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현 교과서 비판 및 홍보물 배포…집필진 “명예훼손, 손배소 청구할 것”

특히 새누리당이 이날 배포하기 시작한 당 홍보물에 ‘천재교육’ 교과서 등을 사례로 들어 현 검인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곧바로 ‘천재교육’ 교과서 집필진을 비롯한 현 검인정 교과서 집필교수들과 만나 국정화 저지 연대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하는 등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엽제 전우회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참석해 “어느 역사교과서엔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은 딱 1장 실려 있다. 그것도 ‘5·16’ 때 군복 사진”이라며 “그에 반해 김일성은 웃는 사진이 세장씩 실려 있다. 이렇게 기막힌 게 오늘날 역사교과서”라고 개탄했다.
이런 김 대표의 발언은 이날부터 전국 당원들에게 공식 배포된 ‘자랑스런 대한민국 올바른 역사를 씁니다’라는 새누리당 책자에서도 소개돼 있는데 현재 발행 중인 ‘천재교육’ 교과서엔 박 전 대통령은 부정적 이미지의 사진 1장만 수록된 반면 김일성은 긍정적으로 비쳐지는 사진을 3장 수록했다며 ‘이념편향적인 사진 편집 사례’로 꼽았다.
또 그는 국정 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라고 주장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해서도 “최근에 와서 여러 가지 망발을 늘어놓고 있다”며 “아직 교과서 만들어지기 전인데도 박근혜 대통령과 제가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는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고 매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문재인 대표에게 경고한다”며 “이렇게 저질 정치공세를 펴게 되면 이 모든 것이 문 대표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 갈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이날 새누리당의 홍보물 배포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현행 검정체제의 역사교과서 집필 교수들과 손잡고 국정화 반대 움직임에 함께 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새정치연합은 같은 날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한국사교과서 대표집필진에게 듣는다’란 주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는 권내현 고려대 교수, 주진오 상명대 교수 등 현 7종 검인정 교과서의 대표 집필진들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표는 축사에서 “정부가 확정고시를 강행한다고 해도 굴하지 않고 집필 거부운동을 진행하고, 더 나아가 내년 총선 쟁점으로 삼아 국정교과서가 폐기될 때까지 국민들과 투쟁하겠다”고 천명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정부여당과) 절대 타협하지 않고 싸워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날 여당 홍보물에서 이념편향 사진 문제로 꼽힌 ‘천재교육’ 교과서의 집필자였던 주진오 교수는 정부여당이 ‘현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국정화 당위성을 역설한 데 대해 “매카시즘 공세”라며 검인정 체제 하에서 다양한 이념의 교과서가 경쟁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지금 교육현장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는 정부여당의 요구가 100% 반영된 책이며 검정에서 합격 판정을 내린 것은 국사편찬위원회였다”며 “그런데 교과서에 대한 시비가 나오면 이들이 오히려 좌편향됐고 북한 책을 옮겼다는 말을 앞장서서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 교과서상 ‘유관순 열사가 누락됐다’는 교육부 주장에 대해서도 “중학교 3학년용 역사(하) 교과서에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빠졌지만, 결국 추가하라고 해서 추가했다”며 “현행 교과서 모두 유관순이 적혀있다”고 반박했다.
권내현 교수는 역사학계가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유로 국정제의 반민주성, 반시대성, 반헌법성, 역사교육의 황폐화, 창의적 사고 제한, 일본 우경화 확대 등을 제시한 뒤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 역사학자들은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일체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집필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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