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현금 쌓인 이유는 ‘차환’ 덕분?
하이트진로, 현금 쌓인 이유는 ‘차환’ 덕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적 반등세지만 차입금 상환 규모 축소 우려
▲ 하이트진로의 실적이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올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이트진로의 실적이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오른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하이트진로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408억6269만원에 달한다. 이는 현금 73억5084만 원, 보통예금 315억9363만원, 당좌예금 113억9204만원, 기타예금 905억5261만원이 합해진 액수다. 전년 동기 총 541억9532억원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 년 만에 약 3배가 많아졌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만기가 도래했던 1000억원을 새로 채권을 발행해 상환하는 ‘차환’ 방식으로 갚았다. 이 과정에서 당초 3.8%였던 금리가 2.3% 수준으로 낮아졌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발행 금액을 200억원 늘렸다.
 
하이트진로의 차입금 규모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늘어났다. 지난해 말 총 차입금은 1조1740억원 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말 1조2295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사채가 각각 352억원, 499억원이나 증가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새로운 대규모 차입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만기도래로 갚아야 되는 차입금을 상환하지 않고 그대로 차환하면서 전체 총 차입금이 늘었다. 즉, 차입금 상환규모가 줄어들면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폭증한 것이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2368억원어치의 차입금을 상환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고작 648억원만을 상환했다.
 
◆ 회사채 발행 ‘선방’
 
앞서 하이트진로가 몇 년째 영업이익률 하락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면서 예정돼있던 회사채 발행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지난 4월 12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된 수요예측에서 4500억원이 몰려 3.75:1의 경쟁률이 나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한숨 돌렸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안정적인 소주사업과 1분기 맥주 사업 회복에 따른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1200억원 회사채 발행은 4월말 만기 상환돼야 했던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차환과, 원자재 매입 등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일 2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회사채 발행을 위해서 기업은 기본적으로 두 곳 이상의 신용평가회사에서 등급 평정을 받아야 하고, 받은 등급 중 낮은 등급을 기준으로 희망금리를 산정한다. 하이트진로가 신용평가를 받은 곳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다. 한신평은 A+(안정적) 등급을 유지했지만, 한기평은 기존 기존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A로 강등됐다.
▲ 영업이익률 기준 지난해 주류업계 순위는 ‘OB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였지만, 올해에도 하이트진로가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 업계 2위 자리 ‘흔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8723억, 937억이었다. 2010년과 비교해 매출은 75%(8059억원)올랐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7%(351억) 떨어진 수준이다. 따라서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률은 4년 사이 7.1%p 하락한 5%를 기록했다.
 
이에 당초 영업이익률 기준 지난해 주류업계 순위는 ‘OB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였지만, 올해에도 하이트진로가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롯데칠성음료가 충주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올해 3월부터 맥주제품을 내놓으며 지난해 맥주 생산량의 두 배 수준인 10만㎘를 생산할 것을 예고하면서, 하이트진로의 입지가 더욱 위태롭다.
 
◆ 3세대 오너 누구?
 
한편, 지난해 3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3세대 경영주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까지는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경영관리 전무가 아버지를 이어 경영일선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산 승계율 기준 차남인 박재홍 씨의 경우 9.3%에 불과한데 반해 박 전무는 이보다 3배가량 높은 25.2%다. 또한 박 전무가 지분 58.44%를 가지고 있는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2대주주인 점을 감안할 때 박 전무 필두의 승계설에 힘이 실린다.
 
다만, 박 회장 본인이 경영일선에 나설 당시 ‘차남 승계’로 주목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둘째 아들인 재홍씨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재홍씨는 형보다 3년 앞선 2009년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다.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재홍씨는 하이트진로그룹의 일본법인 진로주식회사 상품개발팀 사원으로 입사해 현장 경험을 쌓고 현재 상품개발팀 상무로 일하고 있다. 이는 입사 후 영업 현장에서 업무를 익혔던 아버지 박 회장의 전철을 밟고 있는 모습니다.
 
◆ ‘일감 몰아주기’ 의혹 해결돼야
 
실적 반등조짐에 3세 경영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하이트진로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하이트진로를 향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새롭게 오너 자리에 앉게 될 주자가 해결해야 될 문제로 꼽힌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부터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판단하고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의 비상장 계열사인 서영이앤티는 오너일가 지분이 99.94%에 달하는 곳으로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걸리는 곳이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 전무가 지분 58.4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그간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와 진로소주 등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에 치중한 매출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영이앤티는 2011년 매출 902억원 중 96%에 해당하는 868억원을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였고, 다음해 역시 매출 1118억원 중 97% 수준인 1086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이후 2013년 매출 873억원 중 내부거래액이 24.5%(204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었지만 공정위의 제재기준 보다 낮춰지지는 않았다.
 
◆ 키즈 사업 ‘꼼수’ 논란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키즈카페와 캐릭터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운 ‘딸기가 좋아’라는 신사업 키를 빼들었다. 이는 서영이앤티가 맥주 냉각기 제조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면서 그간 하이트진로와 진로소주로부터 일감을 받아왔지만, 향후 신규 사업을 통해 숨통을 트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딸기가 좋아’ 사업은 박 전무가 서영이앤티의 최대주주로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3세 경영’을 앞두고 박 전무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많았다. 서영이앤티는 2013년 4월 ‘딸기가 좋아’를 인수한 이후 지점을 14개로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려나갔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영이앤티가 뜬금없이 키즈 사업에 진출한 것을 두고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