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효과 기대…매각 성공여부도 관심
LG화학의 동부팜한농 인수전 참여가 초미의 관심사다. LG그룹은 그간 인수합병(M&A)에 대해 숙고를 거듭하며 극도의 신중함을 보여 왔다. 이런 행보에 비춰볼 때, LG화학의 이번 인수전 참여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자연스럽게 업계의 이목은 그 배경에 쏠리고 있다.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추측 가운데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측면의 참여라는 데에 무게감이 실린다. 동부팜한농 인수에 성공할 경우 두 회사의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동부팜한농은 국내 기업으로는 드물게 농약의 기본 원료인 농약 원제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 종자시장 1위, 비료시장 2위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6240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을 거둬들인 알짜회사다. 올 상반기에만 4260억원, 영업이익 637억원, 당기순이익 362억원을 기록하는 등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부팜한농과 LG생명과학 두 회사만이 농약 원제를 생산하며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아울러 동물약품과 응용생물, 바이오소재, 위생방역 등의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경우 이 시장에서 막강한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입찰의 매각 대상은 재무적투자자(스틱인베스트먼트·원익투자파트너스·큐캐피탈파트너스 등)가 보유하고 있는 동부팜한농 지분 50.1%와 동부그룹 과계사 지분 49.9%다.
당초 KG케미칼을 비롯해 SK와 한화, 코오롱, 효성 등 자본력이 있는 화학 계열 회사들이 동부팜한농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거론됐으나 예비입찰에선 LG화학과 CJ제일제당 두 곳으로 좁혀졌다.
◆새 먹거리 부족…사업다각화 나서나
LG그룹은 그간 인수합병(M&A)에 심사숙고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SK그룹의 캐시카우가 된 하이닉스반도체만 해도 당초 LG가 유력인수자로 거론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LG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자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농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찾아 나섰다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LG화학이 인수에 성공한다면 동부팜한농은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비중은 75%로,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배터리사업부 등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그룹의 M&A 전략 측면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룹차원에서 보면 LG는 그동안 M&A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 2010년 더페이스샵코리아를 LG생활건강이 3889억원에 사들인 게 GS와의 계열분리 이후 가장 눈에 띈 M&A였다.
이번 동부팜한농을 인수하게 된다면 최대 규모의 M&A를 단행하는 셈이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매각 가격은 6000억원대 후반에서 최대 8000억원선이다.

LG화학은 노무라금융투자를 인수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준비 작업에 착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동부팜한농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바이오사업에 대한 시장성 때문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진다.
바이오사업은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고령화 등의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더구나 농업 부문이 유가나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만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안고 있다. 바스프와 다우케미칼, 듀폰 등 세계적 화학회사들도 대부분 농자재사업을 놓지 않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이번에 동부팜한농을 인수하면 석유화학과 전자소재, 배터리 사업에 이어 바이오 부문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측은 이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공시된 것 외에는 밝힐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번째 매각시도…이번엔 과연 성공하나
동부팜한농의 매각 시도는 앞서 두 번의 실패를 겪었다. 동부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난 3월 동부팜한농을 계열분리한 뒤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와 매각을 의논해 왔는데, 오릭스 측이 차익만 챙길 것이라는 우려에 무산됐다.
이후 일본 오릭스PE와 H&Q코리아 등을 대상으로 수의계약 형태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두 번재 매각에 실패하고 결국 공개매각으로 전환됐다.
향후 관건은 매각가 협상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동부팜한농의 매각가를 7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동부팜한농이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보낸 티저레터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 최대 농자재 기업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구조에 기인한 안정된 수익 창출 ▲동부그룹 분리 후 재무적 시너지 실현 가능성 ▲비핵심자산 매각 및 자산유동화 등을 강조했다.
구조조정 중인 동부그룹 및 재무적투자자측은 이달 안에 동부팜한농의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안에 매각을 마무리 지음으로써 부채 등을 해소할 계획이다. 매각자 측에선 동부팜한농 매각을 통해 8000억원 정도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