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옻칠 그릇’이라는 뜻인 가볍고 물에도 강한 지태칠기(紙胎漆器). 조선시대에는 먼 거리를 이동할 선비가 도포 자락에서 우아하게 꺼내드는 ‘휴대용 컵’으로, 산 넘어 시집가는 새색시 가마에 수줍게 넣어주던 요강으로 풍류와 더불어 발전했다.

특히 천 년을 간다고 하는 우리 한지로 만든 칠기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 고유의 문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제 때 명맥이 끊기며 여러 번 칠을 입혀도 종이다운 가벼움을 유지하는 비결 또한 역사에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30년간 지태칠기에 빠진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이 오십에 옻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김은경 옻칠미연구소 대표다. 김은경 대표는 제 1호 옻칠조형학 박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김은경 대표의 옻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오는 30일부터 서울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2층 제3전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태칠기 복원 ‘옻칠, 종이를 품다’라는 타이틀로 열며 ‘보는 전시’가 아닌 ‘만지는 전시’이다.

김은경 대표는 “옻칠 그릇은 손을 탈수록 색이 곱게 살아나고 쓸수록 몸에 좋아서 관객이 직접 만져봄으로서 지태칠기의 그리운 온기를 느껴보게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그릇, 물컵을 비롯해 장신구, 가방, 탁자, 조명에 이르기까지 옻칠과 종이로 만든 다양한 생활소품을 선보인다. [시사포커스 / 여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