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배불려주는 꼴”

14일 업계에 따르면 값비싼 수입차의 경우 사고 수리비가 낸 보험료에 비해 훨씬 많이 들어간다.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의 2.9배다. 교통사고가 났을 시 차량 가격에 따라 보험료 부담은 다르다. 저가 차량 운전자는 물질적 손해에 대해 1.63배의 보험료를 낸다. 그러나 고가 차량의 경우 0.75배에 불과하다.
국산차에 비해 가격이 비싼 수입차의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시 수리 기간 지급되는 렌트 비용은 국산차량에 비해 3배가 넘는다. 모두 중저가 차량 운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차 가격이 높을수록 수리비에 훨씬 못 미치는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며 비싼 수입차를 모는 부담이 다른 운전자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당국 제도개선 나서
이러한 이유들을 들며 당국과 손해보험협회 등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수리비가 평균의 1.2배가 넘는 차량의 자차보험료(자기차량손해보험)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보험연구원, 손해보험협회 등은 전날 ‘고가 차량의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 세미나를 열고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발표자들은 고가 차량의 보험료 합리화와 무분별한 부품교환 억제, 추정수리비 폐지, 최저 비용 차량으로 대차 등을 제시했다.
한 연구위원은 수리비가 전체 차량 평균 120%를 넘는 고가 차량에 대해 자차보험료 인상을 제안했다. 수입차 38종과 국산차 8종의 경우 최대 15%까지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리비가 평균의 120∼130%일 때 3%, 130∼140%일 경우 7%, 140∼150%에선 11%, 150% 초과 때는 15%를 더 부과하는 식이다. 수입차는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도요타 캠리 등이 포함되고 국산차는 현대 에쿠스 리무진, 제네시스 쿠페와 쌍용 체어맨W 등 8개 차종이 15% 할증 대상이다.

또한, 수입차가 사고로 인해 수리에 들어가면 지금까지는 같은 모델의 수입차를 제공했지만 앞으론 동급 국산차로 바꿔 렌트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고차 시장에서 670만원 하는 낡은 벤츠도 수리 동안엔 1억원이 넘는 신형 벤츠로 렌트해주는 식의 사고 시 대차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품 가격이 국산차보다 4.6배나 비싸고 부품교체율이 높은 수입차를 겨냥한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경미한 사고에 대한 수리 기준을 규범화해 무조건적인 부품 교체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며 “현재 표류중인 대체부품 인증 제도를 활성화해 수리비를 절감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된다면 범퍼 긁힘 등 경미한 사고에는 도색 등의 수리를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저가 차량과 고가 차량에 대한 손해사고 부담은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위험 비용이 더 큰 자동차에는 사회적 비용을 확대시킨 2차적 책임까지 보험료율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 합리화 이유 들었지만…결국 인상?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보험료 수입을 늘리는 등 수천억원 안팎의 연간 비용절감 효과는 모두 보험사들만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저가 차량 소비자들의 권익 제고를 앞세우곤 지난해 1조원을 상회하는 적자를 기록한 자동차 보험사들의 실적 향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가차량 소비자의 권익을 위한 제고 방안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 사항 중 하나다.
이날 세미나에선 렌터카 업체나 정비업계 관계자들이 불만을 표출해 세미나가 도중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논의 과정에서 렌터카 업체와 정비업체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수입차만 가지고 업체를 운영하면 국산차로 대체하면 사업 자체가 힘들어진다”며 “일부 업체들의 경우를 가지고 전체 렌터카와 정비업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에 온라인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커뮤니티에 “고가 차량 보험료는 올리고, 렌트카 비용 낮추면 저가 차량 보험료는 내려야하는 게 맞지 않냐”며 “전체적으로 올린다는 말뿐이고 내린다는 말은 없다”고 글을 게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보험금 지급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증률을 높이는 건 이해가 가지만 보험금 지급이 없는 사람들까지 올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적었다. 전체적으로 보험료 인상은 보험사 배불려주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수입차업계에도 이 같은 조치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수입차를 그동안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단죄하겠다는 식의 보험료 인상은 자칫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등을 수렴해 올해 안에 최종안을 만들고 내년 4월부터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이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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