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EMC 인수합병…77조 IT공룡 탄생
델-EMC 인수합병…77조 IT공룡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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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지각변동’…재편되는 시장
▲ 델이 세계 최대 디지털 저장장치 회사 EMC를 주당 33.15달러, 총 670억달러(약 76조8000억원)에 인수한다. ⓒ델
델이 EMC을 인수했다. 글로벌 IT업계 인수합병으론 최대 규모이며 인수가격만 670억달러(한화 77조원)에 이른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은 창업자 마이클 델이 1984년 설립한 회사다. 델은 국내에선 삼성이나 LG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국제무대에선 HP와 IBM과 더불어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 모니터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군에도 납품을 해 미군 컴퓨터 수백만대를 책임지고 있다.
 
델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등장한 후 컴퓨터 수요가 감소하며 실적 악화를 겪어왔다. 마이클 델은 은퇴했었지만 경영악화로 회사로 복귀했으며 2013년 자발적으로 기업 상장 폐지를 주도하고 주주들의 간섭을 배제하고 기업 가치 상승에 주력해왔다. 마이클 델은 30대에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마이클 델 회장의 2015년 기준 순자산은 192억달러(한화 22조3008억원)에 이를 정도다.
 
◆국제무대선 삼성‧LG보다 인지도 커
 
13일 업계에 다르면 델이 전날 EMC를 주당 33.15달러, 총 670달러에 인수합병했다. 이는 한화로 약 76조6480억원이다. 2001년 휴렛패커드(HP)와 컴팩이 250억달러에 합병하며 세웠던 IT기업 간 사상 최대 인수금액을 훨씬 상회했다. IT업계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에 델은 가상화 소프트웨어 업체인 VM웨어와 빅데이터 업체 피보탈, 보안업체 RSA, 버츄스트림을 품으로 안게 됐다.
 
EMC는 스토리지 업계 최정상이지만 최근 실적 악화로 2위 업체 HP와 격차가 좁혀지고 있었다.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스토리지 시장에서 EMC와 HP의 점유율은 불과 3% 차이였다. 이번 합병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델과 합쳐질 경우, 시장점유율은 29.3%로 급상승하게 된다. 델(10.1%)과 IBM(8.1%), 넷앱(7%)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델’ 통합 법인을 넘어설 수 없다.
 
이날 델과 EMC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양사의 상호 보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와 영업팀, R&D 투자전략으로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2조 달러 규모의 IT 시장에서 리더가 될 것이다”며 “최근 IT분야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모바일, 보안 등에서도 업계를 이끄는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지난 2001년부터 약 10여년 동안 스토리지 시장 등에서 끈끈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 이유로 VM웨어를 꼽는다. EMC가 약 8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 VM웨어는 전세계 가상화 프로그램과 클라우드 업계에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이번 인수로 EMC의 수많은 엔터프라이즈 고객 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VM웨어, 피보탈을 통한 클라우드 선점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조 투치 EMC 회장은 “오늘은 EMC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날이지만 괴로우면서 즐거운 발표다”라며 “그동안 EMC가 거쳐 온 여정을 보면 자랑스럽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의 합병은 PC부터 서버와 스토리지, 가상화 등을 포트폴리오로 확보해 디지털 전환에서부터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통합 인프라스트럭처, 모바일 등 가장 인기 있는 IT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델은 상장폐지 이후 구체적인 실적발표를 진행하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EMC와의 인수를 통해 연간 800억달러(한화 91조6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HP의 연매출 1115억달러(한화 127조8793억원), IBM의 연매출 928억달러(한화 106조3952억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다.
 
◆“이번 합병, IT업계에 미치는 영향 클 것”
 
업계에선 이번 인수합병이 끼칠 파장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델은 인수를 통해 기업 고객들에게 IT인프라를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서버는 물론이고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SW 인프라를 합쳐 기업 IT인프라 솔루션 시장에서 IBM과 HP, 시스코 등을 상대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델과 IBM, HP, 시스코 4강 구도로 재편되게 된다. 전문가들은 스토리지가 주특기인 EMC와 서버가 강점인 델은 상호 보완적이다.
 
이번 통합은 IT인프라 업체들에게 위협적이다. 이번 인수로 델은 가장 큰 경쟁사인 HP를 견제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 분사를 앞두고 있는 HP에겐 부담되는 상황이다. 스토리지 사업 자체도 타격을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핵심인 서버사업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델과 EMC의 합병이 완료되면 전통적인 기업 IT인프라 솔루션 시장은 델, HP, IBM, 시스코 4강 체제로 재편되게 된다. ⓒ각 사
HP 역시 EMC 인수 의향을 보였었기에 HP의 입장으로서는 델의 EMC 인수가 상당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HP의 경우 11월부터 기업용 솔루션을 담당하는 HP엔터프라이즈와 PC 및 프린터를 담당할 HP Inc로 나눠지게 된다. HP엔터프라이즈가 델과 EMC 합병에 직접적 영향권에 든다.
 
HP엔터프라이즈를 이끌 맥 휘트먼 CEO는 직원들에게 “델과 EMC 합병은 HP에겐 호재다”라며 개의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HP가 (그들보다) 2년을 앞서 있기 때문에 따라오기는 힘들 것이다”며 “델이 빚을 내서 EMC 인수에 나섰다는 것은 1년에 이자로만 25억 달러를 지불해야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R&D나 다른 핵심 비즈니스에 공격적 투자는 어려울 것이다”고 전망했다. [ 시사포커스 / 이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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