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쓴소리’로 유명한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이번 7.26 재보선 서울 성북을 지역 민주당 후보로 나서며 정계복귀의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이유로 17대 총선에서 역풍을 맞고 정계를 떠나 있던 조 전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당시 “17대 총선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마지막 봉사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정계복귀의 이유를 설명한 바 있었다.
당초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정계복귀에 강한 욕심을 드러냈던 조 전 대표는 다행스럽게도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재보선 승리에 확실한 보증수표를 받아들고 선거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당을 위해 필요한 인물이다
서울 성북을 지역의 경우 민주당의 강세가 예측되고 있는 지역이기에 조 전 대표의 당선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서는 조 전 대표에 견줄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는 탓에 “조 전 대표의 정계복귀는 시간문제가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중요한 것은 조 전 대표가 당선이 돼 민주당으로 정계복귀를 하게 될 경우 조 전 대표가 과연 당 내 어떤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 한화갑, 장상의 공동대표제로 운영되고 있는 민주당에 조 전 대표의 복귀는 또 다른 당내 권력 싸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조 전 대표가 민주당 복귀를 하게 되더라도 두 공동대표와의 조화 문제와 민주당 부활을 위해 그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은 민주당의 또 다른 숙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화갑 대표는 조 전 대표가 성북을 지역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했던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누구를 공천하느냐 하는 문제보다 가장 표를 많이 얻어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조 전 대표의 공천 확정은 현시안적인 공천이 아니었는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민주당을 살리려고 온갖 힘을 다 쓰고 있는데, 좋은 분 같으면 모시고 와서 시켜야 하는 것이 내 할 도리”라며 “대표할 만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되면 안 된다고 내가 배척한다면 누가 나를 민주당 대표 자격이 있다고 인정해 주겠느냐. 그러나 조 전 대표는 현재 공천을 받으려는 입장이다. 당 대표 복귀와 관련해서는 당선이 되고 난 후의 문제”라고 당을 위해서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었다.
◈조순형 때문에 웃고 우는 민주당
조 전 대표의 민주당 복귀는 당내 갈등 문제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 외부적으로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계개편을 위해 열린우리당과 연대 또는 흡수에 대한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시기에 조 전 대표의 복귀는 그러한 모든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 전 대표는 노 대통령 탄핵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으며, 더욱이 열린우리당과의 통합과 연대는 어떠한 형태로든 반대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해 왔었다. 이러한 조 전 대표의 굳은 의지가 지방선거 이후 세의 확장을 꾀하며 부활을 노리고 있는 민주당의 정치권 입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또한,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싸고도 다양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조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 논의에 대해 “고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뤄지려면 먼저 고 전 총리가 노무현 정권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대한민국 정체성과 현대사를 어떻게 보는지 밝혀서 노무현 정권 교체냐, 승계냐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이든, 고건 전 총리이든 한 대표가 가지고 있는 정계개편 시나리오와는 다소 차이를 두고 있기에 그 또한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이 부활해야 한다는데 있어서 조 전 대표나 한 대표 모두 이견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방법적 차이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한화갑, 장상 공동대표에 더한 조 전 대표까지 3각 형태의 권력구도 형상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향후 정계개편에 조 전 대표의 영향이 어떻게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