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한나라당 일부에서 색깔론 시비가 일고 있지만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이명박 시장은 오랜만에 1위로 올라섰다. CBS 라디오‘시사자키 오늘과 내일’프로그램이 지난 7월 3일과 4일 양일간 전국 19세이상 성인남녀 69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이명박 전 시장이 26.7%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박근혜 전 대표로 24.5%를 기록”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와 연대설이 흘러나왔던 고건 전 총리로 21%로 3위를 기록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황제테니스 사건에 대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퇴임 후 종로구 견지동에 둥지를 틀었다. 그의 대권 가도에 전초기지를 마련한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함께 한나라당내 유력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이 시장은 3일 오전 별도의 개소식 없이 사무실에 들러 비서진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이른바 계급장을 떼고 같은 기간 현직에서 물러난 박 전 대표와 손 전 지사와 1년 6개월에 걸친 대권 레이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이임식을 갖고 공식 퇴임, 기존의 직함 앞에 똑같이‘전(前)’자를 붙이게 됐다. 이보다 2주 앞선 지난 16일 당 대표직을 물러난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 ‘빅3’가 일제히 ‘백의종군’의 형태로 국민 앞에 서게 된 것이다. 퇴임 후 이 전 시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손 전 지사는 이미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겠다며 100일간 민심대장정에 돌입한 상태. 이 전 시장 또한 1년 6개월 동안 전국각지를 돌며 민심을 들어보고 미래 대한민국의 발전방향을 모색해보겠다고 했다.‘박풍’ 박근혜냐, ‘저평가우량주’ 손학규냐, ‘불도저’ 이명박이냐를 놓고 저울질이 시작된 것이다.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2월 23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권철헌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수도서울 시장에서 대권으로 …
시장 퇴임으로 이 전 시장은 이제 한나라당의 평당원이 됐다. 11일께 상임고문으로 추대될 예정이지만 대권주자인 그로서는 ‘이명박’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하다.
현실적으로는 박 전 대표가 현역 국회의원으로 제도정치권에 자리 잡고 있는데 비해 이 전 시장은 무직인 셈이지만 이런 차이가 차기 대선 고지를 향한 예비 관문, 즉 당 경선에 대비한 당면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 시장은 당헌에 의거, 당분간은 당직이 없이 평당원의 자격에 머무른 후 내년 4월쯤 당 상임고문으로 추대돼 공식 무대에서 나머지 주자들과 경합을 벌이게 된다.
지난해말 개정된 당헌은 ´대통령 선거 8개월 전부터 출마 희망자를 위한 대선예비후보자 등록제를 운영하며, 예비후보 등록자는 상임고문으로 위촉돼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당무 전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내에서 이 전 시장이 내년 4월까지 10개월간 ´무(無) 당직´상태로 남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당적으로 손실이라는 시각이 엄존, 7.11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대로 특별 조치 등을 통해 이 전 시장을 조기에 상임고문으로 추대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후보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상임고문직은 예외로 한 당헌 조항을 탄력적으로 해석하면 제도적으로도 무리가 없는 편.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선거 8개월전에 대선 예비후보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도록 돼 있다지만, 이 전 시장을 그 이전에 상임고문으로 위촉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며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을 예우 차원에서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던 사례를 이 전 시장에게도 적용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임고문 자리가 없으면 몰라도 있는 상황에서 나중에 위촉하나 지금 위촉하나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가 새로 구성 되는데로 빅3의 상임고문 추대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임사 통해 대권레이스 공언
이 전 시장은 이임식에서 “역사의 고비에서, 긴장의 장소에 서서, 나는 우리가 꿈을 가졌다는 것을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한다”고“이제 그 푸른 꿈이 파장을 일으키고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음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하겠다”며 “어제를 감싸 안고 오늘을 뛰어 넘어 내일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꿈이 우리를 화합하게 하고 꿈이 우리를 전진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 뒤 “그리고 마침내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은 조금의 휴식기간을 거친 뒤 ‘전국순회’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퇴임식을 기점으로 ‘독자 행보’에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이 전 시장은 3일 견지동 사무실에 출근해 “처음 사무실 문을 여는 날이라 잠깐 들렸을 뿐”이라며 “당분간 편안히 쉬고 정치권과는 거리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시장은 “그동안 시장으로 근무하면서 친지들과 편안하게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며 “열흘 정도는 친지들과 보내고 고향인 포항에도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2월 1일 용산구민회관에서 있은 노숙자 일자리찾기 프로젝트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노숙자를 상대로 강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오는 12일부터 이틀간 목포대 학생들과 함께 전남 지역에서 ‘농촌 봉사 활동’을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강연 정치’ 등의 외부 활동을 재개할 예정. 더불어 7.26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관련, 최수영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출마하는 서울 성북을 지역 등의 지원유세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시장은 8일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엄정중립을 지키겠다. 말을 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아울러 이 전 시장은 오는 8~9월쯤엔 독일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과 호주 등지를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전 시장은 “유럽 방문 등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비롯한 과학기술 발전 비전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며 "일본의 과학도시인 쓰쿠바를 넘어서는 새로운 과학도시 또한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연말쯤에는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문제 등에 대한 비전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 대권 도전을 위한 정책 개발에 이미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이날 이 전 시장은 60여평 규모의 사무실 정리 상황을 둘러보고 정두언 의원과 박창달 전 의원, 이춘식 정태근 전 정무부시장 등 참모진과 회의를 가진 뒤, 인사동 거리를 거닐며 휴식을 취했다.
한편 견지동 서흥빌딩에 마련된 이 전 시장의 개인 사무실은 올 연말쯤 정식으로 대선 후보 경선 캠프를 가동하기 전까지 사용할 ´임시 거처´로, 이전 전 정무부시장 외에도 박영준 박영준 전 정무국장, 강승규 홍보기획관, 조해진 언론보좌관, 윤상진 정무비서관, 김희중 임재현 비서관 등 핵심 측근도 모두 이 전 시장과 함께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전 시장은 각 지역의 정책전문가들을 만나 대선공약용 지역발전전략 등을 구상하면서 전국적인 ‘이명박 네트워크’ 구축도 도모한다.
◆이명박이 그리는 계획은?
이 전 시장은 퇴임에 앞서 각종 언론에 인터뷰 기회를 준다. 종전 공식 브리핑 외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 왔던 그이지만 퇴임 2주전부터는 마치 미뤘던 말들을 쏟아내려 했음인지 자신이 그리는 미래 구상을 털어놓은 것.
이 전 시장은 ‘치밀한 사전준비가 없는 계획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신념을 내비치며 그의 속내를 여과 없이 내비쳤다.
이 전 시장의 고민은‘서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였으며, 그는 ‘밑바닥 생활을 해 본 사람만이 서민의 아픔을 아우르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답변을 요약했다.
이 전 시장은 “어려운 곳을 그냥 둘러보는 것이 아니고 거기 있어 보겠다는 것”이란 말로 자신이 향후 어떤 행보를 걸을 지 적시했다.
이 전 시장은 또 자신의 재임기간 가장 큰 업적으로 ‘노숙자 문제와 치매 노인 문제’를 들었으며 이것으로 볼때 향후 일정 또한 ´서민 속으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며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게 했다.
▲ 이명박 서울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지난 6월 5일 서울 여의도 옛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서 열린 서울국제금융센터 기공식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장이 될까’라는 고민보다는 ‘시장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때문에 그에게는 뜻을 품으면 ‘치밀한 사전준비 없는 계획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공식이 성립돼 있다.
그는 현대건설 입사 당시 월급을 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 그렇게 불도저처럼 일을 해왔다고 한다. 때문에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빈곤은 똑같다. 지금은 정치인들이 정치문제를 가지고 떠들 것이 아니라 경제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정치권에 거침없이 일침을 놓는다.
이 전 시장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때문에 내가 퇴임 후 곧바로 정치를 할거라고 하면 정말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며“그래서 내가 어려운 곳을 그냥 둘러보는 것이 아니고 거기 있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노숙자 일자리를 만들고 한 것도 내 절박한 삶이 있었기에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라며 “앞으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미처 챙기지 못한 사람들 챙길 것이고 반찬을 사러 갈 때도 재래시장에 가서 직접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풍과 불도저는 ‘안정행보’,저평가우량주는‘저돌행보’
한나라당의 대권주자군(群)과 관련, 통상 ‘빅3’로 표현되지만 현재 여론지지도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양강을 형성하고 손 전 지사는 많이 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박 전 대표와 이 전시장이 ‘안정 행보’, 손 전 지사가 ‘저돌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박풍’ 박근혜냐, ‘저평가우량주’ 손학규냐, ‘불도저’ 이명박이냐.(이상 가나다 순) ‘2007년 12월 19일 그날’, ‘제 17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간택받기 위한 이들의 향후 행보는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의 관심권 밖을 벗어나지 않는 핵심 정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