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 삼성페이에 카드사-밴사 갈등 ‘불똥’ 왜?
‘신의 한 수’ 삼성페이에 카드사-밴사 갈등 ‘불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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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전표 미수거 결정에 밴사 강력 반발…
 
▲ 삼성전자의 간편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과 밴(VAN)사들의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커스텀투데이
지난 4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6 이후 모델부터 적용되고 있는 간편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과 밴(VAN)사들 사이에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현대카드는 삼성페이로 결제한 전자전표를 밴사로부터 수거하지 않고 있다. 이로써 현대카드는 삼성페이 결제와 관련된 전표 수수료를 밴사에 내지 않게 된다.
 
삼성페이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글로벌 점유율 회복을 위해 내세운 신무기로 경쟁 시스템인 ‘애플페이’나 ‘안드로이드페이’ 등에 비해 범용성에서 뛰어나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 이 시스템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결제를 진행한 많은 소비자들은 간편함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신의 한 수’로 불리기까지 하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마찬가지로 호평 일색이다.
 
이처럼 삼성페이의 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카드가 총대를 메고 밴사로부터 전자전표를 수거하지 않으면서 밴사들의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카드 측은 삼성페이가 결제 전 지문인식을 통해 본인인증을 해야 승인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 발생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9월부터 공문과 구도로 밴사에 공지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타 카드사들도 동참 가능성↑
현대카드의 이 같은 결정은 삼성페이로 대표되는 간편 결제 시스템이 확산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다른 카드사들의 동참 행렬을 부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간편 결제 시스템들이 카드 결제를 대체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밴사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밴사는 단말기의 관리와 설치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로 발생하는 매출 전표를 수거해 간다. 이후 카드사들은 일정한 전표 수수료를 주고 매출전표를 재차 수거해 카드 결제과정에서 불법 카드 결제나 허위 매출 등의 사고 매출 여부를 확인한다. 카드 결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삼성페이는 본인인증 수단이 모두 완료된 결제 수단이기 때문에 사고 매출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현대카드가 전표 수거 역시 필요치 않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사고 매출 가능성이 없는 결제 수단인데 굳이 불필요한 지출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마그네틱 방식을 겸용하는 삼성페이에 이어 애플페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 등 NFC 전용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경쟁 시스템들 역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점차 카드 결제를 대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문인식같은 확실한 본인인증 수단으로 결제가 이뤄지면 이번에 총대를 멘 현대카드에 이어 다른 카드사들 역시 전표 미수거 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카드 측은 삼성페이가 결제 전 지문인식을 통해 본인인증을 해야 승인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 발생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9월부터 공문과 구도로 밴사에 공지를 마쳤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밴사들, 수익 40% 날아갈 위기…강력 반발
문제는 밴사들의 전표 수수료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자칫 전표 미수거 바람이 거세질 경우 밴사들의 존폐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밴사들의 전표 수거 수수료는 밴 대리점 수익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8일 코스닥시장에서 나이스정보통신 주가는 전날보다 5400원(11.44%) 급락한 4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매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서다. 삼성페이의 가입자가 한 달여 만에 6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향후 확산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밴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지난 2013년에도 카드사들이 밴사의 주업무인 전표 수거 용역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4만여 밴 대리점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밴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당시 현대카드는 한국정보통신(KICC)에게 전표 매입 중단을 통보했다가 20여만 개 가맹점이 현대카드 결제거부 운동에 돌입하기도 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밴사들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측은 밴 대리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현대카드를 규탄하고 나섰다.
 
밴 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밴 대리점들은 대개 3년 약정으로 가맹점에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고 관리하는데 이는 수수료를 염두에 둔 선투자 개념으로 이해된다. 이런 상황에서 보전 조치도 없이 전표 수거 수수료가 사라지게 된다면 가맹점들의 줄폐업은 시간문제라는 주장이다. 밴 업계는 아울러 이를 만회하기 위해 관리비 인상이나 매입·정산 대행료를 올려 받는 꼼수도 출몰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이고 있다.
 
밴 업계는 삼성페이의 미래 가능성을 두고 투자했던 대리점들이 전표 미수거 결정이 확산될 경우 도산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10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가 본격 도입될 예정인 상황이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측은 현대카드 거부 운동 등 단체 행동에 나설 방침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측은 밴 대리점들이 가맹점을 관리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현대카드를 규탄하고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삼성전자, 범용성 타격 우려에 ‘전전긍긍’
이 와중에 중간에 낀 삼성전자는 좌불안석하는 분위기다. 삼성페이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주된 이유가 애플페이와 같은 경쟁시스템에 비해 압도적인 범용성인데 카드사들과 밴사 간의 갈등으로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삼성페이의 누적 가입자는 한 달여 만에 60만명으로 급증했다. 결제액은 35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등록된 신용카드 수는 80만 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플러스 등의 최신 기종에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향후 신제품에 지속적으로 적용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확산 속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장밋빛 전망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로는 삼성페이가 마그네틱 방식을 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아직까지는 마그네틱 방식의 단말기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매장의 80~90%가 마그네틱 전용 결제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공개됐던 애플페이는 높은 주목도에도 불구하고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 전용이라는 한계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페이가 마그네틱 방식을 겸용하는 삼성페이를 내놓자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핸드폰을 카드 단말기에 갖다 댔더니 결제가 돼 나도 주인도 신세계를 경험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또한 많은 카드사들의 모바일 카드는 대부분 대형 가맹점에서만 사용되지만 삼성페이는 일단 동네 슈퍼에서도 카드 결제 단말기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하다. 더구나 이 방식은 삼성전자가 인수했던 루프페이의 특허 기술로 알려져 있어 당분간 삼성전자의 독주를 이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페이로 인해 카드사와 밴사의 갈등이 촉발되고 실제 가맹점의 삼성페이 결제 거부 운동 등이 현실화될 경우 이 같은 장점이 일거에 사라지게 된다. 소프트웨어의 애플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삼성페이가 삼성페이 효과로 일거에 이 같은 평가를 뒤집었지만, 갈등이 확산되면 이 같은 효과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미 삼성페이를 향후 주요 동력으로 삼고 삼성페이 관련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페이 수수료에 집착하지 않고 향후 삼성페이를 신제품 라인업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삼성페이 결제에서 불편을 겪을 경우 장대한 로드맵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대카드와 밴사의 갈등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이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삼성전자와 카드사, 밴사의 삼자 구도가 빚고 있는 갈등이 어떤 향배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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