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포털 사이트 대표 소환’ 카드로 野 역공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번 국감이 19대 마지막 국감으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전쟁터가 될 것을 예고하듯 이미 여야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상호 공방을 벌여왔는데 야당이 재벌 개혁을 내세워 국감에 재벌총수를 증인으로 출석시키자고 하면 여당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대표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는 등 국감이 열리기도 전부터 양측은 벌써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 롯데 회장 ‘국감 출석 시점’ 두고 1라운드
전날 오후 정무위 전체회의에선 새누리당 소속인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과 관련해 막말을 주고받으며 서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강기정 의원은 국감 증인‧참고인 출석요구 건 처리를 진행하다가 일반 증인 22인 가운데 롯데그룹 관련자들이 명단에서 누락돼있자 “지금 정무위에서 국감 증인 채택이 이상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롯데 증인이 빠져있다. 왜 합의가 안 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강 의원은 “롯데로부터 저에게도 증인을 안 하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요청이 왔었다”며 “저는 국민의 눈이 있고 감정이 있기 때문에 증인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정우택 위원장은 “증인을 안 부르려고 여야 합의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며 “여당 위원들의 생각은 지배구조가 가장 큰 현안이 될 테니 (롯데 회장이) 직접 나오는 것보다는 이 문제를 잘 아는 롯데 사장이라든지 최고책임자가 나와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 먼저였다”고 반박했다.
이에 강 의원은 “그게 말이 되나?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가”라며 언성을 높였고 정 위원장은 “어디다가 소리를 질러”라고 맞받아치면서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져 갔다.
양측의 고성이 멎을 기미가 없자 새누리당 김용태 간사가 “정회를 선포하자”고 제안했으나 두 사람은 설전을 이어가며 끝내 몸싸움을 벌일 지경에 이르렀다.
먼저 강 의원이 “위원장이 좋아하는 증인은 다 채택하고 말이야”라면서 삿대질을 한 채 위원장석으로 다가오자 정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하는 의사봉을 두드린 뒤 몸싸움을 벌이려 일어났고 다른 의원들이 양측을 말리자 반말이 오가며 회의는 그대로 끝났다.
사실 여야는 이미 신 회장을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부르자는 데엔 큰 이견이 없었으나 증인 출석 시점을 두고 충돌이 생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국감 증인은 해당 부처의 국감을 실시할 때 부르는 게 관례인데 여당이 유독 신 회장만 공정위 국감일인 17일이 아닌, 국감이 끝나는 10월 6일에 출석시키자고 한다”며 “정치적 꼼수이자 롯데 봐주기”라고 꼬집었다.
반면 지난달 24일 “롯데가 일으킨 사회적 물의에 국민적 관심이 있었고 야당이나 여당 내에서도 (신 회장) 증인 채택에 대해 적극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던 새누리당 김용태 간사는 정무위 파행 뒤 기자들과 만나 “신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데 찬성이지만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롯데 책임자가 먼저 나와 설명하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강 의원이 위원장에게 폭언을 퍼부은 건 국회의원의 품위를 훼손한 행위이므로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으나 강 의원은 “새누리당은 합의는 됐으나 더 논의한다는 등 궤변을 내놓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나에게 해명을 하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이미 신 회장에 대한 국감 출석이 여야간 합의됐음에도 출석 시점 문제로 정무위 파행까지 이를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일각에선 좋지 않은 경제사정에 기업 협조가 절실하다보니 재벌총수 출석이 재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 회장 출석일을 국민의 관심이 줄어드는 국감 마지막 날로 여당 측에서 잡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견으로는 국감은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키는 만큼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야당 의원이 이미 신 회장 출석은 여야가 합의했음에도 ‘물의를 일으켰던 재벌총수를 비호한다’는 이미지를 여당에 씌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카메라를 의식한 과잉 행동을 한 것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하고 있다.
◆ 與野 ‘증인 채택’ 화두로 기 싸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국감 대책회의에서 “각 상임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현황을 보면 같은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것 같다”며 전날 강 의원에 바톤을 넘겨받아 새누리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 원내대표는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제 있는 재벌과 그와 관련한 사실 규명에 대해선 예외 없이 재벌 총수도 국정감사에 불러서 논의하는 것으로 분명히 얘기했다”고 상기시킨 뒤 “어제(7일) 정무위원회에서 롯데 총수와 관련해 여론에 못 이겨 증인(채택)을 하기로 했으나 해당 기관의 증인이 아닌, 이미 문제 해결에 대한 막바지 상태인 종합 국감(10월 6일)에서 하기로 했다. 그런 잘못된 인식은 고쳐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 상임위에 진행되고 있는, 재벌 대책에 관한 문제를 한 입으로 한 말 할 수 있도록 분명히 하겠다”며 재벌 총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야당의 이 같은 파상공세에 여당은 국감 증인 채택과 관련해 증인 신청이 악용돼선 안 된다는 주장을 내세워 대응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무분별한 증인 채택과 망신주기, 호통치기식 연출 국회는 국민 눈살만 찌푸리게 할 뿐”이라며 “이번 정기국회가 경제를 살리는 국회가 돼야지, 경제를 죽이는 국회가 돼선 안 된다”고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쳤다.
같은 당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기국회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민간기업과 민간인들은 직접적인 국감 대상이 아닌데 민간증인 채택문제로 각 상임위 마다 진통을 겪고 있다. 물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민간증인의 증언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굳이 회장급을 부르자며 국감시간만 낭비하고 막상 불러놓고 몇 초 질문하거나 ‘네’, ‘아니오’식의 답변만 요구하는 것은 후진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정책위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해당 상임위에서 채택이 결정된 증인은 그 철회가 어려움으로 증인신청 실명제를 적용해 그 증인을 신청한 의원과 신청 이유를 공개하는 것이 민간증인 신청 남용을 막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대안까지 제시하며 야당을 압박헀다.
◆ 與 ‘포털 사이트 대표 소환’으로 맞불
야당이 재벌 개혁을 내세워 재벌 총수 증인 채택에 나서는 데 대해 여당은 뉴스기사 노출 빈도 등을 활용해 각종 정보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여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 대표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 하며 야당 압박에 들어갔다.
이미 새누리당은 지난 3일 여의도 연구원에서 만든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포털 사이트의 공정성·객관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데 이 보고서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5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뒤 포털 사이트 기사 선택과 제목 표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일례로 이 보고서에선 “네이버와 다음 모두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 콘텐츠를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콘텐츠에 비해 더 많이 노출했다. 또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보다 더 많이 언급됐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지난 6일 포털 사이트의 공정성과 이념 편향성 문제와 관련해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국정감사에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포털사이트 탄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포털을 겁박해서 인터넷 기사 편집권까지 검열하겠다는 새누리당의 태도”라며 “방송장악에 이어 포털까지 겁박해서 보다 확실하게 장악한다는 의도는 포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오영식 최고위원도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대형 포털사이트에 대한 ‘재갈물리기’에 나섰다”며 “포털이 편향돼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포털을 위축시켜 인터넷 여론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활용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대책회의에서 “포털 관련 증인 채택에 대해 야당이 전면 거부했다”며 “포털 뉴스를 중심으로 불공정성이 눈에 보이고, 또 중소 영세사업자 영역 을 침범하는 부분은 충분히 국감에서 다뤄야 한다”고 야당을 거듭 몰아세웠다.
한편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가 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에 대해선 11일 열리는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이미 출석이 확정됐다.
오는 10일 열릴 국감을 앞두고 각 사안마다 이어지는 여야의 이 같은 대치는 한마디로 폭풍전야를 암시하며 ‘증인 채택’ 화두는 그저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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