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진보단체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강행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이 인터넷 등에 떠돌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들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미국과 일본은 할 말이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일본의 자업자득이다”라고 하며 미국 등에 대해 “자신들은 국제조약을 제 멋대로 유린하고 마음 내키는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엔 제재, 군사적 대응 등을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며, 명백한 이중기준이다”라는 강력한 비난을 했다.
이 같은 진보단체의 주장은 진보와 보수간 극한 대립 상황으로까지 몰고 갈 소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써, 사학법 재개정안 문제로 색깔논쟁이 불거졌던 우리 사회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문제로 예상되고 있다.
◈미일, 이러쿵저러쿵 하지마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단행에 대한 논평을 냈고, 이 논평의 내용은 일부 진보단체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논평에서 실천연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도발행위’,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을 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은 북한이 230번째 독립기념일이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더욱 충격에 빠져 있다. 미 대통령 부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등 국가안보분야 참모들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문제를 협의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본론에 앞서 미사일 발사 이후 국내외의 반응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실천연대는 일본에 대해서 “일본 열도는 완전히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며 “일본은 미사일 발사가 ‘자국의 안전보장과 국제평화 및 안정,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등의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이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부산을 떨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고 현황을 전했다. 또, 실천연대는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이건, 인공위성이건 이는 북한의 정당한 자주적 권리이며, 미일 양국의 대북적대정책, 전쟁책동에 대한 자위적 조치로써 국제사회가 이러쿵저러쿵 할 문제가 아니다”고 내정간섭과도 같은 미국과 일본의 반응에 대해 비난을 했다.
더욱이 실천연대는 “부시 정권 출범 이후 미국은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ABM)을 탈퇴하고 연일 요격미사일 시험을 진행하는 등 대북전쟁공세에 열을 올려 왔다”고 비난한 뒤 “자신들은 국제조약을 제 멋대로 유린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엔 제재, 군사적 대응 등을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며, 명백한 이중기준이다”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원인 제공은 미국이 했다”
또, 실천연대는 논평을 통해 “미사일 개발권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는 중제로 자신들의 주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미국에게 미사일을 쏘아 올릴 권리가 있다면 북한뿐만 아니라 지구상 어느 나라든 미사일을 개발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이다. 때문에 실천연대는 “미국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에 위협받는 모든 국가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로 무장할 자위적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실천연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일본의 자업자득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어야 함을 주장했다. 그들은 지난 6월 북한 외무성이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전향적 조치로써 6차 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을 초청하여 “미국이 우리(북)를 계속 적대시하면서 압박도수를 더욱더 높인다면 부득불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를 했었다”는 북한의 자료를 인용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처럼 문제가 커지게 된 것에 대해 실천연대는 “미국은 북한의 연이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전향적인 제안을 일축하였다”고 하며 모든 책임을 미국 측으로 돌렸다. 더욱이 실천연대는 “미사일 소동을 벌이며 ‘용감한 방패’훈련, 림팩훈련 등 사상유례가 없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태평양지역에서 전개하고 있다”며 따라서 “미국의 이러한 분별없는 행동이 북한의 ‘초강경 조치’를 유도한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실천연대는 “북한의 미사일은 부시에게 향하는 미사일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은 “미국이 지난해 6자 합의에도 불구하고 금융제제를 더욱 확대하면서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전혀 전환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군사적 위협을 증대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근거에서 비롯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실천연대는 이러한 미국의 행위에 대해 “오만무례한 패권적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 미사일개발은 계속될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신은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논평을 통해 실천연대는 미사일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천연대가 제시한 해법은 미국이 대북전쟁책동,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9.19 6자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상황을 쉽게 타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실천연대는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에 따라 미국인들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부시는 당장 힐을 평양으로 보내 그동안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관계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파만파 진보단체들 규합
이 같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북한 미사일 발사 옹호의 글은 노사모, 한총련, 통일연대 등 진보단체들의 움직임에도 부채질을 하게 되었다. 통일연대의 경우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외면해 결국 미사일 발사라는 결과를 자초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책임은 오히려 미국에 있음을 강조했고, 노사모 홈페이지의 경우에는 ‘초인’이라는 노사모 기자단 소속의 한 회원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환영한다’는 글을 게재해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초인’이라는 인물의 게시글에 대해 노사모 측은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해명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진보단체의 회원들 사이에서 이번 북의 미사일 발사가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되고 있어 파문은 확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인’은 우선 “대포동 1, 2, 3, 4기 발사는 정당방위에 속한다”는 주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공해상으로 쏜 미사일 실험은 일본의 독도 침범에 맞춰 민족의 영토를 지키려는 마음에 적합한 행동”이라며 “미국의 레이더에 잡힌 4발의 발사는 미국의 이기심을 다시 보여주는 약소국의 좋은 실현”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미사일과 미사일을 격추하는 요격미사일도 갖추고 있으며 남의 나라를 정확히 뚫어보는 위성전자 현미경인 몰래카메라를 갖추고 24시간 염탐하는 지저분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해서 강도 높은 비난의 의견을 펼쳤다.
‘평화네트워크’도 성명을 통해 “부시 행정부는 북미 간 직접대화를 줄곧 거부함으로써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고 미국의 책임론을 분명히 했다. 한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논평을 낸 익일인 6일 성명서를 내고 “북한의 미사일은 우리(남한)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며 “북한의 미사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미국과 일본만을 겨냥했다. 지난 백 년간 우리 민족을 무참히 짓밟아온 외세들에게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여주었다”고 5일 발표한 논평의 내용에 더욱 힘을 싣기도 했다.
◈결국에는 또 색깔 싸움
이러한 진보단체들의 주장이 우려스러운 점은 앞서 밝혔듯이 그들만의 논리이고, 그들만의 주장으로 끝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진보단체와 보수우익단체들은 또 다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선진화국민회의’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경악과 분노에 휩싸이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북한 당국이 미사일 발사와 같은 행동을 하면 감당할 수 없는 손해를 본다는 점을 철저히 깨달을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하에 엄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수 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진보단체와는 대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의 경우에는 “대북 무작정 퍼주기로 김정일은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다”며 “노무현 정부는 이제라도 6.15 사문서의 폐기를 공식 선언하고 대북지원을 전면 중단하라”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는 김일성의 6.25 남침 전야에 못지않은 위기”라고 북한을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또 다시 남한 사회에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안보를 위해 진보와 보수 모두의 힘을 합쳐야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넘도록 지속돼온 이념 갈등은 남한을 또 다시 분열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나라가 더욱 강성해지기 위해서는 좌우익으로 대변되는 이들 진보와 보수의 갈등 조절이 급선무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