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혜정박물관장, 경희대와 ‘부당 직위해제’ 법적 분쟁
김혜정 혜정박물관장, 경희대와 ‘부당 직위해제’ 법적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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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 없는 주장”…“반박 자료 모두 갖고 있다”
▲ 혜정 석좌교수가 최근 경희대학교 측으로부터 교비 횡령과 유물 반출, 교직원 무단 동원 등의 혐의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인 가운데, 김혜정 교수 측이 경희대학교 측이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장 김혜정 석좌교수가 최근 경희대학교 측으로부터 교비 횡령과 유물 반출, 교직원 무단 동원 등의 혐의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인 가운데, 김혜정 교수 측이 경희대학교 측이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16일 김혜정 교수 측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직위해제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심문기일은 오는 24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은 심문기일에 판사님이 양쪽 주장을 다 들은 후 9월 말에서 10월 초 쯤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또한 지난 9월 7일 2002년 맺었던 기증 계약을 해제하는 내용증명도 보냈으며 아직 경희대학교 측에서는 둘 다 별다른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수 백억원에서 천억원 대가 다 되는 유물을 기증하신 분이 900여만원을 횡령했다고 하는 데에 대해 반박을 하고 있다”면서 “관장님이 유물과 관련해서는 돈을 더 쓰면 썼지 사적으로 쓴 것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경희대 측이 의혹을 제기한 직위해제 이유들에 대해) 입증할 자료를 다 가지고 있으며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적 조치를 취한 배경에 대해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우선 “지금 관장님이 퇴거 조치로 인해 박물관 내부에 들어갈 수 없으니 그걸 해제해 달라는 얘기”라면서 “유물들이나 개인 물품들에 대한 상태를 확인하고 해야 하는데 내부에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유물 관리 주체 변경이다. 이 관계자는 김혜정 교수가 유물 관리 주체를 옮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장님은 기증한 유물에 대해 국가든 지자체든 역사적 가치를 후대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로 정상적으로 이행하고 잘 관리할 수 있는 제3의 공익단체가 관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증한 유물에 대하여는 개인적으로 다시 되찾아가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국가적이나 문화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많으니 경희대학교 측이 관리할 의지나 여력이 안 되면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정부나 지자체 등 제3의 공공단체가 있을 경우 그쪽에서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에 맺은 증여 계약의 내용에는 기증 자료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시설을 지원하고 유물들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으며 경희대학교 측이 이 약속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계약해제 내용증명을 보냈다”면서 “경희대학교 측이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복구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유물에 대한 인도를 청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희대-김혜정 관장, 고지도 관리 놓고 갈등
앞서 지난달 중순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복수의 매체들은 일제히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 있는 고지도 전문 박물관인 혜정박물관에서 보존 중인 고지도와 고문서들이 학교 측의 무관심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보도 내용은 경희대학교 측의 방치 속에 박물관 내 수장고가 관리되지 않아 고지도와 고문서가 훼손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혜정 교수는 박물관의 관리 실태를 전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호소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후 경희대학교 측이 김혜정 교수를 직위해제하고 동시에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보복 조치 논란이 일었다. 경희대학교는 김혜정 관장이 976만원을 횡령하고 개인 소유의 유물 30여점을 교비 구입해 8억원을 챙겼으며 기증했던 유물을 무단반출하거나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교직원들을 무단으로 행사에 동원했다는 혐의로 직위해제했다.
 
김혜정 교수 측은 경희대학교 측이 징계 사유로 삼은 이유들이 대부분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유물과 사료를 보존하기 위하여 언론에 안타까운 마음을 호소한 것에 대해 경희대학교 측이 보복에 나섰다는 얘기다. 김혜정 교수 측은 최근 수 년간 경희대학교 측이 재정상의 이유로 관리 예산을 삭감하면서 고지도 관리에 사비까지 동원해야 했지만, 지속적으로 2002년 증여계약상 내용을 이행해 줄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 경희대학교 측이 불편해했다고 주장했다.
 
김혜정 교수 측은 횡령 의혹에 대해 “지난해 3월 한 직원이 리베이트조로 수수한 횡령액 800만원을 적발해 사후에 돌려내도록 한 것”이라며 “다른 직원이 회계처리를 위해 잠시 내 계좌에 보관했던 것을 내가 횡령한 것으로 몰고 있다”고 항변했다. 김혜정 교수 측은 “이 금액마저도 유물관리 비용으로 사용되었을 뿐 사적 용도로 지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증한 유물을 교비로 구입했다는 경희대학교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혜정 교수는 “학교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비 2억여원을 들여 해당 유물을 산 뒤 구입비를 연차적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며 2011년 당시 이러한 구입절차를 승인한 부총장의 서명이 담긴 문서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 협의 하에 유물을 선구매하고 승인된 절차에 근거하여 추후 예산으로 집행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혜정 교수 측은 “고지도는 유통과정의 특성상 대부분 익명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구입의사를 즉각적으료 표명하지 않을 경우 제3자에게 양도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이 같은 과정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금계산서 허위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김혜정 교수 측은 “유물의 선구입과 관련된 것으로 유물구입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학교 측이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또한 직원 무단 동원 의혹에 대해서도 김혜정 교수 측은 “박물관 조교 일부가 동문회의 일원으로 참석할 것일 뿐인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재일교포3세인 김혜정 교수는 고지도를 통해 국가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번 돈으로 고지도 수집에 매진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고지도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2002년 경희학원 설립자인 고 조영식 이사장의 간청을 받아들여 약 40여년 간에 걸쳐 수집한 고지도를 포함한 유물과 사료들을 경희대에 무료로 기증한 바 있다. 당시 김혜정 교수가 기증한 고지도 등은 컨테이너 13대 분량에 달한다. 이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4년 설립된 박물관 이름도 김혜정 교수의 이름을 딴 혜정박물관으로 정해졌다. 이 박물관은 국내 최대의 고지도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세계 첫 고지도 전문박물관이기도 하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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