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의 소유·경영 분리 체제 향방은?
한샘의 소유·경영 분리 체제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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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정리 움직임에 경영 승계 가능성 대두
▲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이 최근 보이고 있는 지분 정리 움직임과 관련해 최양하 회장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변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샘
종합인테리어 회사로 발돋움한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이 최근 보이고 있는 지분 정리 움직임과 관련해 최양하 회장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변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달 조창걸 명예회장의 외아들 고 조원찬 씨가 보유하던 12만9200주를 조원찬 씨의 부인과 아들들에게 전량 상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 조원찬 씨의 부인인 김현수 씨와 두 아들인 조휘현(12)·조일현(10) 군이 각각 5만5371주(0.24%)와 3만6915주(0.16%) 씩을 물려 받게 됐다.
 
고 조원찬 씨가 보유하던 지분 중 상속분을 제외한 나머지 3만여 주는 장내 매도를 통해 79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에 사용됐다.
 
그간 고 조원찬 씨는 개인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2012년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조창걸 명예회장이 이번 지분 정리를 통해 오너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샘, 전문경영인 체제로 소유·경영 분리
한샘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부엌가구 전문회사에서 가구업계를 대표하는 종합 인테리어 회사로 성장해 왔다. 현재 회사는 최양하 회장과 강승수 사장 등의 전문경영인들이 맡고 있다.
 
조창걸 명예회장은 창업자이자 한샘 지분 20.16%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최양하 회장이 의사결정권 전반을 행사하고 있는 구조다. 최양하 회장은 한샘 지분 4.38%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조창걸 명예회장의 자녀들 역시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아 왔다.
 
최근에서야 사망 사실이 알려졌던 장남 고 조원찬 씨는 보유 지분이 0.68%였지만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 조원찬 씨는 2006년부터 조창걸 명예회장의 개인 회사인 휘찬 대표 이사를 역임했고 다빈치코리아 법인을 설립,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 건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1년 대표이사직에 물러난 고 조원찬 씨는 이후 개인사업을 운영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조창걸 명예회장의 세 딸 역시 마찬가지다. 조은영·조은희·조은진 씨는 각각 한샘 지분 1.32%·0.72%·1.32%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조은희 씨가 한샘 미국법인 디자인 팀에서 근무하는 정도다. 맏사위 천정렬 씨 역시 2000년 한샘에 입사한 후 한샘 미국법인장으로 재직 중이다.
 
◆고 조원찬 씨 지분 정리, 승계 신호탄?
 
▲ 조창걸 명예회장은 창업자이자 한샘 지분 20.16%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샘
따라서 자녀들의 지분도 미미한 상황에서 경영 참여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상황이라 한샘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이번 상속으로 조창걸 명예회장이 한샘의 승계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조창걸 명예회장은 올해 76세이고, 최양하 회장 역시 67세로 전문경영인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나이다. 최양하 회장이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 왔지만 정황상 후계 구도를 생각할 수 있는 나이라는 얘기다.
 
이에 이번 지분 정리가 고 조원찬 씨의 부인과 한샘 3세들에게 큰 폭의 지분율 상승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지만 지분 정리에 나섰다는 것 자체에 주목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특히 고 조원찬 씨가 사망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지분 정리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는 요인이다.
 
실제 조창걸 명예회장은 지난 3월 한샘드뷰연구재단이 보유 주식 60만주(2.55)를 증여한 바 있다. 또한 보유 주식의 절반 가량인 260만주(11.05%)를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익법인을 통한 경영 승계 방식이 드물지 않다는 점에서 조창걸 명예회장의 결정은 사회적 책임 실천이라는 주 목적 외에도 경영 승계 수단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2세와 3세들의 지분율이 미미한 상황에서 사실상 조창걸 명예회장의 지분이 어떻게 활용되느냐가 경영 승계의 핵심이다. 한샘 주가가 많이 뛴 만큼 보유 지분을 고스란히 상속하면 증여세가 막대하다.
 
이에 조창걸 명예회장이 지배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지분을 공익재단에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절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익재단은 성실공익법인으로 선정되면 세금 감면 혜택이 있어 재단에 지분을 증여하고 재단을 통해 우회적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방식이 종종 사용된다. 관련법상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5%의 지분 증여에 대해 세금이 면제되고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되면 10%의 지분에 대해 증여세가 면제된다. 한샘드뷰연구재단은 이미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후 남은 11% 가량의 지분을 조창걸 명예회장이 2세들에게 증여하게 되면 증여세는 3000억원 대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2세들이 공익법인의 지분과 함께 안정적인 경영권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 체제 변경 논의 일러” 반론도
반면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세들의 나이가 30~40대에 불과하고 그간 경영 수업 등의 움직임도 없었다는 점에서다.
 
3세들은 이번에 지분을 상속받기는 했지만 그 양이 미미하고 나이도 이제 10대 초반에 불과하다. 이에 경영권 이전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분석이다.
 
최양하 회장이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굳이 경영권을 이전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거론된다.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한샘은 최근 불거졌던 인테리어 대리점 관련 잡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샘 주가는 2013년 6월 3만원 대에 불과했지만 현재 25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30만원대를 넘보기도 했다.
 
유통 채널 역시 온라인과 대형 플래그숍, 대리점을 비롯해 생활용품 전문숍인 한샘홈과 홈쇼핑 등 전방위적으로 넓혀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소형가전과 후드케어 서비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착실한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한샘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샘의 부엌부문 매출은 2012년 3500억 원, 2013년 4700억 원, 지난해 6700억 원으로 매년 크게 뛰고 있다. 주방가구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문경영인 체제의 성과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최양하 회장 체제가 종식되면 강승수 사장이 뒤를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13년 한샘은 강승수 기획실 부사장과 박석준 특판사업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사장 직급을 탄생시켰다.
 
당시에도 고령에 접어 들고 있던 최양하 회장의 후임으로 강승수 사장과 박석준 사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샘 경영 2기’의 사전 포석이라는 얘기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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