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확정 고시 ‘폭풍전야’…칼 끝에 선 與野
국정화 확정 고시 ‘폭풍전야’…칼 끝에 선 與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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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정화 확정고시 3일로 ‘앞당긴’ 발표 방침에 野 반발
▲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3일로 앞당긴다는 갑작스런 발표와 더불어 국정교과서 편찬 예산으로 44억원을 편성했던 예비비 사용내역 제출에 대해서도 정부가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2일 오후 예결위는 시작 전부터 이에 반발한 야당의원들의 예결위 불참으로 파행되기에 이르렀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앞둔 여야 갈등이 점차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부가 2일 행정예고가 끝나는 대로 바로 다음날 국정화 확정고시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여론전에서 불리한 상황임을 인지하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반면 야당은 일방적 조치라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대치 정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 野 ‘국정화 저지’ 위해 본회의 보이콧 맞불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교육부의 국정화 확정고시 방침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오는 3일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전 10시 예정된 본회의는 현실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며 “(내일 본회의 관련) 잠시 후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 부대표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 부분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1일 리커창 중국 총리 예방 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오는 3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던 사안을 파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로써 내일 본회의에서 채택키로 했던 김태현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인사청문심사경과 보고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법안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어 “(4일 열리는) 2+2 회동 개최 여부와 오는 15일 본회의 여부는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 정부의 국정화 고시 발표에 반발한 교문위 예결소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앞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교문위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교육부 이영 차관이 내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하겠다고 시인했다”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야당 교문위원들이 “내일 고시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자 이 차관이 “행정절차법에 따른 제출 의견을 처리하는 규정에 따라 의견 처리결과를 통지하거나 공표할 수 있다. (내일 고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또 “내일 언제 할 것이냐”는 추가 질의에 이 차관이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당초 정부가 오는 5일을 확정 고시일로 예고했던 바와 달리 여론수렴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앞당겼다고 성토했다.

이 자리에서 교문위 야당 간사이자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정부가 야당의 주장도 묵살하고 국정화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라며 “역대 정부에서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행정을 처리한 예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교문위 소속인 같은 당 유은혜 의원도 “행정예고(여론수렴) 기간 중 의견서가 접수되면 교육부가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 반대 의견을 전혀 검토하지도 않고 답변조차 하지 않은 채 오로지 국정화 강행만을 관철시키려는 점은 묵과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이들은 확정 고시 발표 이후에도 불복종 운동에 나서기로 했는데 교문위 소속인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은 "확정고시가 발표되더라도 원천 무효·불복종 운동을 하겠다”며 “우리가 제도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병행할 것이다. 집필진 구성, 집필 기준, 관련 예산, 교육부 내부 작업 등등에 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국정화 예비비로 진위공방 끝 예결위 파행까지
 
국정화 관련 파열음은 비단 교문위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는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야당 의원들이 이날 예비비 자료 제출을 전제로 예산 심사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파행을 빚게 됐다.
 
국정교과서 편찬 예산을 정부에서 재해재난 등 비상시를 위해 편성한 예비비를 활용해 편성한 데 대해 야당은 그동안 꼼수라며 비판해왔는데 예비비로 편성된 국정교과서 예산 44억원의 세부 사업 내역 제출을 이날 예결위에서 요구하면서 이 같은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 같은 야당의 요구에 대해 이날 오후 예결위에서 “헌법과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며 “구체내역을 집행하기도 전에 국회에 자료를 제출한다는 것은 예비비를 국회가 통제한다는 문제가 있어 구체적 내용을 제출하기 어렵다”고 거부 입장을 확실히 드러냈다.
 
새누리당 소속 김재경 예결위원장이 정오까지 자료 제출하라는 타협안으로 겨우 파행을 막았던 오전 예결위는 오후에 이르러 이 같은 최 부총리의 거듭된 거부 방침에 야당 의원들이 반발해 불참하면서 결국 오후 예결위가 시작하기도 전에 파행을 빚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예비비 집행 내역을 확인하는 건 당연한 국민의 알 권리”라며 “내일 확정고시 발표에 앞서 국민, 국회에 예비비 명세서를 제출해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이어 “황교안 국무총리와 최 부총리는 짧은 기간 세 차례의 거짓말을 했다”며 “예비비 내역을 사전에 공개한 적 없다,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사전에 제출한 적 없다, 예비비 자료는 여야가 합의 의결해야 제출할 수 있는 자료라고 했는데 모두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최 부총리가 “(사후 승인 내역인) 예비비에 대해 자료를 사전에 공개한 적은 없다”고 하자 새정치연합 김영록 의원이 “박주선 의원이 2010년 예비비 자료 제출과 관련해 구제역 보상비와 G20 준비 경비를 국회에서 제출받았다. 또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예비비 집행내역에 대해 자료를 제출했고 내역을 보면 18대 대통령 인수위 예비비 내역이 다 나온다”고 반박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오후 내내 파행이 이어지자 결국 최 부총리가 “집행이 끝난 뒤 (자료가) 제출된 사례는 김영록 새정치연합 의원이 제시한 예로 그런 점을 감안해 교육부와 협의해 조만간 보고드리겠다”며 “역사교과서 예비비 자료 제출과 관련해 예결위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파행을 겪게 됐고 또 예결위 위원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게 돼 재정당국 책임자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하면서 예결위는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 黨政, “확정고시, 3일 11시 발표…되돌릴 수 없어”
 
하지만 이 같은 야당의 전방위적인 반발에도 정부여당은 사실상 3일에 확정 고시가 이뤄질 것을 암시했다.
 
이날 이승복 교육부 대변인은 정부세종청사 정례브리핑에서 “애초 지난달 12일 국정화 계획을 행정 예고하면서 밝혔던 대로 5일 확정 고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하루 이틀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육부는 하루라도 빨리 확정고시를 해서 정치적‧이념적 혼란을 끝내고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에 몰입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역사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와 애국단체 총연합회 간 연석회의를 통해 “황교안 총리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와서 내일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한다”며 “이제 국정화 작업은 정부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아예 못 박기까지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확정 고시를 하면 1차적으로 일은 끝난다. 더 이상 논의될 게 없다”며 확정 이후 야당이 어떤 대응에 나서도 소용없단 것을 피력했었다.
 
같은 당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이 자리에서 “역사교과서에 대한 확정 고시가 발표되면 정쟁이 중단돼야 한다”면서 확정 고시가 임박했으며 이미 되돌릴 수 없음을 시사해온 바 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역사교육 정상화와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다”고 전했는데 지난달 12일부터 이어진 행정예고기간이 2일 자정을 기점으로 만료되면 그동안 접수된 찬반 의견을 소개하고 교과서 집필 기준과 계획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에 따라 3일 확정 고시가 발표되면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달 중순까지 집필진을 구성한 뒤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교과서 집필에 착수할 계획인데 그간 여야가 국정화 문제에만 집중해 여론전까지 펴온 만큼 고시 발표 당일 국정화 찬반 양측 중 어느 한쪽이 어떤 형태로든 극한 반발을 일으킬 것으로 보여 향후 국회가 정상화되는 데에도 어느 정도의 파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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