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에 ‘불법 건축물’ 될라…불안감 쌓여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인근의 아현4구역은 지난 2006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 개발됐다. GS건설이 시공한 이 구역의 ‘공덕 자이’ 아파트 단지는 전용면적 50~114㎡ 1164가구가 들어섰다.
당시 아현4구역은 서울시내 뉴타운 가운데 도심과 가장 가까워 알짜 분양 단지로 손꼽혔다. 아울러 서울 재개발 사업 중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곳 중 하나이기도 했다.
◆잇단 송사에 ‘잡음’ 이어져
관심이 컸던 만큼 탈도 많았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개발사업은 과도한 공사비 증액과 그로 인한 부담금이 커지면서 잡음을 내기 시작했다. 부담을 느낀 일부 조합원들이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특히 이 구역은 지난 2006년 인가된 조합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사업이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조합이 무효이기 때문에 이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역시 무효가 됐다.
재개발 사업 절차는 기본계획수립→구역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착공 및 분양→사업완료→조합해산 등 순으로 이뤄지는데, 사업 주체인 조합이 무효이기 때문에 조합이 진행하는 사업시행과 관리처분인가도 역시 무효라는 얘기다.
조합이 무효 판결을 받게 된 연유는 조합설립동의서에 있었다. 토지 등 소유자 863명 중 699명(동의율 80.99%)에게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를 받아 마포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이는 당시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2007. 12. 21. 법률 제8785호 개정 전).
그러나 이 동의서에는 명백한 하자가 있었다. 당시 동의서를 제출한 699명 중 67명이 소요 비용 등이 공란으로 된 상태에서 작성, 제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67명을 제외한 632이 동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당 조합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전 조합이 효용을 잃자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2010년 5월 새로운 조합을 설립해 인가를 받았다. 당시 추진위원회가 산정한 829명 중 631명(동의율75.39%)이 동의서를 제출했는데, 구청은 개정된 법률에 따라 4분의 3 이상이 동의했다는 이유로 인가했다.
그러나 이 역시 명백한 하자가 드러나 무효판결을 받았다. 631명 가운데 10명은 인감증명서 또는 신분증을 첨부하지 않았고, 9명은 날인된 인영과 인감증명서상의 인영이 일치하지 않았다. 또 1명은 토지 소유자가 아니었으며, 17명은 무허가건축물만을 소유, 토지 등 소유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즉, 809명 가운데 600명이 동의한 것으로 간주돼 동의율 74.16%로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사업 진행도 지지부진해졌다. 그러나 손놓고 볼 수만은 없었다. 추진위원회는 2011년 5월 새로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을 속행했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앞서 소송을 제기한 집단은 해당 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 등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업시행과 관리처분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분양신청에 관한 사항을 조합원들에게 통지·공고해야 하는데, 해당 조합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분양신청을 받지도 않았다.
분양신청을 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임의로 분양신청 현황을 만든 뒤, 이를 토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관리처분계획 역시 문제가 된다. 무효 처분이 된 이전 조합원들을 분양신청자로 임의로 간주한 것이다. 문제가 명백함에도 마포구청은 2011년 8월 이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했다.
◆“법원 판결 무시한 마포구청”…입주민 불안 가중
소송을 제기한 집단 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의 결과에 따라 해당 아파트가 불법건축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인가 과정에서 문제가 연이어 발생함에도 철저한 검증 없이 인가해준 점에 대해 구청의 행정 실태를 지적했다.
실제로 두 번째 조합설립인가의 경우, 2011년 5월 11일 신청해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달 20일 인가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약 3개월 뒤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데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무효라면 현재 아현4구역 공덕 자이 아파트는 사실상 남의 땅에 지어진 불법건축물”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구청의 무능한 행정이 만든 결과물”이라며 “인가 과정에서 문제가 잇달아 불거졌으면, 이후 신청 건에 대해서는 의심을 갖고 제대로 된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신중하게 인가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작정 인가를 해 준 것도 모자라 법원에서 입주를 금지하라는 판결도 무시한 채 입주를 시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송전이 달갑지 않은 입주민들은 볼멘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입주민은 “소송으로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은 입주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횟수가 늘어나니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쫓겨나지는 않겠지만 ‘불법 건축물’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소문이 돌고 있는 데 기분이 좋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혹시라도 이 일로 인해서 집값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현재 구청 측에서는 이번 판결 결과에 따른 입주민들의 피해 대책 등은 논의 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조합과 건설사, 구청 측의 주민 피해방지를 위한 중재 및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다양한 문제가 얽히고 설킨 만큼 덮어두고 쉬쉬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 7월 법원에서 이 문제를 놓고 조합장과 구청 관계자, 소송 제기자 등을 한자리에 모아 중재에 나섰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런 점을 비춰볼 때 대법원의 판단 이후 사태가 더 커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송전은 고질적으로 문제가 돼 왔다”면서 “조합과 입주자 대표회의 등은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고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책 및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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