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보다 내흥 수습이 먼저?
한나라당, 대권보다 내흥 수습이 먼저?
  • 김부삼
  • 승인 2006.07.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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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이런 정체성으론 집권 어려워"
애초 적과의 동침이었나?… '강재섭호 험난한 출항'
한나라당 7.11전당대회가 '강재섭 대표'를 탄생시키는 것으로 귀결됐다. 5.31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한번 박풍이 분 것이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강 대표 지도체제를 구축, 내년 17대 대통령선거에서의 '정권 탈환'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행보에 착수하게 됐다. 한나라당은 '당권'과 '대권' 분리를 당헌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히 강 대표의 핵심적인 역할은 차기 대선에서의 '킹 메이커'다. 이를 위해선 크게 내부 단일대오 형성과 외연 확장, 이를 관통하는 변화를 추동하는 리더십 발휘가 요구된다. 특히 대내적 과제인 단일대오 형성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절실하다. 이번 경선 과정에 강재섭-이재오 후보측은 한 배를 타고 있는 '동지'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상대측에 대해 적개심을 노출했다. 구태의 재연으로 지적받는 색깔론과 인신공격 등이 극에 달했고,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의 '대리전' 논란이 격화되면서 '선의의 경쟁'은 사실상 실종됐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서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후유증 우려는 경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나타났다. ◆이재오 '과연 대선 승리할 수 있는가?' 당권경쟁에서 밀려난 뒤 칩거 중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13일 "과연 한나라당이 (내년에) 대선승리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측근을 통해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당을 위해 길을 찾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초 이날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언론에서 너무 많은 관심을 보여 당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 투표를 못하겠다"며 불참했다. 전날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하는 등 전대 이후 강 대표를 비롯, 당 관계자들과 연락을 끊고 있는 이 최고위원은 이번 주말 측근들과 지리산 산행을 다녀온 뒤 내주 초부터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의 이같은 행동들은 전당대회 결과 발표 직후 곧 예견됐다. 이 최고위원은 경선 결과에는 승복했지만, 경선 과정의 문제점들을 적시하며 강한 톤으로 이에 대한 '투쟁'을 언명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대선승리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 뒤 "변화와 개혁을 주도해 색깔론 과 대리전, 구태 정치를 온 몸으로 청산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선 과정에 상대 후보측이 자신을 겨냥해 '좌파'라는 식의 사상 시비를 걸고, 열세를 뒤집기 위해 '이심' 동원론을 기초로 '박근혜-이명박 대리전'을 조작했다는 '분노'가 여실히 배여 있는 입장 표명이다. 이 후보는 이런 연장선상에서 차기 대선 후보 경선을 적시, "만약 한나라당이 새로 태어나지 못하면, 특정 후보의 대리전으로 되면 이들 구태 세력과 싸우겠다. 새로운 한나라당을 이재오가 건설하겠다"고 쐐기를 쳤다.
◆한나라당 분열조짐 보이나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면서 자칫하면 대선 후보 경선 후, 빠르면 그에 앞선 경선 과정에 '경선 관리의 불공정성' 등을 이유로 한나라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까지 나오고도 있다. 때문에 당을 책임지고 이끌게 된 강 대표로선 대선 후보 경선 관리의 공정성을 한치의 오차없이 유지하는데 집중하면서, 당 내부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리더십 발휘가 최우선적인 과제로 꼽힌다. 강 대표도 이런 사실을 인식, 대표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선 후보 경선 관리의 공정성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원래 저는 심판형 공정관리형"이라고 자평하고 "통합적인 제 성격으로 앙금이나 후유증도 잘 봉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당의 전당대회를 해도 다소의 후유증이 있다. 크게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경선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시킨 뒤 "공정하게 (대선 후보)경선 관리를 하겠다. 그동안 특정 주자랑 긴밀한 밀착 같은 것은 없었다. 앞으로 제가 갖고 있는 명예심, 자존심 이런 것을 모두 죽이고 그 분(대선 후보)들을 잘 모셔서 반드시 단합된 후보를 뽑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 강 대표가 공약에서 밝힌 대로 각계 전문가 100명으로 구성된 '국민참여경선관리위' 설치 등의 조치를 최대한 가시화 시키는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외연 확대'도 강 대표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당선 인사말에서 "부패한 세력, 친북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에 영토를 넓히겠다"며 고구려 시대 광개토대왕을 빗대 "땅을 넓히는 '광개토 지도부'가 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는 이미 경선 과정에 이 후보가 '범보수대연합론'을 추켜들자, 자신이 먼저 주장한 것이라며 '원조' 논쟁을 벌일 정도로 '외연 확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외연 확대'는 '수구보수 정당' 'TK(대구경북) 정당'이란 한나라당의 부정적 잔존 이미지를 털어내는 '길'로서의 의미와 직결된다. '변화'의 리더십은 '단일대오 형성'및 '외연 확대'라는 대내외적 양대 과제를 관통하는 근간으로 지목된다. 이를 위해선 강 대표 개인적으로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하는 숙제가 도사리고 있다. 더욱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열린우리당발 정계개편이나 개헌 시도 등 외부의 '도발'을 제어, 차기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는 '킹메이커'로 역할 하려면 '강한 대표'로서의 새로운 자리매김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당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번 지도부 경선 결과를 한나라당 대권주자별 역학관계로 풀면, 강 대표 탄생과 맞물려 5명의 최고위원 중 이 전 시장측은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실상 유일, 박 전 대표 측이 당무를 장악하는 상황이 됐다. 또 소장·중도파가 연대한 '미래모임'의 단일 후보인 권영세 후보가 8명의 후보 중 6위에 그침에 따라 소장·중도파의 연대체제가 크게 흔들리면서 동시에 이들의 당내 영향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어느 한쪽으로 힘의 추가 기울어질 경우 '자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당내 제 세력이 큰 틀에서 일단 '화합'의 방향으로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회창 전 총재도 쓴소리 이회창 전 총재도 전당대회 후유증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당에 대해 모처럼 입을 열었다. 이 전 총재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헌법포럼(대표 이석연 변호사) 주최 특별 초청강연에서 이번 전당대회와 관련 "처음부터 많은 당원들과 국민들이 이 부분에 대해 걱정을 했기 때문에 대권주자들 스스로 조심했어야 했다"며 "이명박 전 시장이 처음에 개혁적 인물 운운하면서 특정인을 지지한 것 같은 단초를 준 것은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고, 박근혜 대표 측도 덩달아 대리전을 펼쳤고 무엇보다 박 대표가 전당대회장에서 이재오 후보의 연설도중 자리를 옮기며 방해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한 것은 정말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은 두 대권주자와 새 대표가 나서서 풀어야 한다"며 우선 강재섭 대표에 대해 "이젠 대표로서 '박 대표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엄중중립을 지켜 당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새롭게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박 대표는 대회장의 일에 대해서는 이재오 의원에게 사과하고 이 전 시장은 강재섭 대표를 인정하고 공정히 당을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하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갈등을 털어버리고 이런 막중한 시기에 국민 기대에 부흥하도록 당을 끌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지난 지방선거 결과로 굉장한 부담을 안게 된 것"이라며 "나도 지방선거 이후를 경험해봤지만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하나도 기쁠 게 없다. 부담이 될 뿐이다. 그걸 알고 전력을 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결과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지도부 구성이 소위 민정당, 영남출신 일색이서 조금 안타깝다"며 "과거 한나라당은 일종의 자생적인 황금분할의 결과가 나타났는데 지도부가 의도를 하지 않아도 적절하게 진보와 보수가 섞인 투표결과나 나오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게 잘 안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당대표는 이런 문제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내대표는 범(凡)박의 김형오 전당대회에서의 박풍으로 13일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확실한 '친박(親朴·친 박근혜)'로 분류되는 김무성 의원 대신 상대적으로 '중립적'이란 평을 받고 있는 김형오 의원이 당선됐다. 박 전 대표 측에 의한 당의 '완전 장악'을 견제하려는 소속 의원들의 '전략 투표' 심리가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런닝메이트인 전재희 정책위의장의 경우 강재섭 대표와 당권을 다퉜던 이재오 최고위원과 함께 당내 비주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으로 '친이(親李·친 이명박)' 성향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날 경선 결과, 7.11전당대회를 통한 친정체제 구축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당'이라는 이미지가 일정 부분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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