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文-安 충돌, 출구는 있는가
野 文-安 충돌, 출구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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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혁신안 통과 여부에 따라 향배 결정
▲ 지난 2일 안철수 의원이 먼저 “당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며 친노계와 혁신위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이래 ‘혁신안’을 화두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의 충돌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일 안철수 의원이 먼저 “당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며 친노계와 혁신위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이래 ‘혁신안’을 화두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의 충돌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7일 비노계의 반발 속에 ‘국민공천단 도입’을 내세운 10차 혁신안을 발표한 혁신위원회는 오는 16일 예정된 당 중앙위원회를 끝으로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어 다가올 당 중앙위에서의 ‘혁신안’ 통과 여부에 따라 친노-비노간 갈등이 수습단계를 밟을지, 도리어 증폭돼 내홍이 장기화될지 확실히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소속의원 일부의 탈당과 천정배측 신당 창당 소식으로 당내외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비노계 일각과 손잡은 안 의원이 친노계를 압박해 입지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어 문 대표와의 격돌이 내분에 그칠 뿐 분당 사태로까진 번지진 않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의견은 문 대표와 안 의원 측 모두 양측을 향해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도 서로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대화 가능성은 열어둔 데 따른 해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당 중앙위 개최 시점이 점점 다가오면서 친노계에서 안 의원과 비노계를 분리해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이러한 대응이 야권 내홍 수습의 출구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文, 강온 전략으로 대응 나서
 
이날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의원의 ‘정풍운동’ 주장에 대해 “혁신 자체를 무력화시키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맞불을 놨다.
 
또 그는 혁신안에 대해 “당 대표와 지도부 또는 계파의 자의적 공천을 넘어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확립했다”고 평가하며 안 의원의 ‘당 혁신 실패’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세종시에서 예산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이 “모든 것이 다 열려있다. 현재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자”고 혁신안 관련 회동을 제안한 데 대해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편으론 화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직 혁신위 활동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혁신위가 추가로 해주길 바라는 혁신방안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다”며 “혁신위가 끝난 후에도 혁신은 당 차원서 계속되는 것이기에 국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더 필요한 혁신방안을 (안 의원이) 제시해준다면 당이 제대로 혁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손까지 내밀었다.
 
이는 지난 4일 문 대표가 전북도 예산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 전북지역을 방문하던 중 안 의원을 겨냥해 “당 혁신이 부족하다면 구성원들이 방안을 제시하라”고 꼬집으면서도 “혁신 과정에서 당 의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함께 할 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며 “당내 혁신에 대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의원들이 마음을 모아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한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펴는 투 트랙 전략으로 보인다.
 
◆ 친노, 발언수위 조절 들어가나
▲ 친노로 분류되는 최재성 당 총무본부장도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가 제기한 내용이나 방향을 검토하고 반영할 것이 있으면 그렇게 해야 된다. 적어도 안 전 대표는 충정이 읽힌다”며 안 의원에 손을 내밀었다. 사진 /시사포커스DB
 
이런 기조 때문인지 그간 안 의원에 대해 과격 발언을 퍼붓던 혁신위와 친노 진영도 당 내분 확대를 인식해 발언 수위를 조절하거나 일부는 안 의원과 비노계를 분리해 대응하는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10차 혁신안을 발표한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지난 5일 혁신 실패를 언급한 안 의원을 향해 “당 대표를 지낸 분으로 우리 당 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데 그렇게 성급하고 무례하게 얘기하는 건 무책임한 면이 있지 않으냐”고 노골적인 공세를 폈던 모습과 달리 “계파주의와 기득권 위에 놓인 밥그릇은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막말과 해당 행위자,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는 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고 당은 관용 없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은 채 전보다 우회적인 표현으로 발언수위를 조절했다.
 
또 친노로 분류되는 최재성 당 총무본부장도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가 제기한 내용이나 방향을 검토하고 반영할 것이 있으면 그렇게 해야 된다. 적어도 안 전 대표는 충정이 읽힌다”며 안 의원에 손을 내미는 한편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의 혁신위 관련 발언을 언급하며 “(두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된다는 뉘앙스도 안 줬다. 그냥 못마땅하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해 비노계와 안 의원의 연계를 차단하기 위한 이간질 아니냔 분석도 나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친노인 박범계 의원은 이날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혁신위가 안 의원의 지적을 처절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혁신안을 통해 제도를 만드는 혁신위나 인식과 행태와 문화를 말하는 안철수 대표나 양쪽 모두 다 중요하다”고 주장해 적극 안 의원을 끌어안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이 같은 친노계의 안 의원에 대한 태도 변화는 당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협소한 안 의원이 비노계의 지속적인 지원 없인 당을 뒤흔드는 발언을 계속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이란 비판적 해석도 있다.
 
이 같은 해석은 박지원 의원이 SBS라디오 인터뷰 중 제기했는데 최재성 당 총무본부장이 혁신위원회와 관련, 자신의 발언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발언의 결이 다르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분리작전”이라며 옳지 않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안 의원에 대한 친노측의 태도 변화가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는 바로 전날 안 의원이 소위 ‘육참골단’을 역설한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혁신안에 대한 지적은) 주류·비주류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의원들과 상의한 적도 없고, 많은 국민들을 만나 갖게 된 문제의식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표명했음에도 친노인 조국 혁신위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과 ‘논리’보다 ‘힘’과 ‘이익’에 따라 혁신위와 혁신안을 공격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비주류가 혁신위를 비판하는 건) 결국 당권과 공천문제다. 현역들의 불만을 모아 공천혁신안의 당무위 통과를 저지하고, 문재인을 끌어내려 기득권 보장하는 공천안 만드는 게 목표”라고 글을 올려 안 의원에 대해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은 탓도 있다.
 
◆ 탈당파, 내홍 가속화시키나
 
이런 혼란의 와중에 당내에서 친노-비노간 갈등을 부채질하며 천정배 신당으로의 이탈을 종용하는 비주류까지 가세하면서 해답을 찾기 더 어려워졌다.
 
이미 지난 3일 유선호, 장세환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며 “문재인 대표와 그의 추종세력이 온존하는 한 이 당(새정치연합)은 총선승리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한 희망 없는 불임정당”이라고 독설을 쏟아낸 바 있다.
 
또 이날 오후 박주선 의원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미래연구원 쟁점토론회에서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사망선고를 내린 정당이다. 호남 신당 창당은 약이다”라며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새정연은 집권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집권 정당의 생명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신당 창당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노계 비주류인 박 의원은 같은 날 오전 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문 대표을 위시한 지도부에 “친노패권을 청산하기 위해 수장인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일침을 가하는 한편 혁신위를 비판했던 안 의원에 공감하며 “형식적인 혁신에 그치고 있다”고 문 대표와 혁신위를 향한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 내분 격화 조짐에 양측 중재 나서기도
 
한편 이날 오전 있었던 최고위원회의는 당내 갈등의 축소판이었는데 안 의원을 겨냥한 문 대표의 “혁신 자체를 무력화시키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비판이 끝나기 무섭게 당내 비주류 대표격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전직 당 대표가 당을 위한 충정에서 말한 것에 대해 (혁신위가) 극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당의 혁신과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주 최고위원은 “당내 권력투쟁을 하라고 (혁신안 관련 전권을) 맡긴 것이 아니다. 당의 혁신을 바라는 구성원의 의견에 혁신위가 과민한 말을 쏟아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안 의원을 맹비난한 걸 상기시킴으로써 그런 혁신위를 두둔하며 안 의원을 지적한 문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렇게 분위기가 냉랭해져가자 당 지도부 일부가 적극 나서 중재에 들어가는 진풍경을 보였는데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간의 분란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선의는 받아들이고 오해가 있으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뒤이어 오영식 최고위원도 “남은 기간동안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토대로 대화와 논의를 하고 당의 혁신과 통합을 위한 서로의 역할을 모아나가야 할 시점”이라면서 “서로 힘과 지혜를 모으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는 비단 지도부 일각에서 뿐만이 아니라 비주류 일부에서도 나왔는데 지난 5일 문 대표 퇴진을 촉구하던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선 “분당 문제가 아니라 통합 단결해서 정권 교체의 길로 가는 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이라며 “특히 호남에서도 그러한 강한 요구를 하는 주도층 인사들이 있기 때문에 분열해서 패배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통합 단결해서 정권 교체의 길로 하자 하는 것이 제 주장”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박주선 의원 등 탈당파에 대해서도 “문 대표가 (탈당 보도가 나오는) 박주선·조경태 의원과 한 번이라도 소통하고 만류 했는가.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통합을 향한 시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당장 탈당이나 분당을 감행해 자중지란으로 여권에 어부지리를 안기기보단 어떻게든 통합해나가자는 일부 의견들이 점차 힘을 얻게 되면 당내 갈등을 풀 열쇠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이는 오는 16일 혁신안 통과 여부부터 먼저 지켜본 뒤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날 발표된 10차 혁신안은 국민공천제조차 인지도를 내세운 친노계 의원들에 유리한 개혁안이라며 반발한 비노계가 상당수였는데 이 마지막 혁신안이 당 중앙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돈좌될 경우 이 사건이 상기한 열쇠들을 모두 무력화시킬 방아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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