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호남을 잡아라!
특명, 호남을 잡아라!
  • 정흥진
  • 승인 2006.07.01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의 시선이 호남을 향한다
호남에 대한 한나라당의 애정 공세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정권 창출을 노리는 한나라당 입장에서 호남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나라당은 호남의 표를 얻기 위해 적극적 공세를 펼치며 호남에 다가서고 있다. 혹자는 호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선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그 작은 땅 덩이에 굳이 공을 들일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기에 제기하는 의문이다. 호남 출신의 표가 호남에만 묶여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의문은 간단하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붙박이 지역민들을 제외한 젊은 유권자들 대부분이 수도권이나 서울 또는 기타 지역 대도시로 도시화 바람을 타고 나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이 타지에서 발휘하는 애향심은 호남을 결코 작은 지방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되어주기도 한다. ◈서울을 장악하기 위해 호남을 노려라 호남 지역에서 특히 도시로 인구 이동이 많았던 이유는 산업 발달에 있어서 열악한 조건 때문이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영남 지역과는 달리 호남 지역은 점점 산업화가 진행되는 국가 경제 상황에 발맞추기 힘들 만큼 산업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유달리 산업화가 더디게 진행되었던 이유는 차치하고서라도 현재까지 열악한 호남 지역의 경제 여건은 인구의 이동을 여전히 부추기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고향을 떠난 인구는 수도권 등의 대도심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유달리 서울과 수도권에는 호남 출신 인구가 많다. 또한 비록 고향은 떠나 있을지언정 ‘어려울수록 더욱 유대관계가 깊다’고 호남 출신들은 끈끈한 정을 교류하며 고향에 대한 깊은 정을 떼지 못하고 있다. 고향이라는 것은 곧 어머니라는 그리움과 일치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타지 생활을 하면서도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는 호남 출신들에게 고향의 발전은 남의 일이 아닐 만큼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누구라도 정권을 창출하려는 욕심을 품고 있다면 이러한 호남민들의 마음을 사야만 한다. 호남을 통해 수도권이라는 대한민국의 노른자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간접 투자인 샘이다. 한나라당이 호남권과의 화해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결국 호남도 잡고 수도권도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고서야 제 살을 깎아 내면서까지 호남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결의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역사상 첫 전국정당을 위해 5.31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적으로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호남권까지 한나라당의 표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7.11 전당대회에 출마하여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이재오 원내대표의 경우 충청권의 자민련을 포섭했기에 이제 호남만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른바 백제권 끌어안기다. 호남과 충청을 아울러 수도권까지 푸른 깃발을 휘날릴 수 있다면 한나라당은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정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한나라당은 일부 군소정당들이나 여권에서 불어오는 정계개편에 적극적 참여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자력으로도 정계개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재오 원내대표의 경우 호남의 표를 사기 위해 “이미 원내 정당화가 됐고, 국회에도 큰 사무실이 있는데 중앙당 당사를 유지하는 것은 낭비”라고 하며 “서울 염창동 당사를 없애고 당 사무실을 국회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인데 남는 돈의 대부분을 호남지역 지원에 쓸 생각”이라는 발언까지 하며 공개적으로 호남 표심을 끌어안기에 나섰다. 또, “호남권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고는 전국 정당이 될 수 없다.”며 “호남지역 지지율을 10%대로 높이려면 18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 호남권을 50%까지 배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호남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들이 순수하게 정권 창출만을 위한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당권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이 원내대표에게 있어서 호남은 정권 창출을 위해서도 당권 욕망을 위해서도 여러모로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는 말없이 꾸준한 행동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당 대표직을 수행하며 호남을 수시로 방문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퇴임한 후에도 호남 방문에 대해 긍정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당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전 피습으로 몸이 쇠약해지지만 않았어도 6.15 남북축전에 박 대표가 광주 방문을 하지 않았겠는가”라며 호남 방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했다. 그러나 퇴임 시기와 불편한 몸이 겹치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게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그것은 공식적이지 않은 박 전 대표의 입장이기에 호남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퇴임을 앞두고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서 박 전 대표의 의중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전북에서 7%의 지지를 얻은 것도 성과라면 성과가 아니겠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호남을 방문했을 때 다들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전북에서 지지를 받은 것뿐 아니라 서울에 계시는 호남 분들도 호응을 많이 해주셨다”고 하며 호남인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게 된 것에 대해 크게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기 대권에 유력 후보인 박 전 대표가 이렇듯 호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 시선은 끝은 호남의 지도자격인 DJ에게까지 향하게 된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찾아뵈려고 했다. 호남은 내가 대표가 되고 가장 많이 간 곳 중 하나다. 정책투어 때도 빠지지 않고 갔다”며 “이렇게 진실 된 마음으로 꾸준히 찾아가고 그분들의 숙원 사업이나 어려운 일들을 도와드리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 분들의 마음도 열릴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갑자기 누구를 만나고 어쩌고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퇴임 후에도 기회가 되면 호남을 찾겠다”고 말하고 영호남을 아우르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지도부 총 동원, 진심을 보여라 한나라당의 이 같은 호남권 공세는 박 전 대표나 이 원내대표 둘만의 노력에서 그치지 않는다. 차기 정권 창출을 노리고 있기에 호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 모두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연례행사 중 호남권이 가장 부각되는 날이 있다면 5.18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인가부터 5.18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한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제 5월의 필수 코스로 광주를 찾게 되었다. 그만큼 담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5월 14일에 열린 ‘5.18 기념 마라톤 대회’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전 최고위원 등 야권의 핵심 인사들로 압축되는 이들이 대거 참가해 광주 시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5.18 기념식 당일에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 동원 돼 광주 시민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우리 한나라당이 진실로 호남에 다가가 믿음을 준다면 광주시민들도 우리를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5.18, 그 때의 희생 위에서 오늘의 자유와 민주와 인권이 있게 된 것”이라고 광주 시민들의 위대함을 높이 칭송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들이 정략적인 차원에서의 위선일지 알 수는 없으나 호남민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을 보면 꼭 나쁘게 볼 것만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호남권 정치 세력도 환영의 뜻을 한나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호남을 연고로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또한 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전랙기획위원장의 경우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열심히 해서 호남에서도 득표를 많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은 맞는 일”이라며 “골고루 득표해서 상호경쟁 구조를 만드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한나라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은 민주당 한화갑 대표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밝힌 한 대표는 “그렇게 해야 한나라당도 지역성을 탈피할 수 있고 광주시민들도 정치 소비자 입장에서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의 경우 “한나라당이 호남쪽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하면서 “호남 사람들이 옛날처럼 무조건 거부하고 이런 것은 많이 줄었다. 다만 한나라당이 선거에 표를 얻기 위해 정략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의 동서 화합을 위한 움직임에 여야 모두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지역감정과 대립구도의 지속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 될 수 있기에 국민들은 미래가 결코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안도를 하게 된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이루어지든,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전국정당이 실현되든 이제 더 이상 편 가르기의 정치 풍토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과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노력과 그를 닮고자 하는 각 정치권 세력들의 각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