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한국형 전투기’ 사업, 이대로 좌초되나
길 잃은 ‘한국형 전투기’ 사업, 이대로 좌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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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일각 “원점 재검토해야” - 野 “국정조사 필요…책임자 문책해야”
▲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동행하면서까지 미국으로부터 한국형 전투기 사업의 4대 핵심기술을 이전받고자 했음에도 15일(현지시각) 애쉬튼 카터 미 국방장관이 거듭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건군 이래 최대 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동행하면서까지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을 이전받고자 시도했음에도 15일(현지시각) 애쉬튼 카터 미 국방장관이 거듭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제3국과의 기술협력이나 자체 개발 등 여러 대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어느 하나 확실한 부분이 없어 자칫 18조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을 떠안은 사업이 표류할 위기에 처하자 야당에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 내부에서조차 문책론에 동조하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자 지난 19일 청와대는 부분 개각을 통해 외교안보라인 정리에 일부 나서면서 ‘KF-X 논란’을 진화하려는 모양새를 띠었는데 여야는 이를 ‘면피용 꼬리 자르기’로 해석하며 사업 원점 재검토나 국정조사 요구와 같은 초강수를 내놔 ‘KF-X 사업’의 앞길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 ‘KF-X’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은 개발비 8조 6700억원을 포함 약 18조원의 예산을 들여 2025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120대를 양산해 실전배치하려는 국책사업이다. ⓒ공군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은 개발비 8조 6700억원을 포함 약 18조원의 예산을 들여 2025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120대를 양산해 실전배치하려는 국책사업으로 F-4, F-5 등 구형 전투기의 순차적 퇴역에 따른 공군의 전력 손실을 보충하고 F-16을 상회하는 수준의 미들급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 우리 항공기술을 축적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수적인 4대 핵심기술로 꼽히는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전 재머(RF Jammer) 항전장비 기술 및 이들을 전투임무수행컴퓨터(CFCC)와 체계 통합하는 기술은 7조 3천억 원을 들여 미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수입하면서 협조받기로 했는데 문제는 미국 정부가 단 한번도 수출허가 승인을 낸 적 없는 핵심기술이어서 일찌감치 기술이전 논란을 예고했다.
 
하지만 당국은 지난해 9월 기종선택을 번복하는 논란 끝에 차세대 주력기로 F-35 40대를 구매하기로 록히드 마틴 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으로부터 25개 기술을 얻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그로부터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올 4월 미국이 4개 핵심기술을 제외한 21개 기술만 이전 가능하단 입장을 전해오면서 이미 예상됐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같은 중요한 사실을 방위사업청은 미국이 통보한 지 2개월이 지나서야 청와대에 알렸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 10일 미 국방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핵심기술 이전 재고를 요청했다가 답신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지난 15일 대통령의 방미 일정까지 동행하며 거듭 요청하고도 재차 거부당해 ‘굴욕외교’란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또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KF-X 사업 초기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데다 핵심기술 이전은 제한될 것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에서 지난해 3월 방위산업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차세대기 선정에 있어 종전 F-15SE에서 F-35로 변경한 것은 물론 청와대에 미국의 기술이전 불가 방침이 보고된 뒤에도 후속 대응조치 등 책임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방사청과 국방부는 뒤늦게 4개 핵심기술과 체계통합기술은 유럽, 이스라엘 등 제3국과의 협력 및 국내 자체 개발을 통해 해결하겠다며 대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산 전투기를 기반으로 설계한 KF-X에 제3국과 개발한 장비가 제대로 체계통합이 가능할지에 대한 문제와 자체 개발에 나선다고 해도 얼마나 시일이 걸릴 것이고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 미래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 KF-X 차질 의식한 靑 부분개각에 與野 파상공세
 
여야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차질과 관련, 지난 19일 청와대의 부분개각에서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경질된 데 대해 ‘꼬리자르기’로 평가하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까지 문책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청와대가 20일 KF-X 보고누락에 대한 문책 성격에서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교체했다는 정치권의 해석에 대해 “문책이라거나 무엇을 덮기 위해 인사를 했다는 시각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정과제와 개혁의 효율적 추진이란 점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 전부터 준비해온 인사”라고 부인했으나 여야는 여전히 문책인사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KF-X는 국기문란 총체적인 부실이었다. 또 그걸 다루는 새누리당 정권은 총체적 무책임 그 자체”라며 “청와대는 외교안보수석을 경질한 것으로 몸통을 살리기 위해 꼬리를 잘랐다. 전형적인 도마뱀 작전이지만 이것으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0일 이종걸 원내대표가 KF-X 사업과 관련, “18조원짜리 사업의 핵심 계약 사항을 청와대가 몰랐다면 이건 직무유기이고 알았다면 용서할 수 없는 이적행위”라고 포문을 연 이래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전병헌 최고위원이 “심각한 문제는 책임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라고 바톤을 이어받았다.
 
전 최고위원은 이어 “KF-X는 국기문란 총체적인 부실이었다. 또 그걸 다루는 새누리당 정권은 총체적 무책임 그 자체”라며 “청와대는 외교안보수석을 경질한 것으로 몸통을 살리기 위해 꼬리를 잘랐다. 전형적인 도마뱀 작전이지만 이것으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뒤이어 유승희 최고위원도 “박근혜 대통령의 김관진 안보실장에 대한 신임과 사랑이 지나칠 정도다. KF-X 사업 관련해서 김 실장을 문책하지 않은 건 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라고 한 데 이어 “한·미 정상 간 외교를 책임져야 할 윤병세 외무부 장관과 KFX 주무부처의 책임자인 한민구 국방장관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해 관련 인사에 대한 문책 확대를 촉구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KF-X란 18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누가 판단하고, 누가 지시하고 압력을 넣었는지 국정조사로 가리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여당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KF-X 사업 차질과 관련해 실질적 책임자를 문책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20일 CBS‧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주 수석 교체를 두고 “책임을 질 사람이 졌다고 본다”면서도 “정부를 운영하는 데 구조적인 문제를 타파하지 못하는 주무 장관들도 문제”라고 발언해 사실상 외교ㆍ국방장관에 대한 문책 필요성을 피력했다.
 
특히 정 의원은 한민구 장관을 겨냥해 “국방장관이 (핵심기술 이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해 정상외교 전체가 잘못된 것처럼 호도되게 만든 건 굉장히 큰일이다. 정상회담을 준비한 팀도 국방부도 모두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도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외교부 장관이 주도한다”며 “어떤 의제를 갖고 가고 어떤 사람들이 동행을 하는 문제를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과연 부처 간 협의가 있었던 것인지 하는 부분도 의심이 간다”고 KF-X 문제를 두고 방미 전 국방부와 사전협의도 없었는지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19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요 책임자들이 전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與 비박계, 사업 재검토까지 요구
 
한 발 더 나아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KF-X 사업에 대한 핵심 기술 이전이 어려운 이상 ‘원점 재검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9일 있었던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유승민 의원은 “국방장관은 타당성이 있어 국내개발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2003년부터 7번의 타당성 조사 중 국내개발이 안 된다는 결론이 6번이나 나왔다”며 “핵심기술 이전 불가가 확실해진 만큼 사업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홍철호 의원도 “KF-X 사업 계획을 세울 때 미국으로부터의 핵심 기술 이전을 전제로 했다면 기술을 못 받게 된 지금 상황에 맞춰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문책 확대론’에 힘을 실었던 정두언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지난주 대정부질문 중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KF-X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적이 있다”며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련 예산 편성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사업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한 장관은 “KF-X 사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꿋꿋이 맞받아쳐 당장 670억원대로 추정되는 내년도 KF-X 예산이 여당의 회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배정돼 사업추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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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2015-10-21 17:52:27
지금이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죽은자식 불알만지기라는 옛말 틀리지안타 f35 축소하고 유럽 쪽으로 생각하면 미국도 인식이달라질거다 또 무기체게도 다변화해서 좋은물건 고르듯 하면된다 너무 미국에 편중해 국익을 해치지말고 고무줄 외교로 실리을 취해야 우리의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