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강행 방침 속 국정화 진척 더디자 ‘황우여 경질론’까지

이 같은 강력한 당청의 입장을 확인한 황 장관은 “11월 말부터 국정교과서 집필을 시작하겠다”며 일단 보조를 맞췄지만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해온 황 장관이 야당이 제기한 교육부 내 국정화TF 설치 의혹과 학계를 비롯한 국정화 반대여론의 파고를 넘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朴 대통령, 국회서 ‘국정화’ 입장 재천명
얼마 전 청와대 5자회동에서도 야당과 평행선을 달렸던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선 야당을 겨냥해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국정화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가 왜곡되거나 미화될 것을 우려하는 데 대해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며 “앞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확실히 못 박았다.
새누리당은 이에 화답하듯 박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김무성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오늘 대통령 말씀이 꼭 실현되게 당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내용이 전부 다 꼭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우리나라 미래 발전이 없는 중요한 내용이어서 공감한다”고 박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또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도 박 대통령의 이날 연설과 관련,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강조하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의 정상화도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역설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새정치연합 정세균 상임고문도 이날 시정연설에 대한 입장자료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해 “정권이 개입할 수 있는 국정화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교육문제를 정치문제로 비화시킨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정상의 비정상화다. 대통령 말대로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선 국정화 계획을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게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또 이날 본회의장 밖에서 ‘국정화 철회’ 피켓 시위를 하며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정의당에선 심상정 대표가 박 대통령의 국정화 강행 의사를 겨냥해 “국가에 의해 재단된 획일화된 생각을 강요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되돌리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국정화’ 비공개TF 여부로 여야 공방
이렇듯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국정화’ 논란에 접점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TF를 구성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갈등은 한층 격화됐다.
지난 25일 새정치연합 교문위원들이 교육부가 비밀리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9월부터 비공개TF를 조직해 운영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 혜화동 국립국제교육원 외국인장학생회관을 급습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새누리당은 27일 이장우 대변인 브리핑에서 “공무원들을 범죄집단 대하듯 한밤에 떼로 몰려가 감금했다”며 야당에 비난을 퍼부었다.
앞서 26일엔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국정화TF 사무실 급습을 가리켜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나”라며 “국가를 야당이 난신적자의 길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 야당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특히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2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민단체와의 촛불 결의대회 도중 “동료 국회의원에게 ‘화적떼’라고 막말한 서청원 최고위원은 물러나야 한다”며 “국정화TF 문제와 별개로 새누리당은 이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국정화 관련 비공개TF팀에 대해선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저에게 (국정화가) 자기 뜻이 아니라 윗선의 뜻이라고 말했다”며 “국정교과서 비밀팀이 황우여 장관 뜻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직접 운영한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 대표는 향후 방향과 관련해 “한 여론조사 결과로는 57대 37, 반대여론이 월등히 높다. 새누리당 내에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다. 특히 수도권, 국회의원들 한결같이 반대한다. 국회의장도 반대하는 말씀을 하지 않았느냐”라며 “(국정화) 확정고시를 하더라도 결코 굴하지 않고 집필거부운동, 대안교과서운동을 해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국정화 비밀TF팀을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오후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에 나섰는데 “TF팀이냐 아니냐는 논의가 있는데 정확하게는 (교육부 공식조직인) 역사지원팀”이라며 “12명인데 업무 추진에서 너무 적기 때문에 앞으로 닥칠 업무량에 비해 보강할 필요가 있어서 만든 팀”이라고 설명했다.
황 장관은 이어 “10월 5일인가 꾸려졌기 때문에 그 후에 (설립) 보고받았다”며 “아마 학교정책실에서 (조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비밀TF팀이란 야당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처럼 범죄로 몰아가는 행태는 교육부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황 장관의 해명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27일 김영록 수석대변인 명의의 국회 브리핑에서 “누가 봐도 이 비밀작업팀은 공식 정부조직과 별개의 비밀조직”이라며 “이들이 서둘러 문을 걸어 잠그고 컴퓨터 파일을 치우고 문서들을 파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어 “청와대와 정부가 행정절차법을 피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비밀스럽게 사람들을 모아 국정화를 추진해왔음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지난 5일 비밀작업팀을 가동시키고도 8일 국정감사에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위증한 황 장관이 ‘용납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비밀작업팀이 어떻게 구성됐고 무슨 활동을 해왔는지, 지워진 컴퓨터와 엄청난 양의 파쇄된 문서들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는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며 황 장관을 향해 “청와대 눈치만 보다 경질론에 놀라 긴급진화에 나선 모양인데 드러나는 사실을 모두 덮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수석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제로 한 여야 간 격돌이 이어져왔음에도 그간 주무기관인 교육부가 국정화 추진에 지지부진하던 원인이 황 장관에 있었음을 비판한 것인데 심지어 새누리당도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확대된 데 대한 책임을 황 장관의 미온적인 초동대응에 있다고 보고 황우여 경질론까지 언급되고 있었다.
◆ 지지부진 ‘국정화’에 ‘황우여 경질론’ 부각
사실 황 장관이 27일 긴급 브리핑을 연 이유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단호한 추진 입장을 피력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간 내년 총선 출마를 의식한 듯 몸 사리는 모습을 보이며 국정화 추진에 소극적이던 황 장관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까지 문책성 발언이 나오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바가 크다.
앞서 26일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당내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토론회에서 “교육부의 앞으로 대응 방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처음에 올바른 교과서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명제로 본질적 문제를 앞에 내걸고 방법론적으로 검인정 강화냐, 국정화냐로 갔어야 한다. 이후 검인정 강화는 좌파의 카르텔 때문에 어려우니 국정화로 가야한다는 형태로 진행됐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교육부가 첫 대응을 잘못했으니 장관을 경질해 갈아 치워야 한다”고 황 장관 경질을 촉구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27일 김무성 대표까지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장관 경질론과 관련해 “그런 주장이 나올 만 하지 않느냐”고 답해 황 장관의 속을 태웠다.
이에 황 장관은 27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그간 궁금증을 자아냈던 집필진 및 교과서 개발일정 등 관련 계획을 한꺼번에 발표했는데 집필진 구성은 다음달 2일 구분고시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고 5일 관보 고시로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시작될 예정이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위촉 공모해 11월 중순까지 구성되는대로 11월말부터 교과서 개발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집필진과 관련, “집필진은 우선 5~6명이 오며 집필에 착수하고, 대표 집필진은 이름을 내어 알리겠다”며 “나머지 집필진 전부를 언제 어떻게 알려 드리느냐는 심도 있게 논의 중이며 적절한 시점에 국편에서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황 장관은 “교과용도서 심의회가 구성돼 철저하게 심의할 것이며 전문기관의 감수와 전문가, 교사 등의 검토를 거쳐 2017년 3월 새로 개발된 교과서를 현장에 보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을 향한 당내 ‘경질’ 주장에 대해선 “경질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더욱 매진하겠다”면서도 “여러 힘든 일이 산적해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당은 힘을 모아서 서로 격려하고, 국민들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올바른 교과서 제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축했다.
다만 여전히 ‘국정화’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고 자칫 내달 5일 고시 발표 후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어 수렁에 빠진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향후 황 장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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