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왜 이러나...충격의 법원
사법부 왜 이러나...충격의 법원
  • 김윤재
  • 승인 2006.07.14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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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질까 걱정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 사건에 현직 고법 부장판사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법원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취임과 함께 사법부 신뢰 향상을 최대 목표로 추진해온 사법부였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컸다. 13일 판사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 고위법관은“유구무언이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법조비리에 전날 터진 군산지원 판사 3명의 골프접대 파문까지 겹치자 판사들은 할 말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법원 전체가 반성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의정부 법조비리, 대전 법조비리를 거치며 나름대로 법관들이 도덕성을 키워왔다고 자부했는데 젊은 판사들까지 불미스러운 일로 옷을 벗는 걸 보니 아직 갈 길이 먼 모양”이라고 말했다. 법원 신뢰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우근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비리를 저지른 법관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개인의 비리가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피고인들이 재판 결과를 믿지 않고 양형에 불만을 갖는 상황이 법원으로서는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고위법관은 “검찰 수사선상에 놓인 당사자들이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나서 뭔가 입장을 밝히긴 곤란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나아가 검찰 수사에 불쾌감을 내비치는 판사들도 있었다. 최근 잇단 영장기각 등으로 심기가 불편해진 검찰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현직 판사를 언론 등에 흘려 사법부에 부정적 이미지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선 검사의 금품수수 혐의가 드러나자 비난의 초점을 법원으로 돌려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판사는 “검찰 수사 결과 현직 판사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법원의 조직적 대응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법원 분위기를 전했다. 사태가 자칫 ‘법원과 검찰간 신경전’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자 대법원은 수뇌부 차원에서 자제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일단 지금은 자숙할 때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날 대법원장의 지시로 각 실·국을 중심으로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법조비리의 구조적 원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일선 판사들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구체적 개선 대책을 마련한 뒤 전국 법원에 시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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