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책임 물어야 하나...
보건당국이 수도권 일대 학교 급식사고의 원인물질 규명에 사실상 실패했다. 원안물질 규명에 실패한 이유로는 식중독 사고 보고체계의 허점으로 급식사고 초기 검사시료 채취에 실패, 초동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늑장 대응이 빚은 예고된 결과라는 말이다. 이로써 애꿎은 학생과 국민만 골탕을 먹고 정작 가해자를 가리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면 사후대처와 원인규명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식중독 사고로 처음 환자가 발생한 것은 6월15일 서울시 노원구 염광여고에서였다. 하지만, 해당 학교는 다음날에야 지역 보건소에 사고를 보고했고, 그나마 식품의약품안전청에는 나흘이나 지난 19일에야 통보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청이 중앙역학조사반을 꾸린 것은 이보다 더 늦은 6월22일이며, 원인물질로 강하게 의심하던 모 납품업체의 지하수를 채취해 검사에 들어간 것은 6월23일이었다.
식중독 사고가 터지고 난 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실질적인 검사가 이뤄진 셈이다. 초동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원인균으로 확인된 노로 바이러스의 경우 환자의 대변 등 검체에서는 비교적 쉽게 검출할 수 있지만, 식품에서는 검출하기 어려운 점도 보건당국이 이번 급식사고의 원인물질 규명에 애로를 겪는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 오대규 본부장은 "지하수나 해산물 등에서 노로 바이러스를 검출한 적은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식품에서는 검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보건당국은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원인 규명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질병관리본부는 2003년부터 올 5월까지 진행한 식중독 관련 역학조사 134건 중에서 무려 47.8%인 64건에서 식중독 원인 병원체를 밝혀내지 못해 사고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아무튼, 원인물질을 밝혀내지 못함에 따라 이번 집단식중독 사고와 관련된 CJ푸드시스템에 대한 영업정지 등 행정적, 법적 조치를 내리는데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실제로 2003년에 13개 학교 1천557명의 학생이 노로 바이러스에 의해 식중독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 당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등이 위탁급식업체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은 보건당국이 노로 바이러스와 식중독의 연관성을 추정하기는 했지만 정확한 감염 경로를 밝혀내지 못한 만큼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이유만으로 계약해지는 부당하다"며 위탁급식업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집단급식 사고와 관련된 CJ푸드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음식재료 납품업체의 지하수를 수거검사한 결과에서 노로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주장하지만, 환자 대변에서 검출된 노로 바이러스와는 유전자형이 다른 것으로 판명돼 이번 사고를 야기한 원인균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