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중진‧혁신위 ‘철회’ 호소 불구 文 강행 시사

그간 문 대표의 재신임을 철회하라고 요구해왔던 비주류와 달리 줄곧 문 대표의 의사를 존중해왔던 혁신위원회조차 혁신안 통과 이후 문 대표 재신임 철회로 돌연 입장을 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내 각계에서의 재신임 재고 요청에도 문 대표는 여전히 강행하겠단 의사를 고수하고 있어 추석 전까지 결론짓고자 하는 문 대표의 의중에 비쳐볼 때 곧 다가올 재신임 투표의 여파를 놓고 벌써부터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 당 지도부 ‘재신임 철회’ 한 목소리
당 내홍을 일으켰던 공천혁신안이 통과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은 18일 문 대표 재신임을 놓고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최고위원들 간에 언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문 대표 재신임 철회를 주장해 온 비주류 좌장격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도 마찬가지로 “(재신임을) 강행하시겠다면 나를 밟고 가라”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는데 “대표의 재신임 문제가 당의 단합과 혁신이 아니라 당을 분열과 불신의 늪에 빠뜨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속내을 내비쳤다.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전병헌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국민과 당원의 명령은 더 이상의 분열말고 화합 단결하라는 것”이라며 “어제 중진모임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 문제에 대해 혁신안 처리를 계기로 해서 당내 통합을 최우선적으로 하자고 의견을 모은 건 다행”이라고 밝혀 혁신안 통과로 이미 문 대표 재신임이 증명됐으니 재신임 투표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1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미 한 차례 문 대표 재신임 재고를 요청했던 오영식 최고위원도 “지금 국민과 당원들은 더 이상 분열하지 말고 단결해 총선에 임하라고 엄중한 명령을 내리고 있고 문 대표도 단결시 승리하고 분열시 패했다고 말했다”며 “이제 재신임 문제를 포함해 당의 논란과 분열적 행태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당내 3선 이상 중진의원들까지 문 대표를 방문해 재신임 투표 의사를 거둬줄 것을 요청했지만 일말의 철회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당 중진의원인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박병석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표 재신임 문제는 중앙위에서의 혁신안 통과로 사실상 확정된 것”이라고 설득하며 “20일 오후께 국정감사를 피해서 당무위원과 의원 합동총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문 대표는 “신중히 고려하겠다”며 철회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당내에서 대표 흔들기가 많았고, 사퇴를 하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참 힘들다”고 말해 진정 대표직을 놓으려하기보다 당내 비노 세력과 재신임 투표로 진검승부를 벌여 확실히 기강을 잡으려는 의도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문 대표와 중진들 간 회동은 앞서 주승용‧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 등을 비롯해 이석현 부의장과 문희상‧강찬일‧양승조·조정식·유인태‧우윤근 의원 등 중진의원 15명이 전날 오후 8시 국회 부의장실에서 만나 문 대표 재신임 철회를 요구하기로 결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반쪽’된 환갑잔치, 野 분열 민낯 보여줘
창당 60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과 함께 민주 60’이란 주제로 국회 대회의실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민주정당 60년 역사란 의미가 각별한 만큼 이 자리엔 당 지도부를 비롯해 김상곤 혁신위원장, 권노갑·임채정·김원기 상임고문, 지역위원장 등이 함께 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까지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이날 축사에서 문 대표가 “오늘이 단결과 화합을 다짐하는 뜻깊은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 것과 달리 행사장 곳곳에 빈자리가 보일 만큼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일찌감치 문 대표와 각을 세웠던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물론이고 비주류인 박지원‧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물론 일방적인 혁신안 통과라며 중앙위에 불참했던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 소속 의원들도 줄줄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와 마찬가지로 당내 차기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일정을 이유로 불참해 분명 축하해야 될 기념식임에도 불구하고 60주년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이날 축사자로 나선 당 상임고문들도 60주년 축하보단 위기임을 강조하며 한 목소리로 당원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집권을 위해서는) 민주당이 단결해야한다. 하나가 돼야한다. 분열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고, 김원기 상임고문도 “과거 민주당 선배, 동지들이 군사독재와 맞서 싸웠던 상황보다 더 심각한 위기”라며 “당내 각 계파 뿐만아니라 예전 동지들과도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상임고문은 “똘똘 뭉쳐도 어려운 이 상황 속에서 우리 당은 아집과 독선에 빠져, 위기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당내 상황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날 반쪽짜리 행사를 마친 뒤 문 대표는 결심을 굳혔는지 기자들에게 “저에게 가장 불리한 방법으로 재신임을 묻는 방법이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기 때문에 그 생각으로 앞으로 결론을 도출하겠다”며 행사 전 회동에서 중진의원들이 ‘재신임 철회’를 요청한 데 대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주위에서 당 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며 만류하는 ‘재신임 투표’를 오히려 단결과 화합의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 우리 당의 단합과 화합을 위한 것”이라며 “다른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방안도 모색해보겠다”고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다만 그는 당 중진의원들이 당무위 의원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에 대해선 “중진 의원들이 마련한 20일 연석회의의 상황과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 혁신위도 ‘철회’ 나섰으나 文 의지 못 넘어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재신임’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나게 되든 낙관적인 전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반대 의사를 펴는 데 반해 그간 문 대표의 당 혁신 의지를 실행하는 최전선에 섰던 혁신위원회도 ‘재신임 철회’를 요구하며 국면 전환의 계기를 불러왔다.
김상곤 혁신위원장 등 혁신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는 재신임의 다른 이름”이라며 “문 대표는 재신임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혁신위 역시 이날 오전 당 중진의원들이 당의 화합을 우선해 ‘재신임 철회’를 요구한 것과 같이 “계파의 이익을 넘어 통합과 단결을 먼저 몸으로 실천해 달라”며 소모적 싸움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더 이상의 갈등과 분열은 파국을 몰고 올 뿐”이라며 “포용의 정치, 변화와 안정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문 대표에 호소했다.
혁신위까지 나선 이 같은 각계각층의 호소에도 문 대표의 철벽같은 의지는 넘지 못했는데 문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요청해 “혁신안 통과와 재신임을 연계시키는 건 ‘아전인수’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위의 요청을 일축했다.
그는 거듭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됐다는 것이 재신임을 묻는 것을 번복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며 “재신임을 묻겠다고 제안한 자체가 당내 계속되는 분란을 이제 끝내자는 뜻”이라고 밝혀 사실상 재신임 강행 의사를 드러냈다.
당 중진과의 회동에서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답한 데 대해서도 “중진께서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견에 귀를 열어 놓고 경청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 대표의 강경 대응은 단순히 재신임 철회만 요구할 게 아니라 비주류 측에서 당 지도부 흔들기 재발 방지를 당내 결의 등으로 확실히 약속하지 않는 이상 일시적인 ‘철회’만으로 당 내분이 수습되진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 재차 재신임 강행 의사를 밝혀 비주류 측에 압박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그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오는 20일 중진들이 여는 회의에 참석하겠다면서도 재신임을 두고 “지금도 그 방법이 가장 좋은 방안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라고 말해 ‘다른 방안’ 즉, 근본적인 원인인 비주류의 당 흔들기에 대한 재발방지 확약을 받아낼 수 있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단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처럼 ‘재신임 투표’를 둘러싼 신경전은 거의 마지막 설득 기회라고 할 수 있는 20일 회동을 기점으로 결론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투표가 강행된다 해도 문 대표가 추석 전 실시를 강조해 온 만큼 적어도 ‘재신임’이란 2라운드는 이번 달 내에 분명하게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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