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 등을 발언한 것과 관련, “해외 행각에 나선 남조선 집권자가 우리를 심히 모욕하는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맹비난했다.
 
북측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북의 비무장지대 도발 사태’니 ‘언제라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느니 하면서 최근 조성된 사태의 진상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그 누구의 ‘건설적 역할’까지 운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지난 2일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 중 “북한의 DMZ 도발 사태로 한반도 긴장 상황이 야기됐다”, “중국 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줘 감사한다”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남조선 집권자가 엄연한 사실을 날조하면서 해외에 나가서까지 추파를 던지는 것을 보면 말로는 화해와 협력을 운운하지만 진짜 속심은 그 누구에게 기대여 동족대결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조평통 대변인은 “집권자까지 북남 합의 정신에 저촉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는 것은 당면한 북남관계 일정마저 가늠할 수 없게 하는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은 이번 반응을 내놓기까지 한중 정상회담이 있은 지 하루밖에 안 걸렸을 정도로 신속히 대응했지만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의응답을 통해 비난한 것에 비쳐 아주 낮은 형식의 비난 수위를 택했고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과거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막말로 호칭했던 것과 달리 ‘남조선 집권자’라고 표현한 것도 남북 관계개선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조평통 대변인이 “지금 온 겨레는 북남 고위급 긴급접촉에서 합의된 공동보도문이 성실히 이행되며 관계개선과 조선반도 평화의 새로운 환경이 마련되기를 한결같이 바라고 있다”며 “이번 북남 합의에 따라 며칠 후인 7일에는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진행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이 예정되어 있으며 관계 개선을 위한 향후 일정도 준비되고 있다”고 강조한 데서도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은 최근 우리 군의 ‘작전계획 5015’와 ‘참수작전’ 공개, 백승주 국방부 차관의 ‘북한의 도발 가능성’ 발언에 대해선 “아래 급에서 망발들이 튀어나오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조평통 대변인은 “만일 남조선 당국자들이 민족내부 문제를 밖에 들고 다니며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행을 일삼는다면 북남관계는 또다시 대결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렵게 마련된 북남 합의가 실속있게 이행돼 관계 개선의 길이 열리는가 아니면 또다시 정세가 악화돼 극단으로 치닫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뼈있는 말을 전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