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3시50분쯤 서울 잠실동 4층 짜리 상가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건물 3·4층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박승균(46)씨 등 8명이 숨지고 황모(49)씨 등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일부는 의식을 잃고 위독한 상태여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최초 불은 지하 1층 노래방에서 '펑' 소리와 함께 시작돼 1층 식당, 2층 건설회사, 3·4층 고시원까지 순식간에 번졌으며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20여분만에 진화됐다.
2층 사무실 직원 신모(60)씨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유리 출입문 사이로 불길과 연기가 순식간에 밀려들어와 직원들이 1층으로 뛰어 내렸다"고 말했다. 건물 1층 식당 종업원들과 2층 건설회사 직원들은 불이 나자 신속히 대피했다.
그러나 고시원이 위치한 3·4층은 좁은 통로에다가 내부에 책상과 칸막이가 많아 내부 사람들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해가 컸다. 3·4층 고시원생들은 삽시간에 번진 불과 연기로 인해 미처 계단으로 탈출하지 못한 채 질식하거나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다가 부상했다.
병원에서 치료중인 고시생 유모(20·여)씨는 "화재경보음을 듣지 못했고 불이 난 줄 전혀 몰랐다"면서 "'불이 났다'고 외치는 소리에 다급히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연기가 갑자기 밀려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평 정도의 작은 방 70개가 밀집해 있는 고시원에는 평소 3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밤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자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불이 나자 이웃 주민들은 소방차가 출동할 때까지 사다리를 놓아 건물안 사람들 중 4∼5명의 대피를 도왔다.
경찰과 소방서측은 불이 난 지하 노래방에 기름 냄새가 가득했고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급격히 번졌다는 목격자들 진술에 따라 방화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 함께 노래방 내부의 누전에 의한 발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만취상태였던 노래방 주인 정모(52)씨의 신병을 확보해 당시 상황을 조사 중이며 숨진 박씨 이외에 남자 사망자 4명과 여자 사망자 3명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부상자 등은 인근 대치동 베스티안 병원과 서울의료원에서 각각 입원치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