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감축 괄목 성과…직원 관리는 소홀 지적

이재영 LH공사 사장은 지난 2013년 6월 취임 직후부터 임직원들과 함께 부채감축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이어왔다. 부채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대내외로 공표한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부채감소는 물론 이익개선, 토지판매 실적 향상 등의 우수한 경영성적표를 손에 쥔 까닭이다.
LH 등에 따르면 2013년 말 105조7000억원에 달했던 LH 금융부채는 올 들어 94조원 규모로 줄어들면서 1년6개월 만에 금융부채 감축액이 11조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7조2000억원을 감축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전히 LH의 부채가 높은 편이지만 지난 2009년 통합 LH(대한주택공사+한국토지공사) 출범 이후 2013년까지 해마다 평균 7조6000억원에 달하는 금융부채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경영성과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금융부채가 줄면서 임대주택 등 고정자산을 포함한 LH의 총부채도 2013년 말 기준 142조2602억원에서 지난해 137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익지표가 크게 개선되는 등 사업성과도 적지 않았다. LH는 지난해 매출 21조2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 순이익 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6% 증가,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4%, 19% 늘어났다.
사상최대 토지판매실적을 기록하는 등 내부적으로 즐거운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LH는 올해 상반기 토지 판매를 집계한 결과 사상 최대 실적인 1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LH공사의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여론이 줄을 잇고 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70만가구 이상의 임대주택을 운영해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임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직원들의 노력으로 영업이익 1조원대를 달성했다는 게 LH공사 측의 자평이다.
◆안전사고 빈발에 부정적 여론도
반면 LH를 바라보는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LH공사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쏠리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9일 LH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H가 발주한 공사의 사업장 중 산재처리 기준 안전사고 발생건수는 모두 99건이나 됐다. 1개 사고에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총 100명의 사상자(8명 사망, 92명 부상)를 냈다.

이후 평택 주한미군기지 이전시설사업장과 하남미사지구 공사현장에서 각각 9건씩 총 1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등이 공동 시공중인 주한미군기지 이전시설 현장의 경우 지난해 1월 한달동안 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9월과 11월 각각 1건의 사고가, 12월에는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잦은 안전사고 발생으로 LH의 건설현장 관리감독 등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평택 주한미군기지 이전시설 건설현장에서 어김없이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됐다”며 “LH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건설현장에 대해 특별 관리 등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대아파트 하자 급증…관리 부실 지적
LH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은 이뿐만 아니다. 이 회사가 건설한 임대아파트의 하자 발생 건수가 매년 반복적으로 늘고 있어 입주민들의 불편이 극심해지면서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강원 홍천·횡성)이 LH에게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임대아파트 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LH 임대아파트 하자 건수는 4년 간 416.8%나 급증하고, 하자 단지도 78.3%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자 종류는 결로 330건과 균열 51건, 누수 461건, 스프링클러 누수 1082건으로 총 1924건에 달했다. 이 중 압도적으로 하자 건수가 많았던 건 스프링클러 누수다. 2011년에는 불과 15건이던 스프링클러 누수가 2014년에는 486건으로 3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하자 발생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입주민들이 받는 고통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황영철 의원은 “LH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하자 문제로 인해 입주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 하자로 인해 임대아파트 입주 서민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LH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실 다져야할 때” 조언도

지난해 4월 LH 강원지역본부에서 이 본부 소속 A씨가 기업협의회 교육에서 ‘힙 근육과 비뇨기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는 황당한 발언과 함께 여성 강사의 엉덩이를 때리는 추태를 부렸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의 애도기간 중 벌어진 일이어서 비난은 더 거셌다.
지난해 9월에는 1급 고위 간부인 B씨는 지방 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9월 여비서 C씨와 식사를 하던 중 특정 신체부위(다리 등)를 디지털카메라로 몰래 촬영하고 지속적으로 업무와 무관한 만남을 요구하는 등 희롱했다.
업계에서는 LH공사의 경영에 대해 내부 조직과 품질관리에 힘 써줄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채감축에 임직원이 합심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 만큼 내실경영에도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H는 그간 방만경영이라는 오명을 수년간 받아왔다”며 “재정에 집중하는 만큼 안전사고 대비책과 내부직원 관리, 교육 등을 철저하게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사포커스>는 이같은 업계의 상반된 견해에 대한 입장과 안전사고 및 관리부실의 대비책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주기로 한 뒤 현재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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