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파동, 수급비상 원인과 그 대책은 무엇인가?
중국발 철강원자재 파동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철강재 가격을 속속 인상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내수가격의 추가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을 원료로 쓰는 건설, 조선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으며 특히 제때 가격 반영이 어려운 중소 철강업체들이 한계 생산에 달하는 등 채산성 악화위기에 몰리고 있다.
최근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가속화에 따른 국제원자재 수요 증대와 중국의 고성장으로 원자재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철강 생산 및 소비는 지난 1995년 이후 연평균 20%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 2002년 세계 철강 생산의 23%, 소비의 25%를 차지했으며 지난해에는 2억6500만톤의 강재를 소비한 데 이어 올해는 2억9500만톤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연코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 역시 전세계적으로 슬래브, 열연코일 등 하공정 제품이 상공정 제품보다 공급이 더욱 달리고 있는 탓이다. 국내 철강 원자재 대란이 국내 고철 수집상을 포함한 일부수집업체들의 매점매석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건설특수가 진정되는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이 다소 진정되겠지만 큰 폭의 조정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은 연내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또한 각종 철강재의 가격 변동이 워낙 심한 탓에 이를 수입하는 국내 상사들도 일손을 놓은 상태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철강수출업체들이 가격이 인상될 것에 대비, 장기계약을 파기하는 등 수입이 잘 안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성수기인 3월에 접어들면서 철근, H형강 등 철강재가 가격 폭등에 수급난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모래마저 품귀 조짐을 보여 일선 건설현장에서 공사 중단사태까지 확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원자재난을 맞고 있다.
이번 원자재난은 일시적이 아니라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경제단체와 업종단체가 정부에 국내 고철을 수출승인 품목에 포함시키고 이 제품 및 가공산업을 우수 자원재활용 대상품목으로 인정해 줄 것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력으로 원자재난을 해결할 수 없는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정부비축 물량의 방출을 확대하고 원자재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등 응급처방이 나와야 한다는 것도 업계의 요구다.
이와 함께 원자재 수급 해결책은 가격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내 철강재 가격의 시장기능 실패로 국내 원자재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하루 빨리 가격기능을 회복하는 것만이 철강 원자재난을 해결하는 지금길"이라고 말했다.
이성심 기자 lss@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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