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nVIDIA 관계 무시할 수 없었던 듯

17일 업계에 따르면 nVIDIA는 대만업체 TSMC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수주 경쟁에서 TSMC에 밀린 이유로 GPU 파운드리 경험 부족과 nVIDIA와의 비즈니스 관계로 꼽힌다. nVIDIA는 AMD와 함께 PC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업체로 시장 점유율 81.9%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고객이다. 지난해 매출은 46억8100만달러(한화 약 5조5000억원)에 달했다.
nVIDIA는 내년 하반기 내놓을 차세대 GPU(개발코드명 파스칼)를 10나노대 핀펫(FinFET) 공정으로 생산하기 위해 삼성전자(14나노)와 TSMC(16나노)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가 공동으로 파스칼 GPU를 양산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nVIDIA는 두 회사가 각각 핀펫을 적용해 만드는 공정 프로세스가 달라 제품 안정성을 위해 TSMC에서만 생산키로 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사업에 쏠려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GPU, TV용 셋톱박스, 사물인터넷(IoT), 무선통신(RF) 칩으로 확대했다. 이는 과거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애플과 퀄컴의 물량에 집중돼 있다 보니 이들 업체가 물량을 급격히 줄이거나 무리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 사업부 자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은 지난 2013년 nVIDIA와 GPU 파운드리 조건부 계약을 하기도 했다. nVIDIA는 수율 85% 이상을 달성하면 케플러와 10세대 GPU(맥스웰)의 생산까지 맡기려고 했으나 삼성이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번 nVIDIA와의 계약 수주를 통해 파운드리 업체로의 위상을 올리기 위해 주력했다. 파스칼 GPU는 기존 ‘맥스웰’보다 10배 이상의 성능 향상을 한 제품이라 그래픽 시장에서 이정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GPU는 중앙처리장치(GPU)와 비교해 트랜지스터 숫자가 두 배 이상 많고, 생산 수율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수주 계약을 한다면 레퍼런스를 높일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삼성이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회사인 TSMC의 고객사를 끌어오는 상징성 있는 계약이기도 했다. AMD 역시 차세대 GPU ‘그린란드’는 TSMC 16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nVIDIA는 20여년간 계약을 이어온 TSMC를 선택했다. nVIDIA는 TSMC의 수율 문제로 GPU 공급부족 현상을 겪기도 했지만, 그동안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이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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