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은 빅딜 잔여 자금 마련 창구?
한화생명은 빅딜 잔여 자금 마련 창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당 확대에 장부상 이익 가공, 현금 지원 포석 주장 제기돼
▲ 한화생명이 지난해부터 배당 성향을 높이거나 계열사들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고 1조원대의 장부상 이익을 가공하는 등 그룹 차원의 현금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해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4개 계열사를 인수키로 한 ‘빅딜’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자금 조달 계획 전망을 둘러싸고 한화생명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 금융당국 및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한화생명은 지난해부터 배당 성향을 높이거나 지주사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고 1조원대의 장부상 이익을 가공하는 등 그룹 차원의 현금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기에 한화생명이 연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을 늘린 후 이를 다시 매각해 또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장부상 이익을 가공한 채권도 연내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그룹과의 빅딜 자금 마련을 위해 한화생명이 그룹 차원에서 현금 만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1조9000억여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체결했으며 지난 4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의 유화부문 전체 인수 대금 1조600억원 중 1차분인 4124억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대금은 내년과 2017년 추가로 지급하게 된다. 이어 삼성테크윈 최종 인수금액 8232억원 중 4719억원은 6월 말 지급했다. 나머지 3513억원 역시 내년과 2017년 추가 지급한다. 삼성탈레스는 삼성테크윈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자동으로 한화로 인수됐다.
 
아직 납부되지 않은 금액이 1조원에 가깝다. 이에 아무리 한화그룹이라고 해도 1조원에 달하는 대금 마련이 쉽지 않은 만큼 현금 창출 능력이 가장 뛰어난 한화생명이 잔여 대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채권 계정 재분류는 자금 유출 대비?
이 같은 분석은 최근 한화생명이 지난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1조원에 달하는 장부상 이익을 가공한 사실이 뒤늦게 파악되면서 그간 행보와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김연배 부회장이 취임한 직후 보유중이던 만기보유채권을 전부 매도가능채권으로 변경하는 채권 계정 재분류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평가 차익은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회계규정상 만기보유채권은 장부에 원가로 기록된다. 하지만 매도가능채권은 중간에 팔 수 있는 채권인 만큼 시가로 평가된다. 원가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 평가 차익인 1조원 가량이 장부상 이익으로 가공된 셈이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방법은 주로 대주주가 낮은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별 다른 수가 없을 때 쓰이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을 산정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건전성 지표 중에 하나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200% 가량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의 1분기 RBC 비율은 322.2%로 권고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이에 장부상 이익을 1조원 가량이나 가공해 RBC 비율을 높인 것은 채권을 팔아 대규모의 현금을 만들거나 다른 곳에서 자금이 유출될 경우를 미리 대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회계 규정상 한 번 매도가능으로 분류된 채권은 최소 2년 동안 만기보유로 되돌릴 수 없다.
 
한화생명 측은 “시가 기준으로 가공된 평가차익인 만큼 금리 변동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국내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확률이 높은 만큼 이로 인해 채권 값이 떨어지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한 이례적인 한화생명의 변칙성 채권 계정 재분류는 역시 삼성과의 빅딜 잔여 대금 마련을 대비한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은 한화생명의 채권 계정 재분류에 대해 재무 건전성을 눈속임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당국이 대규모 배당을 자제하라는 뜻을 비쳤다는 점에서 한화생명의 배당 확대는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또한 금융당국은 한화생명의 채권 계정 재분류에 대해서도 재무 건전성을 눈속임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홍금표 기자
◆1조원대 자금, 확보되면 어디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한화생명이 RBC 비율을 연내 270%로 예상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연내 대규모 자금 활용 가능성도 높아져 가고 있는 분위기다. 매도가능으로 분류된 채권들을 연내 처리하고 마련한 1조원 가량의 현금이 다시 빠져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한화생명의 현금 지원 움직임과 결부시켜 계열사들에 대규모 배당 등을 이 자금으로 실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자산총액은 82조2955억원으로 2위인 한화손해보험 9조63억원과 큰 격차로 그룹 내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은 그룹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다.
 
한화생명은 올해 1주당 180원, 총 1500억원 가까운 현금 배당을 실시해 지난해보다 36% 가량 증가한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 역시 지난해 28%에서 36%로 크게 뛰었다. 이 배당금 중 389억원은 1대 주주 한화건설로 흘러들어갔고 339억원은 3대 주주인 ㈜한화로 지급됐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7억3000만원을 받았다. 2대 주주 예금보험공사는 387억원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이미 기록적인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업계의 자산 운용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점을 우려해 대규모 배당을 자제하라는 뜻을 비쳤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배당 확대는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더구나 지난해 한화생명은 두 차례의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당기순이익은 2013년 대비 8.1% 줄어든 4140억원에 머물렀다. 배당을 크게 확대할 유인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지난 6월 한화생명은 ㈜한화와 425억원 규모의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한화가 한화생명 외에도 한화손해보험·한화케미칼·한화건설 등 주요 계열사와 맺은 브랜드 라이센스 계약은 총 850억원 대로 추산된다. ㈜한화가 브랜드 라이센스 계약과 배당으로 확보하게 된 현금만 해도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결국 여러 정황들이 맞물리면서 이 같은 한화생명의 현금 지원 움직임이 연내 또 재현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는 “한화의 M&A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금 배당 능력이 가장 좋은 자회사인 한화생명으로부터 배당금을 많이 받아야 할 것”이라는 리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한화생명 “추측 모두 사실 아냐” 강력 부인
하지만 채권을 팔아 마련되는 1조원대의 현금을 배당 등으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덩치가 크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예 한화생명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 지분을 확보하고 주가가 오르면 이를 통해 차익을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2대 주주 예금보험공사 곽범국 사장은 한화생명 주가가 20여년간 공모가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며 주가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보유 채권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고 ㈜한화 등을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어떤 시나리오든 간에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이 한화생명을 통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매입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다만 한화생명 측은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어 향후 한화생명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생명 측은 장부상 이익을 가공한 것에 대해 ”저금리 기조에 맞춰 보다 적극적인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높이고자 마련된 전략일 뿐”이라며 특별한 다른 목적이 있다는 얘기를 줄기차게 부인하고 있다.
 
또한 자사주 매입설과 매각설에 대해서도 검토된 바 없다며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과의 빅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련의 움직임들을 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충분히 현금 마련을 위해 한컴과 드림파마 등 계열사를 매각하는 ‘군살빼기’를 통해 안정적인 자금 확충을 이어가고 있다며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한화생명은 RBC 비율을 270%로 맞추겠다는 얘기도 한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