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4시 마감 어딨나”…은행원·국민 반응 온도차
최경환 “4시 마감 어딨나”…은행원·국민 반응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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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면 퇴근하는 줄 아느냐” vs “그 정도 야근으로 엄살?”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은행 4시 마감’ 발언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원들이 실상을 잘 모르는 소리라는 볼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은행 4시 마감’ 발언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원들이 실상을 잘 모르는 소리라는 볼멘 반응을 내놓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최경환 부총리가 금융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은행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페루 리마를 방문했던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11일(한국시간) “오후 4시면 문 닫는 금융사가 (한국 외에) 어디에 있느냐”면서 “입사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높은 연봉으로 ‘신의 직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의 개혁을 시사하기 위해 든 예지만 이 발언에 대해 은행원들은 실정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강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공식 영업 시간은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돼 있다. 외국계인 SC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만 2009년 이전처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다. 과거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이었지만 2009년 노사 합의로 30분씩 당겼다. 당시에도 많은 국민들은 은행원들의 업무 종료 시간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은행원들 “8~9시 퇴근 일상” 볼멘 소리
하지만 은행원들은 은행 창구 업무만 4시에 끝나는 것일 뿐 영업이 종료되고 난 후 내부에서 이뤄지는 업무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격적인 일과는 은행 문을 닫고 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저녁 8~9시에 업무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 3월 주택담보대출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퇴근 후 하나은행 석계점을 찾았던 A씨는 방문에 앞서 퇴근 후에도 상담이 가능한 것인지를 수 차례 물었지만 담당 직원으로부터 “당연히 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의아해 했다. 4시만 지나면 점포가 문을 닫는데 어디서 상담을 받는지도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오후 8시가 훌쩍 넘어 해당 점포를 찾은 A씨는 담당 직원의 안내에 따라 굳게 닫힌 정문 한쪽으로 난 출입구에 들어서고 깜짝 놀랐다. 10여명이 훌쩍 넘는 직원들이 업무를 지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가 대출 절차를 마무리짓는 데에 걸린 시간은 한 시간 가량이었지만 A씨가 해당 지점을 나올 때까지도 퇴근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A씨는 “기껏 해야 한 두 명 정도가 추가 업무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늦은 시간까지 이렇게 많은 인원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 했다.
 
이처럼 은행원들은 ‘야근 아닌 야근’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4시에 창구 업무를 마감하는 것을 두고 마치 4시면 퇴근한다는 식으로 표현한 최경환 부총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마치 4시에 문을 닫는 곳이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일본이나 유럽 은행들도 오후 3~5시 경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불만의 근거다.
 
출근과 관련해서도 역시 9시 개점을 위해 영업시작 1~2시간 전부터 나와야 하기 때문에 2009년 30분씩 출퇴근을 앞당긴 조치가 사실은 출근만 당기고 퇴근에는 영향이 없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이에 2012년 금융노조는 다시 영업시간을 30분씩 뒤로 늦추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은행들이 고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대해 무산됐다. 
 
▲ 은행원들은 은행 창구 업무만 4시에 끝나는 것일 뿐 영업이 종료되고 난 후 내부에서 이뤄지는 업무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입을 모은다. ⓒNH농협은행
◆누리꾼들 “연봉 높은데 야근이 대수냐” 빈축
반면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은행원들의 주장과 온도차를 보인다. 많은 누리꾼들은 “상당수 직장인들의 야근이 일상화돼 있는 상황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그 정도 야근으로 엄살을 부리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창구 업무 마감 시간이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보다 훨씬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평일에는 업무를 보기 힘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한 데 모아지고 있다. 직장인 B씨는 “은행 영업이 퇴근 시간 전에 끝나기 때문에 평일에는 은행 업무를 보기도 힘들고 점심 때 들르면 비슷한 처지의 직장인들이 많아 줄이 길다”면서 “정말 필요할 때는 점심을 아예 먹지 못할 작정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은행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워킹 아워’에 맞춰 근무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궤를 함께 하는 입장이다. 한 누리꾼은 “회사가 6시에 끝나는데 일 있어서 가게 되면 금방 닫아버린다”고 비판했고 다른 누리꾼은 “은행 볼일 보러 회사 조퇴까지도 해봤다”면서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에 공감을 표했다. 특히 인터넷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한 대출 관련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높은 연봉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감지된다. 한 누리꾼은 “힘든 건 인정하지만 10년 다녀서 억대 연봉이라니 시켜주면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부러움을 표했다. 다른 누리꾼은 “은행원들도 대기업 못지 않은 대우를 받는데 야근 좀 하면 어떻느냐”며 은행원들의 불만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와중에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이틀 후인 이날 오전 계열사 통합포인트 제도인 ‘하나멤버스’ 서비스 출범식에 참석해 “고객이 편하다면 은행 영업점이 오후 4시 이후에도 문을 열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당분간 은행 업무 시간에 대한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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