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일본진출 초읽기…‘묘수’ 될까?
빙그레, 일본진출 초읽기…‘묘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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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실패 경험에 우려 시선도
▲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빙그레는 일본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뉴시스
빙그레의 국내 실적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가운데 최근 공격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과연 이 같은 경영전략이 묘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빙그레는 일본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빙그레는 이미 3년 전 일본기업 시코쿠유업으로부터 로열티를 지급받은 뒤 현지에서 바나나 맛 우유와 딸기 맛 우유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일본에 진출한 적이 있다.
 
시코쿠유업은 시코쿠 지역 유음료 1위 업체로 일본 전체 10위권 규모의 전문 유업체로 당시 업계에서는 빙그레가 품질에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많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빙그레는 결국 매출 부진으로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이에 빙그레의 이번 시도는 일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재도전으로 풀이된다.
 
이날 빙그레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진출 검토중인 것 맞다”며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건 없고, 현재 시장조사 단계”라고 설명했다.
 
◆ 빙그레, 보수적 스타일 탈피
 
평소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고수하는 곳으로 알려진 빙그레의 해외사업 스타일은 주로 해당 국가의 기업과 기술협약을 맺는 방법과 같이 간접적인 선에 그쳤었다. 초기 비용과 투자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2013년 9월 처음으로 브라질에 100% 직접 출자한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투자방식을 공격적으로 바꾸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브라질 내에서는 빙그레의 대표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 브라질 국영 TV EBC는 몇 해 전 메로나의 맛과 인기 비결을 취재하기도 했다.
 
빙그레의 해외사업 부분 전략의 미묘한 기류변화에는 중국 수출이 폭증한 영향이 가장 크다. 빙그레는 지난해 중국 상해 법인을 설립했다. 전년도인 2013년 중국 수출액이 150억원을 넘어서면서 5년 만에 30배가량 성장한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지난해 중국 현지에서 모방 제품이 크게 늘어나 매출 규모는 100억원으로 감소했다.
 
◆ 해외매출, 전체매출의 10% 수준
 
빙그레의 국내 실적을 살펴보면,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매출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하락세에 머물렀다. 2010년 6854억 원 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8210억 원으로 4년 만에 20% 올랐지만 동기 영업이익은 오히려 30% 떨어졌다. 영업이익률 역시 8.71%에서 3.61%p 하락한 5.09%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역시 별도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387억원, 1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9%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2574억원, 248억원 보다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 같이 국내시장 경쟁이 심화되자 빙그레는 구멍 난 수익성을 메워줄 방법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경우 투자에 나서지 않았던 과거 빙그레와 비교해 최근의 기류 변화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몇몇 해외법인의 현지 반응이 좋다고는 해도 지난해 해외매출액이 연간 매출액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500억 원 수준임을 생각하면, 공격적인 해외진출 전략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박영준 대표, 취임 5개월째…과제는?
▲ 수장자리에 오르자마자 ‘실적 개선’이란 무거운 숙제를 안은 박영준 빙그레 대표에 대한 관심이 높다.ⓒ빙그레

 
국내 실적 악화와 해외 시장 진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빙그레의 키워드는 실패와 도전이다. 이와 맞물려 지난 4월 취임한 박영준 빙그레 대표에 이목이 쏠린다. 박 대표는 1981년 빙그레에 입사해 영업담당 전무, 해외사업담당 전무 등 거치면서 빙그레의 내부 사정과 업계 흐름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대표는 수장자리에 오르자마자 ‘실적 개선’이란 무거운 숙제를 안았다. 유제품의 국내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새로운 활로 모색도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박 대표는 취임한지 1주일 만에 빙그레의 일부 메론맛 우유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되면서 제품이 전량 회수 처리되는 등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져 나오는 ‘악재’를 만났다.
 
최근 박 대표의 실적 개선과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대한 고민은 해외진출이라는 답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익성 면에서 견고하지만 이렇다 할 신규 사업이 없어 외형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동안 간과하거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의 가치를 발굴해 내는 과정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면서 “ M&A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고, 가능성 있는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우유’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바나나맛 우유가 주는 정서적 유대감을 생각하면 국내 유제품 시장의 침체가 나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빙그레의 해외진출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묘수가 되기를 바라는 시선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몇 차례 해외시장에서의 뼈아픈 기억을 생각하면 이번 일본시장으로의 진출에서는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시사포컷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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