 중단 언급도 못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66)은 이번 접촉에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66)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비서(73)를 상대로 연평도 포격 등 과거 북한의 도발사례까지 거론하면서 북측의 책임을 강력히 추궁한 뒤 목함지뢰 폭발 사진자료 등을 보이며 우리 국민의 부상에 대해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북측은 “잘 모르는 일”이라 부인하며 지뢰도발에 대해 넘어가려는 태도를 취했다. 이들은 여러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걸 다 들춰서 따지기보단 앞으로 어떻게 잘할지 논의하자는 논리를 폈다.
그러자 우리 측은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 목함지뢰 건을 정리해야 다음을 얘기할 수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은 “나는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라며 언성을 높여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북측은 이처럼 회담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기 일쑤였지만 대외적으로 불리한 상황과 맞물려 오직 이번 남북간 접촉을 통해 대북확성기 방송 등의 현안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강력한 협상의지를 보여 회담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래선지 북측은 “이 문제를 풀어야한다. 이 상태로 가선 안 된다"는 취지의 의사를 자주 표했고, 황 총정치국장이나 김 당 비서가 평화의 집에 온 것은 처음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우리측에 자신들의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담장에서의 모든 협상과정이 서울과 평양 지도부 양측에 CCTV와 오디오로 실시간 중계됐기 때문에 사실상 남북정상의 대리전 양상을 띠어 양측 대표단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웠고 그러다보니 중요사항은 서울과 평양으로부터 훈령을 받기 위해 회담을 정회하고 장시간 대기하기도 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웠기에 회담장이 아닌 평화의 집 내 별도 장소에서 남북 정부의 모니터링 없이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이 비공개 일대일 접촉을 하기도 했는데 24일 밤 11시경에야 의견 접근이 이뤄졌고 자정까지 합의가 이뤄지며 공동보도문이 작성됐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다만 문안 작성 과정에서 지뢰도발 시인·사과와 재발방지 관련 문구를 두고 또다시 진통이 있었지만 결국 보도문엔 우리측 의견이 반영됐다.
또 보도문에 추석쯤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다는 문구는 들어갔지만 대체로 지뢰도발 안건에 집중하다보니 타 현안을 다룰 여유가 없어 북측이 주장했던 UFG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이나 5·24조치 해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북측이 언급했으나 우리측 반대로 다뤄지진 못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발표 형식과 관련해선, “이분들의 위치와 접촉 결과 내용을 봤을 때 이 국면을 넘기기 위해 합의한 게 중요했을 뿐 형식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며 “양측이 공동발표(공동보도문)하면 좋겠다고 뜻을 모았고 복잡한 논쟁 없이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통일부는 이날 남북 당국회담 정례화 약속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만나 사업을 논의하는 회담들이 필요하고 중심이 되는 협의체가 있어야 한다”며 “남북당국간 회담을 체계화하고 정례화해야 한다. 형식이나 누가 수석대표를 할 것이냐는 이제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에 한 것(2+2접촉)은 필요하면 열릴 수 있다. 최고 지도자들의 뜻을 담아서 문제를 해결해야할 때는 가능하다”며 이번 접촉과 같은 형태의 회동이 추가로 개최 가능성도 열어뒀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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