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11 전당대회 이후 말을 아껴 온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전대 후유증과 관련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이 전 시장은 14일 오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대표 경선에서도 대리전, 색깔론이 나오는데 앞으로 대선후보 경선은 어떨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재오 최고위원은 처음부터 '이 시장은 개입하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둬라. 내가 알아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중간에 박근혜 전 대표측이 개입할 때도 이 최고위원은 전화로 '박 대표는 끝까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개의치 말라'고 했다"면서 "본인이 그렇게 요청했기 때문에 나는 도와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특히 박창달 전 의원이 이 최고위원을 도운 것을 놓고 자신과 연결시키는 데 대해서는 "박 전 의원은 나와 잘 아는 사이다. 그러나 내가 일을 시키거나 하는 관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원은 우리와 무관하게 이 최고위원이 필요해서 쓴 사람이다. 이 최고위원은 나뿐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화를 걸어 개입하지 못하게 했다"면서 "박 전 의원이 대리전 논란의 발단이라면 (박 전 대표측이) 개입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안타깝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당대표 한번 뽑는데 이렇다면 대선경선땐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여진 대리전과 색깔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전 시장은 "선거과정에서 좌파로 몰린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당이 복귀의 명분을 줘야 한다"면서 "당이 선거과정에서 그를 좌파로 만들지 않았나. (강재섭) 대표의 적절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이재오 위원이) 박 전 대표에 대한 신뢰를 많이 가졌던 만큼 이번 일로 개인적으로 받은 충격이 클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새 지도부가 출범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당에 복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위원의 경선 패배에 대해서 "이재오가 됐다, 안됐다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대리전, 색깔론 논란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이후 당이 민정당 시절로 돌아갔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모습이 그러니 그 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당 운영이나 당직자 구성 등에 있어 다양한 색깔의 모습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