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천정배 법무장관의 여당복귀를 위한 특별 개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권의 제3대권 후보로 알려져 온 천 법무장관의 당 복귀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 시기적 문제에 있어서 논란이 되어 왔을 뿐이다. 최근에는 국회 법조비리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해 당 복귀 시점에 대해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만간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조만간의 ‘조’자는 일찍 조(早)자이고, ‘만’자는 늦을 만(晩)자”라는 말을 덧붙여 아직 명확한 복귀 시점을 정하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천 장관의 당 복귀와 관련해 수많은 설(說)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 내각에서는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정일 방위사업청장이 돌연 양심 고백을 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분 개각의 필요성은 더욱 간절해졌다. 천 장관의 당 복귀 시점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김정일 방위사업청장의 사퇴. 그들 사이의 미묘한 의혹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서로 필요한 천 장관의 복귀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열린우리당은 대선에서도 참담한 결과를 맛보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권의 빅2로 읽혀지는 정동영 전 의장이나 김근태 의장조차도 한 자릿수 지지율을 넘지 못하는 있는 현재, 열린우리당은 누구라도 대안 세력을 제시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천 장관의 당 복귀는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대안 또는 이미지 쇄신의 열쇠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또, 천 장관의 경우에도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의 당 복귀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그는 이미 장관으로 임명되기 한 달 전쯤부터 ‘동북아전략연구원’이라는 사실상의 대선캠프를 운영하며 차근히 대권도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결국 당도 그렇고 천 장관도 그렇고 모두가 서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이미 천 장관의 당 복귀가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분위기다. 더욱이 천 장관은 참여정부 출범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로 활동한 인물인데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신임을 두텁게 얻어왔기에 당 복귀는 온전히 천 장관의 뜻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 장관의 거취 문제는 본인의 정치적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는 청와대의 입장 또한 이 같은 사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권의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난 사석의 자리에서 천 장관의 당 복귀가 가시화되었음을 귀띔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초선 의원은 “천 장관이 당에 복귀하려면 어떤 명분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구실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여당의 공식적 입장이 아닌 개인적 의견이지만, 이러한 발언은 최근 5.31 지방선거와 7.3 개각 등으로 이어지는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 돌리기가 천 장관이나 노 대통령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될 우려가 있기에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기에 천 장관의 당 복귀 시점과 개각의 시점은 묘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8월인가, 12월인가?
천 장관의 당 복귀 시점에 대한 논란은 7.26 재보궐선거를 기준으로 8월 조기 복귀론과 본격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12월 복귀론으로 팽팽하게 나뉘어 있다. 8월 복귀를 예측하는 입장은 “7.26 재보궐선거 결과가 천 장관에게 결심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천 장관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다음달 중 천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 당에 복귀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시기까지 점치고 있다.
실제로 천 장관 스스로도 지난 17일 제헌절 기념식에 참석해 일부 의원들에게 “우리당이 창당 초심을 갖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당을 바로세우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천 장관은 최근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뒤 지인들에게 e-메일을 보내 “정치도 사랑의 집짓기 운동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모든 국민이 편안히 살도록 공동체의 주춧돌을 놓는 작업이 정치”라고 정치권에 한 발 다가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천 장관의 입장에서는 힘든 시기를 같이 넘기고 당에서 인정을 받아 대권까지 가는 것이 도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열린우리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지난 16일 “천 장관은 이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9월 정기국회 전에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마치는 게 일반적이란 점에서 다음달 초 개각 가능성이 있다”고 8월 복귀설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7.3 개각에서 천 장관이 포함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대통령 의중에는 아직 천 장관의 사퇴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더욱이 현재 법무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이자제한법 부활, 국회에 계류 중인 수십 건의 사법개혁안과 청와대에 넘겨진 검 ․ 경 수사권 조정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놓고 천 장관이 법무부의 수장직을 내놓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 당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 되는 시점인 연말쯤 복귀해야 천 장관의 당내 역할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이다. 물론, 이 같은 예측은 앞서 밝힌 천 장관의 ‘공동체 주춧돌’론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천 장관의 의중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의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위사업청장 사퇴 의혹
사실, 천 장관의 복귀 시점이 8월일지 12월일지 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코드 개각도 이슈가 될 수 있고, 천 장관이 열린우리당의 차기 대권 후보라는 점도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천 장관의 당 복귀설과 맞물려 김정일 방위사업청장의 사퇴 표명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의혹으로 시작해서 의혹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천 장관의 당 복귀설과 김 청장의 사퇴는 연관성이 매우 깊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천 장관을 현 시점에 당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개각 명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언가 구실을 찾아야만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앞서 대화를 나눴던 여권의 초선 의원은 “천 장관 한 사람을 위한 개각은 무리이지 않겠느냐”며 “국방부장관도 때가 되기는 됐는데…”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실제로 윤광웅 국방장관에 대한 사퇴 압력은 정치권 뿐 아니라 민간단체를 통해서도 거세게 제기되어 왔다. 지난 2005년 당시 경기도 연천 군부대 총기사건부터 올해 평택 시위대 진압현장 사건까지 윤 장관은 사퇴를 했어도 벌써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이 이 같은 국방장관을 해임할 경우 법무장관과 함께 개각의 명분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천 장관도 큰 잡음 없이 당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윤 장관을 해임시키기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군 개혁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 노 대통령에게 있어서 윤 장관은 필수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정일 방위사업청장의 돌연 사퇴 배경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의혹이 제기된다. 윤 장관을 대신해 차관급인 김 청장을 사퇴시킴으로써 윤 장관을 유임시킬 수 있고, 개각의 명분도 만들 수 있는 일석이조의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7.26 재보궐선거를 전후하여 김 청장의 사퇴는 절묘하게 천 장관의 당 복귀설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
김 청장이 그 어떤 외부의 압력도 없었음을 밝혔지만, 이미 잊혀진 골프와 격려 봉투 사건을 내세우며 돌연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수많은 의혹을 낳게 했다. 그의 양심이 너무나 묘한 시점에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즉, 김 청장은 사퇴를 위한 사퇴가 아닌 개각을 위한 희생양으로서의 사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서 보았을 때, 천 장관의 당 복귀 시점은 8월이 될 것이라는 쪽에 확실한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당에 노빠 심기
천 장관이 당으로 복귀하게 될 경우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선후보 국민경선제’ 등과 맞물리며 정계개편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천 장관은 정동영(DY)계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세력을 규합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천 장관의 당 복귀는 김근태 의장에게 입지 축소라는 우려를 안겨줄 수밖에 없게 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 전 의장과 천 장관의 지지 의원이 상당 부분 중복된다”며 “김근태 의장에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이러한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천 장관은 “당으로 복귀하면 김근태 의장과 경쟁구도가 될 것처럼 일부 해석하는 것은 오버”라고 말하며 “일단 의장에게 전권을 주고 당을 잘 수습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만을 보이고 있다. 또, “당으로 돌아가도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경쟁보다 우선은 당에 적응하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욱이 자신의 대권도전 문제와 관련해서 “당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라며 “지금은 누구를 견제하고 뭐하고 할 상황이 아니다. 모두 각개 약진해서 종국에는 서로 뭉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당의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천 장관의 발언대로라면 당 복귀는 자신의 대권욕보다는 당을 살리기 위한 일꾼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김근태 의장 체제로는 2% 부족한 무엇인가가 남아 있는 노 대통령의 당내 코드 심어 놓기. 향후 천 장관은 당에서 노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어줄 공산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