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대선불복’ 파동, 野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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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강동원 ‘지난 대선 조작 의혹’에 與 맞불 총공세
▲ 새누리당은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의 ‘2012년 대선 개표조작 의혹’ 제기 사태를 전기로 야당에 연일 맹공을 퍼붓는 한편 새정치연합은 교과서 국정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시점에 발생한 돌발 변수로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사진 / 원명국 기자(좌) 시사포커스DB(우)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인해 야권을 비롯해 학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했던 새누리당은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의 ‘2012년 대선 개표조작 의혹’ 제기 사태를 전기로 야당에 대한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의 입장이 아닌 개인 의견으로 선을 긋는 한편 강 의원을 국회 운영위원과 원내부대표직에서 사퇴시키기로 결정하는 등 급히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출당 및 의원직 제명까지 요구하고 있어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 예상치 못한 ‘대선불복 발언’ 자살골에 野 진땀
 
지난 13일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지난 18대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개입 의혹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이 없다”며 “개표 부정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강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까지 근거로 내놓으며 “선거 당일 개표 2시간 만에 모 방송사가 박 대통령 당선 유력이란 방송을 내보냈다. 전체 개표율은 24.4%, 서울은 6.4%에 불과했는데 당선유력 방송이 나갈 수 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발언 당일 곧바로 “야당이 대선불복종의 망령을 다시 살려냈다”고 성토하는 한편 ‘종북’ 논란으로 이미 해체된 통합진보당 출신의 새정치연합 의원임을 강조하면서 야권을 압박했다.
 
이는 강 의원이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출마해 자신의 출신지인 전북 남원에서 당선된 것을 꼬집은 것인데 실상 그는 당시 이석기‧이정희 등 구 당권파와 대립각을 세우다 심상정 등과 함께 탈당해 무소속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새정치연합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공세에 새정치연합은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김성수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우리 당 강동원 의원의 대정부 질문 발언은 철저하게 개인의견이며, 당의 의견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거리를 뒀다.
 
이런 해명에도 다음날인 14일 새누리당은 김용남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대정부질문은 각 당별로 소속의원 질문 내용을 검토해 세밀한 전략을 짜는데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몰랐을 리 없다”며 “문재인 대표가 강 의원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다면 출당조치 취하라”고 몰아세웠다.
 
또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한 발 더 나아가 강 의원에 대한 윤리위원회 제소 등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 의원의 자진사퇴는 물론 새정치연합에서 강 의원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문 대표가 공식입장을 밝히는 한편 강 의원을 출당조치 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아울러 방미 일정을 진행하던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대통령 수행 중인 김성수 홍보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고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강 의원은 즉각 국민과 대통령에 사과해야 하고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의 입장을 밝히는 한편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한참 교과서 국정화 반대 장외투쟁에 나서며 여론전에 집중하던 문 대표는 이 같은 당청의 강경 대응에 더는 간과하지 못하고 같은 날 기자들에게 “대변인실에서 어제(13일) 우리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논평을 냈다. 그것으로 답이 된 것으로 본다”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야당 내부에서도 사태 확산을 막는 데 부심하면서 강 의원과 접촉하고자 했으나 강 의원은 사건 다음날인 14일 국회 의원회관에도 출근하지 않는 것은 물론 외부 전화까지 받고 있지 않아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속을 태웠다.
 
새정치연합에선 모처럼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계기로 범야권이 결집하며 대여 투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때 아닌 ‘대선불복’ 논란으로 당 역량이 분산되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어 강 의원의 돌출발언도 당과 사전 논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여당에 더는 기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새누리당 긴급 의총이 열리기 직전인 15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강 의원의 수개표 의혹 제기는 개인 의견이고 우리 당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내주 예정된 청와대 등에 대한 국회 운영위의 국정감사에 대한 원활한 진행을 내세워 강 의원을 국회 운영위원과 당무담당 원내부대표직에서 모두 사퇴시켰다.
 
◆ ‘국정화 반발’, 與 ‘강동원’ 변수로 넘나
 
▲ 새누리당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선불복 망언의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 규탄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동시에 중‧고교 국정교과서 추진도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 결의문을 통해 당론으로 채택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한편 새누리당은 ‘강동원 발언’ 파문을 기회로 논란이 일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까지 한 번에 처리하고자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선불복 망언의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 규탄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동시에 중‧고교 국정교과서 추진도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 결의문을 통해 당론으로 채택했다.
 
특히 여당은 강 의원에 대한 국회 상임위직 박탈에 그칠 게 아니라 출당조치와 의원직 사퇴까지 재차 요구하며 야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야당은 여전히 연락도 닿지 않는 강 의원에 대해 출당‧제명 조치까진 가혹하다면서 더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공공원룸주택 ‘도전숙’에서의 청년경제 주거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사회 일각의 의혹을 갖고 그렇게 좀 제기했다고 해서 출당이나 제명시켜 달라는 건 정략적인 주장”이라며 여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대선 불복)으로 지금 국정 교과서 국면을 덮어나가려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느껴진다”며 “새누리당에서도 이 문제를 그렇게 너무 지나치게 크게 이렇게 확대할 일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는 이어 “당내에선 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 좀 상식적이지 못하고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란 의견이 많다. 저도 같은 생각”이라면서도 “다만 지난 대선 이후부터 우리사회 일각에 지금까지 강력하게 남아있고 제기했던 의혹들이다. 의혹을 제기한 분들이 선거무효확인소송을 했는데 3년 가까이 오는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판결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날 오전 대정부질문에서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강 의원 발언’을 거듭 문제 삼으며 문 대표까지 겨냥해 ‘대선불복’ 파문을 확대시키려 했는데 이에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4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협의해 필요하면 일본 자위대의 입국 허용 가능하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맞불을 놔 양측이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또 새누리당은 이미 강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를 예고한 대로 이날 오후 국회법 25조 ‘품위유지의 의무’ 및 146조 ‘모욕 등 발언의 금지’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징계안을 김용남, 문정림 원내대변인을 통해 국회 의사국에 제출하며 ‘면책특권’이 악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野, 강동원 ‘고집’에 파장 장기화 우려
 
이런 와중에 사건 당일부터 연일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하던 강 의원은 이날 늦게 이 원내대표와 통화했는데 그는 먼저 “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투쟁에 집중하는 상황인데 차질을 빚게 하고, 당에 여러 가지로 혼선을 빚게 만들어 미안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강 의원은 당에서 원내부대표직과 국회 운영위원직 사퇴를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자 이를 수용했으나, 다만 자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여당의 요구대로 사과하긴 커녕 “내가 조사한 내용엔 오류가 없다. 중앙선관위의 개표과정에 문제가 있고 그 부분은 해명돼야 한다”며 발언을 번복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도 파장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처럼 ‘대선 불복’ 파동이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장기화될 경우 야권이 진력하고 있는 ‘교과서 국정화 저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 또한 분산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강 의원을 출당시키거나 제명하는 것도 의석을 잃는 것은 물론 여권에 끌려가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야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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