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표정관리…청약 미달돼도 주관사가 잔액 인수

쌍방울은 청약일을 3거래일 앞둔 지난 15일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액을 998억원으로 산정했다. 예정발행가가 주당 781원에서 2695원으로 정정되면서 유상증자 금액이 245%나 증가한 것이다.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액을 정정한 이유에 대해 쌍방울은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가액(781원)이 청약일전 과거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 가중산술평균주가에서 40%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한 가격(2695원)보다도 낮아서 이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달된 자금은 시설자금으로 56억6300만원, 운영자금으로 620억8303만원, 기타자금 316억 6897만원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쌍방울은 공시했다.
◆ 중국발 호재에 급증
발행가가 정정된 이유는 최근 쌍방울이 금성그룹과 제주도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쌍방울과 금성그룹은 제주도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대규모 고급 휴양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쌍방울의 주가는 지난 7월 30일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당시 1530원 수준이었지만, 금성그룹과의 동업계획이 발표되자 지난달 16일부터 상승 가도를 달렸다. 1달 만에 주가가 1000원대에서 4000원대로 300%나 올랐다. 실제 지난 12일 고가기준 5000원 선까지 급등했다. 2차 발행가액 산정에 반영되는 지난주 역시 4000원선은 유지했다.
보통 기업이 증자계획을 발표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식 수가 증가하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유상증자 발생 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한다. 하지만 쌍방울의 ‘40% 할인’은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쌍방울 유상증자를 두고 ‘대박’이라는 말이 나왔다. 일단 회사가 제시한 할인율이 40%나 되는데다 주가가 폭등하며 1차 발행가액이 발표시점 기준 주가의 20%수준도 안됐기 때문이다.
◆ 갑자기 오른 주가, 독 될까
하지만 급등한 주가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쌍방울과 금성그룹이 추진하게 될 사업의 일정이나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가 유입됐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16일 쌍방울은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이라는 공시를 통해 “2015년 9월 16일 공시했던 해명자료(금성그룹과 대규모 투자결정) 관련 제주시 지역에 관련사업 추진을 위한 ‘당사의 사무소’ 설립을 완료했다”며 “3~4개의 사업예비후보지를 선정해 사업타당성 검토 및 가설계 진행 중에 있으며, 금성그룹 SPC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세부의견 조율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중국투자 소식에 따른 일시적인 주가 폭등 이외에도 쌍방울이 국내 내의사업에 전체 매출액의 절반이상을 의존하고 있어 모멘텀이 낮다는 점도 투자 리스크로 꼽힌다. 몇 해 전부터 유니클로와 8세컨즈 등 SPA브랜드들이 저렴한 값에 내의제품을 내놓으면서 쌍방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또한 지난 5월 쌍방울의 신용등급이 BBB-에서 BB+로 하향조정된 것도 투자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쌍방울의 재무부담이 확대될 경우 신용등급 추가 하락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쌍방울의 차입금은 2012년 283억원 수준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4년 46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반기 말 연결기준 단기차입금은 소폭 개선된 302억원 수준이다. 총 자본 대비 총 차입금 비율인 차입금 의존도가 2012년 37.15%에서 지난해 60.78%까지 올랐고 이번 해 반기 기준 소폭 감소해 56.32%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다.
차입금이 많다보니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반기 기준 쌍방울의 영업이익은 7억6000만원인데 비해 이자비용이 10억원을 차지한다. 높은 이자비용은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중국 기업과의 새로운 투자소식으로 갑자기 오른 주가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약한 모멘텀 등 쌍방울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쌍방울은 기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려고 했던 돈 보다 3배나 많은 돈을 조달할 수 있어 웃음을 감출 수 없다. 만약 청약이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이번 대표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이 잔액을 모두 인수하게 돼있어 최소한의 안전벨트는 하고 있는 셈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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