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재보궐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정인봉 전 의원에 대해 후보 부적격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 전 의원이 과거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는 정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4.13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16대 총선을 앞두고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에게 수백만 원대의 향응과 함께 성 접대를 제공했었다고 밝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정 전 의원은 성 접대뿐 아니라, 방송을 통해서도 유명세를 치른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가 본의 아니게 출연하게 됐던 방송 프로그램 명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목격자들의 진술이 분분한 KBS의 ‘좋은나라 운동본부’. 정 전 의원은 세금 고액체납자로도 이미 사회의 지탄을 받아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그를 공천한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성 접대에 세금 체납까지
한나라당은 송파갑 후보로 정인봉 전 의원을 공천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2000년 2월 25일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서울 종로 후보로 공천 확정 통보를 받은 뒤, 그날 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한나라당 출입 KBS, MBC, SBS, YTN 등 방송사 카메라 기자 4명에게 46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해 의원직을 상실했던 과거 전력이 있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당시 정 전 의원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에는 "카메라 기자들에게 16대 총선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카메라 촬영 및 보도를 잘해주어 선거에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술자리를 마련하여, 나모(여·29세)를 비롯한 유흥종사자 6명을 배석시킨 가운데… 양주 6병과 안주 7점 등을 먹고 마신 후 참석자 중 O모(MBC), O모로 하여금 인근 하일랜드 모텔에서 위 유흥종사자들의 성적 접대를 받도록 하는 등으로 시가 금 283만 6667원 상당의 접대를 함으로써 향응을 제공하고…."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선거운동원이었던 김 모 씨에 의해 밝혀진 이 사건은 당시로써는 국회의원 당선자가 언론 관계자를 상대로 향응이나 성 접대를 한 최초의 정식 수사였다.
정 전 의원의 부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03년 10월 4일 그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가난한 부자들의 나라-세금 체납과의 전쟁’편에 고액체납자로 나왔던 것이 밝혀졌다. 당시 프로그램에서는(268회) 인물에 모자이크가 처리되어 있어 화면상으로는 정 전 의원인지 알 수 없으나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김종일 PD는 언론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정인봉 전 의원이 맞다”고 증언을 했다.
또 다른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김 PD는 “서울시청 38기동대 명단을 확인하고 정인봉 전 의원의 체납사실을 확인했다”며 “38기동대와 함께 체납을 팔로우업 하는 형식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정 전 의원의 체납액은 무려 4억여 원이나 되었으며, 채납된 상태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세금체납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정 전 의원은 또, KBS 프로그램 ‘좋은나라 운동본부’의 ‘최재원의 양심추적’에도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과는 달리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나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 이 같은 사실은 널리 퍼지고 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가장 먼저 이 같은 주장을 한 ‘odoli179’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서울 송파갑 재보선 후보로 정인봉씨가 공천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몇 해 전 KBS에 정인봉씨가 나왔던 일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며 “지금도 방영되고 있는 ‘좋은나라 운동본부’의 ‘최재원의 양심추적’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좋은 집에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얼마 안 되는 지방세를 안 내고 도망 다니고 돈 없어서 못 내겠다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odoli179’ 씨는 또, “정인봉씨 역시 변호사를 하면서 많은 돈을 벌면서 지방세를 안 내서 38기동대팀과 함께 최재원씨가 정인봉씨 집을 방문했다”며 “공천심사하신 분들이 이런 내용들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좋은나라 운동본부’에 정 전 의원이 고발된 것에 대해 KBS 노윤구 PD는 “방송됐던 분량이 많이 때문에 지금 바로 정인봉씨가 프로그램에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으며, 서울시측 관계자 또한 “정인봉씨는 2002년에서 2004년에 걸쳐 체납된 세금을 납부했다”며 “체납금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프로그램에 나왔었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당한 세금이 체납되어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라는 점이다.
◈“당에 도움만 된다면야”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인물을 공천한 한나라당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두 번의 실수보다 공이 더 크다”며 정 전 의원 공천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정 전 의원이 최근까지 당 인권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서울구치소 성추행 은폐 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기도 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그는 성 접대 선거법위반자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그런 추악한 문제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사람을 다시 국회의원으로 공천한 한나라당이 이게 정당인가?”라고 강력한 비난을 했다. 덧붙여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과정에서도 수없이 돈 공천, 공천뇌물로 물의를 일으키더니 한나라당 지도부가 모두 모인 곳에서 감히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이제는 뵈는 것이 없다”며 “정인봉은 더 이상 정치권을 어슬렁거리지 말고 즉각 후보직을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