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3번째 민간 정기항공사 제주항공이 제주-김포 노선에 첫 취항을 하면서 본격적인 저가 항공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인 탓일까. ‘제주항공’을 이용한 이용객들의 불만이 폭주 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제주항공 주상길 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저가 항공사가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고객서비스에 많은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엔진의 ‘1분당 회전수’ 로 인해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었던 ‘제주항공’은 이용객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과연 경쟁력 있는 ‘저가 항공사’ 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해 온 국내 항공시장의 ‘틈새시장’을 겨냥해 대형 항공사 운임의 70% 수준에 맞춘 저가정책을 통해 항공업계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 미비한 준비, 이용객들만 분통 터진다
제주항공의 항공운임은 기존 항공사 운임 보다 30% 가량 저렴한 요금으로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도입한 터보프롭Q400 기종의 탑승인원은 최대 74명이며 제주-김포 노선 운항 소요 시간은 55분에서 63분 정도. 항공기 운항 시간은 제주발 김포행이 오전 6시30분, 김포발 제주행은 오후 10시로 결정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운항 첫해 항공기 5대를 들여다 운항하게 되며 오는 2008년 3대를 추가로 도입, 8대로 4개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부실한 운영체계로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가장 기본적 서비스인 항공권 예약과 발권을 위한 전화 연결이 어려운 데다 지연 운항이 잦아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취항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고객들의 제일 큰 불만은 항공권 예약·발권이다. 제주항공은 전화와 인터넷, 제주공항과 김포공항 탑승카운터를 통해 예약·발권을 하고 있지만 전화연결이 순조롭지 못한 상태다. 전화를 걸 경우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어렵다.’는 안내 멘트가 이어지다 바로 끊겨 버린다.
인터넷 예약·발권도 원활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스템이 국내 전용 신용카드를 인식하지 못해 접속량의 30% 정도가 예약에서 발권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운항 미숙으로 인한 지연 운항도 고객들의 불만거리다. 제주항공의 주기장 체류시간은 25분으로 일반 항공사의 35분보다 10분 정도가 짧다.
때문에 운항 및 탑승관리가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게이트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제주항공측은 “하루에 예약 등 문의 전화 건수가 당초 예상한 소화량의 10배인 1만 5000여 통에 달해 15명 중 1명꼴로 통화가 가능한 상태”라며 “조만간 직원을 충원,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엇이든지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저가항공사는 운임이 싸다는 장점을 제외하고 그 이외에 몇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우선 기상악화나 정비 불량 등으로 항공편이 결항됐을 때 대체항공편 투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주항공측은 기체결함이나 정비 불량 등 자사책임으로 항공편이 결항됐을 때는 같은 노선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좌석을 추가요금 없이 제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들 항공편 좌석에 여유가 없을 때는 손을 쓸 수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상악화로 결항됐던 항공편이 정상운항 되더라도 기존 항공사들은 대체 항공편을 즉시 투입할 수 있으나 제주항공은 정상운항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려 저가항공 이용객들은 그만큼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또 기존 항공사 비행기에 비해 기체가 작고 무게가 덜 나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작은 기류변화 등에도 기체가 심하게 흔들릴 수 있어 안락함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운항시간도 기존 항공편을 이용할 때 보다 5분∼10분 정도 더 걸리며 항공기까지 버스로 이동하지 않고 건물에서 바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탑승교 시설도 이용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체가 작고 슬림해 운항 중 흔들림도 그다지 많지 않고 이, 착륙 때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며 "여러 면에서 기존 항공사를 이용할 때 보다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불황 속에서의 ‘저가항공 시대 개막’은 이용객들에게는 분명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연일 상승하는 금리와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다소 ‘얇아진’ 지갑에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주항공’은 이러한 이용객들의 기대에 부흥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저가항공기, 이 정도는 각오해야
그러나 항공기의 특성상 자칫 사소한 실수라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작은 움직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사원들부터 임직원들 까지 항공기 관련 안전사고 대비를 보다 강도 높게 숙지 시켜야 할 것이다. 향후 ‘제주항공’의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