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지방 부채 정신차려야
늘어나는 지방 부채 정신차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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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거리 곳곳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보인다. 멀쩡한 보도 블럭을 갈아 엎는 인부들의 모습인데, 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꼽히는 보도블럭 교체는 수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목격하기 어렵지 않다. 도로를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보도블럭 교체 사업에 불편해지기 일쑤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낭비성 보도블럭 교체 공사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여기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나 싶다.
 
지자체들은 일제히 정부에 예산 지원 확충을 읍소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이처럼 예산 낭비가 끊이질 않는다. 배정받은 예산을 남기면 다음 해 배정받는 예산이 줄어든다는 이유까지는 어찌어찌 납득이 가지만 이렇게 예산을 낭비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난해 강남구가 5년간 보도블럭 교체에 투입한 금액이 222억에 달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불우이웃이나 더 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많은 지자체들의 예산 낭비가 심각한 와중에 지방 부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자체 부채가 50조원, 지자체 소속 공기업들의 부채가 50조원으로 합이 100조원이다. 더 추락할 곳이 없는 것 같았는데도 1년 새 2조원이 늘었다.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데 예산 낭비는 끊이지 않는다.
 
지자체 방만 운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소모성·선심성 축제나 대형 행사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이번에 지자체별 재정 내역을 공개하면서 막대한 부채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이 바로 무분별한 대형 행사와 축제일 정도다. 여기에 과도한 예산을 받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무사안일한 태도로 인건비를 낭비하고 있고, 초호화 청사 등의 공공시설 건립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지자체도 넘쳐난다.
 
지자체장들의 행태도 문제다. 실례로 서울시의 한 자치구의 구청장은 업무용 차량으로 그랜저와 산타페를 중복 운영하고 있고 부구청장은 업무용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를 고용한 상태다. 주민들의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껴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들을 불필요한 곳에 파견을 보낸다든지 간단한 업무조차 무분별한 외주계약을 맺는 등의 인건비 낭비도 만연해 있다.
 
지방의회의 불필요한 판공비 지출도 빼놓을 수 없다. 주로 간담회나 식대로 쓰이는데 공개 의무가 없어 그저 지방의회의 눈 먼 돈이 된 지 오래다. 정부가 올해 지방의원들의 판공비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지만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다. 또한 지방의회 의원 수에 비해 대체적으로 사무국 인원이 너무 많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의 한 자치구는 구의원이 18명인데 의회 사무국 직원은 4급 사무국장 1명과 6급 팀장 3명, 전문위원이 5급 2명과 6급 2명 등 총 인원이 두 배에 가깝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가 잇따라 지자체의 예산 운영에 칼을 빼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는 지자체 파산제나 다름없는 긴급재정관리제도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되면 정부는 지자체에 재정관리관을 파견하고 지자체장의 예산편성권을 제한하고 구조조정을 관리한다. 민선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된 지 20년을 맞는 올해 정부가 지자체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지자체들은 자치사무 및 복지 수요 증가가 재정 악화의 원인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자체들의 예산 낭비 근절 노력이 부족해서 빚어지는 씁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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