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 흥행 열기 ‘갑론을박’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 흥행 열기 ‘갑론을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각 열기 급랭…연내 매각 힘들다” vs “달라진 것 없다”
▲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몰려들었던 후보들이 하나 둘씩 이탈하면서 흥행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몰려들었던 후보들이 하나 둘씩 이탈하면서 인수전 흥행 여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원과 한국타이어가 인수 검토를 중단했다고 밝힌 가운데 주요 인수후보로 여겨졌던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쇼트리스트에 포함됐던 후보들 중 CJ대한통운,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정도만 남게 됐다. ‘매머드급’ 덩치를 자랑하는 홈플러스 인수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MBK파트너스 역시 실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본입찰 참여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사실상 후보들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이 예상만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애초에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은 매각 금액이 7000~8000억원대에서 최대 1조원까지 예상됐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동부익스프레스가 지난해 기준 815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업계 3위의 시장 점유율과 보유 항만 및 터미널 운영권의 시장성 등이 매력으로 꼽혔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참여했던 동원그룹은 동부인천항만의 수익성 하락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고 발을 뺏다. 인천항만은 현재 MRG(최소 수익 보장) 규정에 따라 수입 미달분 만큼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지만 오는 2023년 계약이 종료된다는 점에서 ‘득이 아니라 실’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인천항만은 최근 2년 간 200~300억원대의 금액을 지원받았으며 이용 물량은 예상치의 20~30%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데이터룸 실사 후 계열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2014년 기준 공식적인 내부 거래 비율은 매출 27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3% 정도였지만 실사 과정에서 실제 데이터룸을 들여다보니 공식적으로 내부거래로 잡는 실질적 특수관계자나 하청업체 거래분까지 합치면 의존도가 50%에 달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분석에 따르면 후보들이 인수 후 주요 고객사의 이탈이나 배정 물량 조정이라는 암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6일 인수전 참여 철회를 공시한 한국타이어나 조만간 발을 뺄 것으로 보이는 한앤컴퍼니 역시 예상보다 크게 높은 내부 거래 비율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 ‘2020년 글로벌 탑5 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CJ대한통운은 동부익스프레스와 대우로지스틱스는 물론 중국 최대 냉동물류사 롱칭 물류 인수전도 함께 추진하면서 M/S(Market Share·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CJ대한통운 vs 현대百 시나리오 아직 굳건
반면 일각에서는 인수전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CJ대한통운과 현대백화점의 구도가 건재한 만큼 원래부터 의지에서 차이를 보였던 후보들이 발을 뺀다고 해서 흥행 열기가 식고 있다고 보는 것은 핵심을 벗어난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상반기 주력사업인 CL(계약물류) 부문이 매출 1조1246억원에 영업이익 619억원, 택배 부문이 매출 7074억원에 영업이익 289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특히 CJ대한통운의 실적 호조를 주도한 택배 부문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 5628억원에 비해 1446억원(약 2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의 98억원에 비해 191억원(약 51%) 크게 증가했다. CJ대한통운은 2분기 상위 3개사 CJ대한통운·한진택배·현대로지스틱스의 택배 물동량 중 1억8700만 박스를 처리해 3사 기준 62.6%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 글로벌 탑5 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CJ대한통운은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먼 곳을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로지스틱스는 물론 중국 최대 냉동물류사 롱칭 물류 인수전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도 M/S(Market Share·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에 따른 공격적인 행보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외 영향력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서는 동종 업계 업체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가 비슷한 동부익스프레스와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전에 함께 뛰어든 것도 이 같은 M/S 확대 전략에 따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은 동부익스프레스와 3자물류나 육송·해운·항만하역 등의 사업이 겹치는 점을 단점으로 꼽지만 오히려 공격적인 행보가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특히 동부익스프레스의 3자물류 점유율은 국내 3위 수준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CJ대한통운이 국내에서의 입지를 최대한도로 다져 놓기 위해서는 이 만한 매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 CJ대한통운이 건재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축인 현대백화점 역시 유인 요소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유통회사인 현대백화점은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전국 12개의 백화점 점포와 현대홈쇼핑은 물론 현대백화점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리바트 등까지 계열사 물류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자체 물류사 부재로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을 이용해 배송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최근 현대백화점은 서울 시내면세점에서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와 한화에 고배를 마신 만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입찰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산정했던 투자금액의 새로운 용처를 찾는 것도 급선무다. 현금성 자산이 1조원이 넘고 부채 비율도 30%대에 불과해 인수에 큰 부담이 없기도 하다.
 
이처럼 CJ대한통운과 현대백화점의 의지가 아직 아직 굳건한 만큼 최대 1조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초 예상되던 7000억원 정도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한편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은 오는 10일 본입찰을 진행한다.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산업은행은 이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올해 안에 모든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