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저촉되는 언행 삼가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괴이한 것은 남조선당국이 우리가 공동보도문에서 표명한 유감이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에 대한 우리의 시인이고 사과인 것처럼 여론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방위는 “남조선당국의 주장은 유감이라는 문구가 법률적으로나 국제정치협상의 관례를 놓고 보나 사과의 뜻이 포함된 전용어이기 때문에 북조선식 사과로 된다는 것”이라며 “아전인수 격의 이런 해석은 조선글자의 뜻과 단어의 개념자체도 모르는 무지의 산물”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방위는 지뢰도발에 대해서도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이 유사한 형식의 지뢰폭발사건은 너무나도 흔연하게 목격할 수 있는 한갓 사고일 뿐”이라고 일축해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뒤집는 입장을 내놨다.
또 국방위는 남북 고위급 접촉의 우리 측 대표였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향해 “남조선당국은 공동보도문 채택이 마치 저들의 ‘원칙론의 승리’나 되는 듯이 자축하며 입 건사를 바로 못하는 어리석은 짓도 그만둬야 할 것”이라며 “여기서는 김관진과 홍용표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위는 “북과 남이 한자리에서 합의한 공동보도문을 놓고 어느 일방의 승리로 묘사하는 것보다 더 천박하고 비루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방위는 이어 “운명적인 시각에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나가는 데 유익한 실천적 조치만을 취하여야 하는데, 공동보도문 발표 이후 남조선에서는 관계 개선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언행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의 개선 분위기에 저촉되는 언행을 삼가하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국방위는 “남조선에서 벌어지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두는 경우 민족 화해의 귀중한 싹은 된서리를 맞게 될 것이며 북남관계는 기필코 대결의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접촉당사자들이 자기 발언에 신중성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남조선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그 어느 때보다 더 각성 있게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이 공개 학술회에서 ‘참수작전’ 개념을 제시해 논란이 일어난 데 이어 지난 31일 백승주 국방차관이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번 합의로 체면이 손상됐다”는 발언을 해 이산가족 상봉 계획 등 모처럼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 시점에 국방부에서 지나치게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외부전문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일반적 수준에서 언급한 것”이라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와 달리 통일부는 앞서 지난달 29일 남북 고위급 접촉 과정 보도와 관련, 북측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지뢰도발 사건 관련)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면 되는 것 아니겠소”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북측을 자극하는 오보에 신속하게 대응해 국방부와 다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기관들끼리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두고 엇박자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정부의 중심 가이드라인이 미비하거나 대북 관계기관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단 방증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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